상단여백
HOME 여행
‘거문오름’에서 제주의 속살을 엿보다[‘오름’, 그 가치를 같이하다] (1)거문오름 탐방이야기
김아현 | 승인 2017.06.14 12:36

제주도는 2007년 우리나라 최초,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등재지역 중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제주의 자연을 가장 깊숙이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단순히 기생화산으로 여겨졌던 오름, 하지만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현무암질 용암류가 해안까지 흘러 용암동굴 무리, 뱅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그 지리학적 독특함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먼 옛날 일어난 자연의 신비함으로 생긴 거문오름, 그 속살을 엿보기 위해 탐방을 시작했다. 거문오름의 탐방로는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정상코스’, 분화구 내의 알오름과 역사유적지를 볼 수 있는 ‘분화구 코스’, 그리고 이 두 코스를 아우르며 여덟 개의 봉우리를 탐방하는 ‘태극길 코스’로 나눠진다. 거문오름 탐방은 자연유산해설사와 동행하게 되며 해설사는 약2시간30분이 소요되는 ‘분화구 코스’까지 함께한다.

탐방로로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삼나무길이 펼쳐진다. 이렇게 많은 삼나무가 거문오름에 심어진 사연에는 오름에 대한 제주인들의 사랑이 담겨있다. 오지은 세계자연유산 해설사는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이루어진 녹화사업으로 오름에 삼나무를 줄지어 심었다”며 “오름이 풍화작용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막고 보존하기 위한 제주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녹화사업으로 줄지어 심어진 삼나무

삼나무 숲길의 울창함에 빠져 20여분 정도 오르면 곧 거문오름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만든 화산 분화구를 볼 수 있다. 거문오름 분화구는 한라산 백록담보다 3배나 크고 원시림 형태로 되어있어 분화구임을 바로 알아채기가 어렵다. 하지만, 마치 하늘 위 떠있는 숲 같은 거문오름 분화구의 웅장함은 백록담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거문오름 정상에 오르면 ‘거문오름’ 이름의 유래와 관련된 9개의 봉우리와 알오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9개의 봉우리를 9마리의 용으로, 봉우리 가운데 알오름을 여의주로 생각해 거문오름을 ‘9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품는 신령스런 곳’으로 여겼다. 오지은해설사는 “예로부터 신령스런 장소였던 거문오름에 대해 궁금함을 가진 제주사람들이 탐방을 시작했는데 탐방을 하다 하늘을 보니 나무가 가득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고 검게 보였다”며 “‘땅도 검고, 돌도 검고, 하늘까지 검다’하여 거문오름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문오름 정상에서 본 분화구(좌)와 주변 풍경(우)

정상을 지나 가다보면 쭉 뻗은 삼나무 조림지가 나타난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원시림에 온 것처럼 주변이 온통 짙푸른 어둠에 잠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거문오름만의 독특한 식생이다. 이후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마침내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를 만들었던 용암협곡이 나타난다. 안전문제로 인해 협곡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거대한 용암이 쓸고 지나가면서 생긴 용암동굴과 그 천장이 무너져 생긴 협곡을 보니 먼 옛날 제주에서 일어난 화산활동이 더욱 위대하게 느껴진다.

협곡을 지나 어느 한 구간에 다다르니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온 몸을 휘감으면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지층의 변화로 생긴 구멍에서 바람이 불어나오는 풍혈을 만난 것이다. 오지은해설사는 “풍혈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어 지친 등산객들이 쉬어가기 좋은 곳”이라며 “풍혈에서 맞는 바람은 풍수학적으로 정신을 맑게 한다”고 소개했다.

이후 분화구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구축해놓은 갱도진지와 병참도로가 간간이 눈에 띈다. 거문오름 안에는 10여 군데의 갱도진지가 있다. 갱도진지를 가까이서 마주하니 일제강점기 시대가 새삼 가깝게 느껴진다. 이후 갱도진지를 지나 큰 수직동굴이 보이면 이곳이 분화구 코스의 끝자락이다. 이 수직 동굴은 4.3 사건 당시, 인근 주민들이 학살을 피하고 숨기위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시대의 기록물처럼 거문오름 곳곳에는 제주의 애잔한 역사가 서려있다.

울창한 삼나무 길에서 시작해 수직동굴을 끝으로, 2~3시간 가량의 길지 않은 탐방길. 신비한 자연생태와 제주의 역사가 살아있는 거문오름은 결코 가벼운 산책길이 아닌 색다른 경험과 많은 배움을 선사하는 오름이다.

한라산 북동쪽 조천읍 선흘리 동부 관광도로변에 솟아 있는 거문오름, 이 오름은 겉에서 보면 나지막한 봉우리에 불과하며 다른 오름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때문에 거문오름을 오르기 전에는 거문오름이 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름을 오른 후 그 속을 알고 나면 의문이 풀리고 거문오름 특유의 매력에 매료되고 말 것이다.

거문오름을 오르는 탐방객들

옛 말에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에서 살다가 오름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오름과 제주인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제주의 독특한 자연생태와 주민들의 삶과 역사가 깃든 거문오름, 거문오름에 올라 제주의 속살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2017 신문제작실습/김아현>

 

 

 

김아현  thgusdkgus@naver.com

<저작권자 ©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아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제주대학로 66(아라일동 1,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언론홍보학과  |  대표전화 : 064)754-2940  |  팩스 : 064)702-4240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보통신원장 이상준  |  Copyright © 2018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