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위해 지도교수 연구실 앞에 선 학생이 들어가기를 주저하고 있다.
상담을 위해 지도교수 연구실 앞에 선 학생이 들어가기를 주저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책임지도교수제에 의해 진행되는 교수-학생 간 상담을 둘러싸고 재학생 사이에서 '형식적', '의무적'이라는 의견이 지속해서 제기되며 '상담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학칙 제82조 1항에 따르면 '학생의 전공이수와 인성을 지도하고, 학교생활과 학생활동 등을 면담하기 위하여 지도교수를 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1, 2학년은 '진로와학업설계상담', 3, 4학년은 '진로와취업창업상담' 교과목을 매 학기마다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 요건을 채울 수 없다.

학생 A 씨는 "상담이 의무적인 절차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고민이 없어도 상담을 위해 고민거리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상담에 불만족한 이유를 설명했다. A 씨의 의견에 반해 학생 B 씨는 "진로・취업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관련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해 학생 사이에서 상담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자세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제주대학교 재학생 53명을 대상으로 책임지도교수 상담 관련 설문조사(구글 폼 활용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지도교수 상담이 학업 혹은 앞으로의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상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47명 중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는 38.3%(매우 도움이 됐다 3.4%)에 불과했다. 반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부정적 평가는 38.3%에 달했고, 이 중 10.6%가 '매우 도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나머지 23.4%는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상담 빈도를 묻는 질문에는 87.2%가 ‘학기마다 한 번’, 10.6%가 ‘1년에 한 번’, 기타 2.1%가 ‘학기마다 두 번’ 진행한다고 응답했다. 일정 조율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메일'이 42.6%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전화・문자' 27.7%, '연구실 방문' 19.1%, '제주대학교 이클립스(JNU e-CLIPs)' 6.4%, '기타(구글 폼 등)' 4.3% 순으로 조사됐다.

응답 비율이 산발적인 이유는 단과대학마다 상이한 상담 운영 방식 때문이다. 학생이 부득이하게 학기 중 상담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다음 학기로 이월해 이수하도록 하는 단과대학이 있는 반면, 매 학기 필수적으로 한 번 이수할 것을 강조하는 단과대학도 있다. 또한 교수마다 일정 조율에 활용하는 수단이 다른 것도 이유다.

이처럼 상담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다소 회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개선 방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이서현 교수는 "일정 조율에 교수와 학생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며 "학내 진로・취업지원 포털 시스템인 'JNU e-CLIPs(이클립스)'을 사용해 봤지만, 일정을 확정 짓는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지도학생 관리에 있어 "한 학생의 발자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매우 용이할 것"이라고 말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학생도 상담을 앞두고 고충을 겪지만, 교수 또한 학생과 발전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며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교수를 대상으로 학습법을 컨설팅하는 것과 유사하게 학생 상담 노하우와 사례를 공유하는 '상담 컨설팅'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수업 시간에는 쉽게 들을 수 없는 학생의 속마음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상담을 통한 학생과의 교류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학생은 교수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할 마음을 갖춘다면 상담에 대한 압박감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김경호 교수 역시 "상담은 소통의 일종이며,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는 우리 학과에서 소통의 일종인 교수-학생 간 상담은 필요하다"며 상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대다수의 학생이 학기 말 급하게 이수하려다 보니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렵다"며 "가급적 학기 초 여유 있게 상담을 진행하고, 적극성을 갖춰 임한다면 더 밀도 있는 상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 또한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을 꼬집으며, 그 대안으로 학내상담센터의 활성화를 통해 1차 상담을 진행한 뒤 필요시 교수-학생 간 2차 상담을 진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지도학생 관리에 있어서는 "일기처럼 기록해 언제든 편안하게 열람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구축된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수와 학생 모두 고충을 안고 있는 만큼, 대학은 '지도교수 상담'의 문제점을 파악해 상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지/2023 기사작성론및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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