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네 명의 사람이 있다.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50대, 정년퇴직 이후 제2의 인생을 맞이하는 60대, "100세 시댄데 아직 창창하지"라고 말하는 70대와 80대 사람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네 명의 사람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하나로 모였다. 이들이 전하는 진솔한 이야기가 지금 펼쳐진다.

도전엔 '나이'가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나이’가 도전에 중요한 요소라고 여긴다. 이에 맞서듯 중년을 ‘무엇이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때’라고 말하며 젊은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도전’을 뒤늦게 시작한 한 사람이 있다.

여기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50대 배우 백선아(54) 씨가 그 주인공이다.

장노년층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하면 대부분 재취업 혹은 재시작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녀는 40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새로운 ‘첫 도전’을 시작했다.

▲선한미소의 백선아(54) 씨
▲선한미소의 백선아(54) 씨

“내가 40에 그때 애들이 어렸거든요. 이제 내가 50이 되면은 애들이 스무 살이 되는 거예요. 그럼 애 다 키운 다음에 내가 뭘 할까 생각했는데 젊었을 때 1년 동안 연극 극단에 있었던 게 생각이 난 거죠.”

20대 때 연극 극단에서 짧게 활동했던 그녀는 부모님의 반대로 연극을 접었지만, 주변에서 들었던 칭찬이 계속 맴돌았다.

“근데 애들 다 키워놓고 하려면 내가 50이 되니까 그때 누가 써주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애들 케어하는데 방해 안 되는 범위 내에서 10년 동안 준비하고 50부터는 내가 배우로 생활하자 마음먹은 거죠.”

늦다면 늦은 나이에 연극으로 배우를 시작한 그녀에게 도전은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의 첫걸음이었다.

“두려움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감사했죠.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감사한 도전이었어요.”

하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녀도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근데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역시나 반대했어요. 너는 애 키울 생각 안 하고 무슨 너의 꿈이냐. 엄마가 애를 키울 생각 안 하고 돈 벌 생각만 하냐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일을 그만두기는커녕 배우로서 자신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로 살기 위해 매번 고민하고 연구했다. 20년 뒤, 혹은 마지막까지 인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음에 짜릿한 희열을 느끼면서 말이다.

“연극을 할 때 주인공의 어머니 역을 했었어요. 비중 있는 역이 아니어서 분장 선생님이 발 분장을 안 해주시는 거예요. 맨발로 뛰어가면서 아들을 붙잡는 신이었는데, 얼굴은 까맣지만 얼굴은 하얗다 보니 내가 아쉬워서 분장 도구로 발바닥까지 다 칠했어요. 그때 공연 다 끝나고 나를 찾는 분이 계신다고 해서 나갔더니 내 맨발을 보는 순간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고 손잡고 우시는 거예요.”

자기의 손을 잡던 관객분을 떠올리면 아직도 울컥한다는 그녀는, 봐주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일지라도 그 사람을 위해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모습에서 위로받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와 힘을 얻는 그녀였다.

또한, 백선아 씨는 항상 배우라는 직업을 위해 도전하는 일이 많았다.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더 나오고 싶었던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장면은 되도록 직접 하기 위해 스쿠버다이버, 프리다이버 자격증 취득과 더불어 해녀학교를 수료했다.

▲해녀 역을 맡은 모습이다.
▲해녀 역을 맡은 모습이다.

“해녀 역을 하면 보통 물질하는 건 진짜 해녀분들이 하는 걸 삽입하잖아요. 그래서 뭐 저런 거 내가 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 그래서 내가 직접 해야겠다 싶어서 자격증을 땄어요. 그거 따고 나니까 물질을 하면서 카메라를 쫓아갈 수 있는 배우가 저밖에 없어서 ‘어멍의 바당’이라는 드라마에서 제 장면이 쓰였고,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오디션을 못 보고 프로필만 넣었는데 바로 캐스팅이 됐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 ‘밀수’에서도 해녀 역을 했죠.”

배우라는 직업에 도전한 그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배우를 위한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었다.

“배우 말고 다른 도전은 뭐든지 배우러 가기 위한 도전일 거예요.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대학원이 끝나면 영어 공부에 좀 집중해야 되고, 연기 관련된 책들 좀 더 많이 보고 싶고 그래요.”

도전을 하고도 또 도전할 게 남은 자신의 삶을 감사해하며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제 주변에 저를 보고 대학원에 등록한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하니까 이 나이가 늦은 나이가 아니구나 이런 게 느껴지나 봐요. 항상 설레니까요. 이런 사람들을 만나봐요. 그럼 자기도 뭔가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저는 도전이 어느 날 멈추면 삶이 끝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니까 도전을 너무 큰 것만 바라지 말고 ‘내가 오늘 여기서부터 200m를 더 걸어야지’라는 사소한 도전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만약,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백선아 씨의 말을 빌려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는 지금 햇병아리예요.”

많은 사람이 젊었을 때 도전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도전할 때가 가장 젊은 것이다. 그러니 시기와 나이에 망설이지 말고, 자신을 믿으면서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도전을 이루어 나가길 바란다. <2023 신문제작및실습/고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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