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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살이, 구좌로 스며들다[어디 감수광, 구좌로 옵써] (4)구좌읍 하도리의 생활 여행자, LUCY를 만나다
진주화 | 승인 2015.12.14 15:34

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11월 13일의 금요일. 우산을 쓰고 있어도 비에 옷이 젖는 날씨였다. 제주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 달려 도착한 그곳, 구좌읍 하도리. 지붕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다. 이 소박한 동네를 집어삼킬 듯 비바람에 파도가 거칠게 일렁였다. 성난 바다를 마주 보는 곳에 잔디밭을 낀 <바당 1M> 카페가 조그맣게 위치해 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와 은은한 커피 향, 그리고 그녀의 환한 미소가 반겨줬다. 따뜻한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있던 나의 몸을 풀어 주었다.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긴장감을 풀어주며 인터뷰에 응했다.

소박하게 위치한 <바당1M>의 모습

32살의 김경남씨, LUCY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서울 태생의 그녀는 버킷리스트의 33번, 제주 살아보기를 실현하는 중이다. 제주도의 동쪽에 위치한 구좌읍 하도리. 그녀는 그곳의 작은 카페 <바당 1M>의 사장이자 <여행은 어제인 듯 오늘은 여행처럼>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녀를 닮아 활발한 닥스훈트, 나리와 함께 하도리에서 꿈을 펼쳐가고 있다.

2014년 6월, 그녀의 제주살이가 시작되었다. 구좌읍으로 온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훨씬 전부터 그녀와 제주의 인연은 지속되어 왔다. 그녀는 서울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바다를 보며 해소하기 위해 제주도를 자주 왔었다. 나중에는 제주도 방문이 잦아졌고 급기야 이른 아침 비행기로 와서 저녁에 떠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는 제주를 굉장히 좋아해요. 버킷리스트의 33번은 제주도 한번 살아보기에요. 그 이유는 단순히 제주도가 좋아서죠. 한두 달만 살아보자 했던 것이 어느새 일 년이 넘었네요.”

카페 <바당 1M>가 제주도 이주 후 그녀의 첫 일터는 아니다. 그녀는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오늘날까지 다양한 경험이 있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5-6년 정도 홍보 마케팅 회사를 다녔어요. 어느 정도 다니다 보니 이 직업이 평생 하게 될 일은 아니라고 느꼈죠.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하고 서울에 돌아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러던 중 지인이 제주도 한수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을 구한다는 말을 해줘서 제주도로 오게 되었어요. 제주에 머물며 무엇을 해야 할지 천천히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아서요.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사람을 좋아하고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제 성격과 잘 맞았어요.”

그녀는 게스트하우스 스텝 일을 시작하며 제주살이의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정도 지내니 금전적인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까도 했던 그녀는 고민 끝에 선택을 했다.

“금전적인 문제로 고민이 생겼어요. 그래도 제주도에 더 있고 싶어서 탑동에 있는 아라리오 뮤지엄의 카페에 취직을 하게 되었지요. 금전적 여유는 생겼지만 반대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졌어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나 봐요. 고민이 생긴 거죠. 더 시골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 구좌에 괜찮은 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구좌로 오게 되었어요.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을 제가 아주 좋아하는데 이 상황에 딱 맞았어요. 제가 꿈꾸던 것을 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가 때 마침 온 것이죠!”

카페 내부에서의 LUCY

친인척 한 명 없는 낯설지만 익숙한 제주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소박한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적당한 시기를 보며 여유롭게, 그렇지만 너무 뒤처지지는 않게.. 또 다른 꿈을 꾸며 그녀는 제주의 동쪽 구좌로 갔다. 그녀를 구좌로 이끈 만유인력 같은 힘이 존재했을까.

“처음에 구좌읍으로 온 큰 이유는 없어요. 그냥 괜찮은 카페 자리가 구좌읍인 것 뿐이었거든요. 제주시에 있으니 너무 도시 같고 시골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제주 여행 중에는 구좌읍 세화리가 마음에 들어서 그곳에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마침 지인이 카페 자리가 났으니 한번 보라고 했는데 운이 좋게 구좌읍 하도리 인거예요.”

그녀는 지금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지금 삶의 터전이 된 구좌읍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구좌읍은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곳이에요. 세화리 쪽이 시골이기는 하지만 마트, 병원, 약국 등 편의 시설이 있어서 사는 사람 입장으로서 편해요. 또 성산이 가까워 좋고요. 제주도 서쪽 지역은 이주민 부부들이 많다면 동쪽은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2,30대 젊은 이주민들이 많아요. 제 또래 친구들이 많아서 서로 의지할 수 있어요. 구좌는 예술 쪽 하시는 분들도 많고 카페 하시는 분들도 대부분 감각이 있어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죠. 아, 또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저도 글을 써서 독립출판을 하는데요. 서울에 살면 바쁘다는 핑계로 여유가 없어 글 쓸 시간이 없거든요.”

 

카페 벽면을 채운 책들과 메모들.

카페의 한 벽면에는 책들이 많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일 것이다. 제주에 와서 틈틈이 글을 써서 낸 책 <여행은 어제인 듯 오늘은 여행처럼>에서도 그녀가 보고 느낀 것들이 담백한 문체로 담겨 있다. 도시 생활에서와는 다르게 제주에서는 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글쓰기 말고도 사진도 찍고 무작정 버스를 타고 떠나기도 한다는 그녀. 제주와 구좌는 그렇게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처음 구좌에 왔을 때, 해녀 이모가 안거리, 저는 밖거리에 살았어요. 해녀 이모는 지금도 종종 직접 잡은 해산물을 주세요. (웃음) 근처 주민분들이랑은 친하게 지내기 위해 먼저 인사하러 다니기도 했지만 굳이 노력하지 않으면 만날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구좌에서 주민분들과 큰 갈등을 겪거나 에피소드가 많이 없어요.”

현재 구좌읍은 타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 된 곳이 많다. 김녕리의 <다시방 프로젝트>, <산호상점>과 월평리의 <구좌상회>, 평대리의 <평대블루스> 등 이주민들이 구좌읍에서 일궈낸 문화 예술공간이다. 각 이주민들은 서로 서로 의지해서 살아간다고 했는데, 그녀 또한 제주에 온 수많은 이주민들과 친분이 있다고 했다.

“저는 다른 이주민들이랑 서로 가게에 구경하고 인사하러 가요. 아, 세화에서 <벨롱장> 을 하는데요. 저도 호기심에 한번 해보러 에이드와 음료를 팔러 갔어요. 그곳은 많은 이주민들이 모이는 장이거든요. 그래서 이주민 모두와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어여요(어쩌다 여기가 요일가게)> 에서 이주민들이 매일 다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일러스트나 뜨개질, 도자기 공예 등을 수업하는 거죠. 저도 거기서 뜨개질을 한창 배우는 중이에요. 저에게 또 다른 취미가 생긴 거죠.“

제주에서는 오롯이 혼자만을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는 그녀. 제주에서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혼자 헤쳐 나가야 했던 어려움도 많았다. 외로움이 몰려오고 엄마가 해주던 밥이 그리워질 때도 제주에서 자신만의 아지트와 맛집을 알아가며 그 공백을 채우곤 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그녀는 제주에서 스스로 아픔을 견디며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외로울 때가 물론 있죠. 저 말고도 친구들이나 가족이 없고 섬이라는 특징에 외로움을 느껴서 돌아가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도 제주도에 온 것은 제 결정이고 제가 외로움을 선택한 거잖아요. 그런데도 여기 와서 외롭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웃음) 어느 날은 사주 보시는 할머니에게 찾아갔더니, ‘사람이니까 외롭다’라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사람은 혼자일 때, 둘일 때도 외로움을 느끼는 법이에요. 제주에 오고 나서 외로움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지만 나름대로 외로움을 즐기는 법을 배웠어요.(웃음)”

그녀의 취향이 묻어 있는 소품들.

제주 이주. 요즘 떠오르는 키워드이다. 가수 이효리 씨와 이정 씨를 비롯해 많은 연예인들도 제주도 이주를 선택하고 있다. LUCY, 그녀 또한 SNS에 많은 팔로워를 두고 있는데, 제주에서의 삶이 누군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바다와 산,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움은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이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도 분명히 존재한다. 좋은 면만을 보다가 막상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갈팡질팡하기 마련이다. 그녀는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제주가 좋아서 온 거지만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생계’에요. 그중에도 ‘집’과 ‘안정적인 일자리’가 가장 큰 문제에요. 흔히들 제주도는 여유로울 것 같고 편하게 자연을 즐길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반드시 금전적인 문제가 따르게 되잖아요. 이런 문제 때문에 단기간에 막연히 왔다가 힘들어서 가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막연히 좋겠지 하고 오는 사람들은 금전적인 문제를 겪어요. 도시에서는 바쁘게 돈을 벌 수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이주민들이 자칫 나태해질 수 있거든요. 한 달이든 일주일이든 살고자 한다면 어디든지 자주 와보세요. 그리고 어디가 좋은지 남들 얘기보다는 직접 자기가 살아보고 자신과 맞는 곳을 찾아야 해요. 제주도는 각 지역마다 특징이 다 다르잖아요. 서귀포, 제주시, 서부지역, 동부지역... 맞는 곳을 찾고 많이 와서 살아봐야 돼요. 또 제주도도 현실입니다. 생계나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잘 정착할 수 있어요.”

‘NOW OR NEVER’ 그녀가 고민할 때 누군가가 해준 말이라고 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할 수도 없을 거란 생각이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는 언제 어디로 떠날지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곳이 어디든,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그녀. 자신의 행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자신의 용기와 도전이다. 그녀의 도전적인 모습이 갈팡질팡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인생은 타이밍!” <2015 신문제작실습 / 진주화>

진주화  wlswnghk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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