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하나의 돌이 물과 바람을 만나 지금의 ‘효돈천’이 되었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하나의 돌이 물과 바람을 만나 지금의 ‘효돈천’이 됐다.

촉촉한 비가 내려야만 물이 흐르는 제주의 건천은 현대인의 마음처럼 메말라있다. 제주의 많은 건천 중 서귀포시 하효동의 끝자락과 남원읍의 시작을 긋는 ‘효돈천’이 있다. 이름만으로는 다소 생소한 효돈천은 쇠소깍을 찾는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다.

이곳의 물줄기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다 보면 민물과 바닷물이 하나가 되는데, 바로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어 ‘응소’라고도 불리는 ‘쇠소깍’이다. 제주의 유명한 관광지인 쇠소깍에 가려져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효돈천에 깊게 발을 담가보자.

▲건천인 ‘효돈천’에도 항시 물이 있는 ‘물고랑소’가 있다.

“여기 물 진짜 맑다!”

효돈천을 지나던 두 명의 여성이 감탄을 자아냈다. 거북이 등껍질 같은 메마른 바닥 대신, 하늘이 비치는 맑은 물이 있었다. 물이 귀했던 제주에서 효돈천의 물은 식수를 제공해주는 곳이자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탓인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옛날에는 이곳에서 가끔 수영도 하고 애들이랑 같이 놀았었는데, 지금은 찾아오기도 힘드네요.”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양씨(51)는 과거 효돈천이 자신의 놀이터였다며 지나간 시절을 회상했다. 아직도 마음만은 어린시절과 같은지, 그의 발걸음만큼은 무척 가볍다.

효돈천은 건천이기 때문에 육지의 계곡과 달리 피서지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쉼터로서는 충분하다.

▲해가 질 무렵 효돈천의 모습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인 쇠소깍의 근원인 효돈천, 물과 바람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낸 이곳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지나쳐 왔다.

사방이 막힌 사무실 안에서 컴퓨터만 보고 있는 회사원, 집안일 하느라 바쁜 주부들, 학교가 끝나도 학원 다니기 바쁜 아이들. 치열한 일상 속에서 모두가 흐르는 물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고독하고 쓸쓸한 건천의 모습을 보자니 어쩌면 비가 아닌 사람을 기다리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 가까운 건천에서 자연을 벗 삼아 잠시 쉬어가는 건 어떨까.

<2015 신문제작실습 / 고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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