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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품은 돌담[어디 감수광, 구좌로 옵써] (2)구좌의 작은 카페공방, 돌담에 숨을 불어넣다
고주연 | 승인 2015.12.14 15:32

낭만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한반도의 보물, 제주도. 제주는 언제나 우리에게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한다. 한편 이러한 설렘을 안고 제주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지친 여행 속에서 카페에 들려 숨을 돌리곤 한다. 이제 제주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찾게 되면서 카페가 또 하나의 관광지로 각광받게 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업성을 띈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들어서고 늘어나면서 제주만의 특색을 담은 카페들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카페에 제주의 흔적을 담아내고 마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카페가 있다. 그 카페가 바로 ‘다시방 프로젝트&키친’이다.

▲ 다시방 정면 모습

나는 ‘다시방 프로젝트&키친’ 카페공방을 통해 제주의 흔적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위하여 구좌를 향해 떠났다. 구불구불한 돌담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선명한 초록색 지붕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나는 카페에 들어가기 전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제주의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지켜주는 듯 돌담이 카페를 포근히 감싸고 있었고, 카페 앞으로는 제주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를 보자 바로 카페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한참 동안 제주의 푸른 바다에 멍을 때리다 개가 짖는 소리가 나자 그제야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온몸이 까만 덩치 큰 개가 달려들었고, 여자 두 분이 주방에서 나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녀들이 바로 제주 구좌에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제주도를 제주도민에게 돌려주고 싶은 사람들, 다시방 프로젝트&키친의 주인 ‘김세희’, ‘남현경’ 씨였다.

“안녕하세요. 천천히 둘러보시고 편히 쉬다 가세요.”

다시방 프로젝트&키친은 피자를 비롯한 식사 메뉴가 있는 키친과 카페에 손님들이 직접 금속으로 반지나 팔찌 따위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공방, 개인 작업실까지 겸비한 카페공방이다.

▲ 남현경씨가 직접 작업한 금속공예 작품

카페는 조명부터 시작해 많은 금속공예 작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저희 카페 인테리어는 저희 손이 안 간 것들이 없어요. 아무래도 금속공예를 하다 보니까 저희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로 꾸미게 됐죠.”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나는 기대감을 안고 메뉴 책자를 살펴보았다. 카페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석류 피자를 맛보고 싶었지만 판매 시즌이 아니라 맛볼 수 없단 말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따뜻한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 뒤 카페 내부를 구경하며 그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저희는 원래 제주도 사람은 아니고 2013년에 서울에서 제주도에 내려왔어요. 이제 카페를 운영한지는 2년 정도 된 것 같네요.”

문을 연 지 2년 정도 되어가는 다시방 카페공방은 서울에서 아트 마케팅을 하던 김세희 씨와 공예 작가 남현경 씨가 만든 공간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직장도 잘 다녔던 그녀들은 왜 제주도까지 내려와서 카페를 차리게 된 것일까.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8년 정도 하다가 제주도에 내려오게 되었어요. 20대 때 한 번 혼자 제주도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제주도라는 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작업실을 차려야지 하는 꿈이 있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못하겠다 싶어서 내려와 버렸죠. 벌써 제주도에서 생활한 지 3년째네요.”

그녀도 한때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이른 아침 출근해 스트레스와 씨름하는, VDM(비쥬얼머천다이저)이라는 근사한 직업도 있었다. 그런 그녀의 제주행은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금속공예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과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 갈망이 공존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회사에서 만난 동료, 김세희 씨가 그녀의 제주행에 함께하게 되면서 ‘다시방 프로젝트’라는 팀이 탄생한 것이다.

제주도 동쪽 마을에서도 주민들이 억세고, 텃세가 심하다고 소문난 구좌읍 김녕리에 위치한 다시방 카페공방. 그녀들은 왜 이런 외진 곳에 다시방 카페공방을 열었을까

“제주도는 이사 철이 정해져 있어서 제가 귀향을 알아본 2013년 봄에는 매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 이 빈집을 발견하고 내려와서 확인해보니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직 대기업이나 중국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특히 제주도 다운 게 남아있는 조용한 마을이란 점요. 사실 김녕 지역은 제주도 안에서 딸 시집도 안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가 세고 거친 곳이라고 해요. 마을 자체도 문화적인 혜택에서 멀어져 있고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 어두운 분위기가 있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금속공예와 카페를 겸한 다시방 프로젝트&키친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녀들은 처음부터 카페를 운영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작업실과 더불어 소규모 파티 공간을 꾸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김녕에 카페가 없다 보니 올레길 방문객들이 오다가다 들렀고,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다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됐어요.”

 

▲ 다시방 내부 모습

카페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카페에는 많은 제주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녀들은 이 빈집에 어떻게 제주스러움을 잘 담아낼 수 있었을까

“처음 이 집으로 결정한 이유가 바로 제주스러움이었어요. 사실 현재 다시방 공간은 옛날 마을 어르신들이 살던 집을 그대로 살린 곳이에요. 처음 제가 이주해왔을 때만 해도 거의 폐가 수준의 집이었는데 3개월 정도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서 지금의 카페 겸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제주도 전통가옥의 대표적인 특징인 돌담과 낮은 지붕.. 원래 있던 농가주택의 제주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죠. 원래는 나무와 흙으로 지은, 110년이 넘은 집이에요. 또 이렇게 저희가 예전 집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제주식 오래된 농가주택에 최소한의 손길만 더해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이 공간. 주방과 작업실을 잇는 조그마한 마루에선 해녀들이 물질하는 바다가 전망으로 펼쳐진다.

그녀가 대답했듯, 그녀들은 제주도의 모습을 살리려 노력하면서 억센 김녕 마을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김녕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저도 걱정을 참 많이 했어요. 초기에 고사를 지내고 떡도 돌렸는데 반응이 정말 무뚝뚝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의외로 한 분씩 들리시면서 젊은 친구가 고생이 많다며 열심히 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이런 말을 들었을 때면 힘이 나더라고요. 또 금속공예 작업을 하다 보니 재료 수급이 어려워 서울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곳에서 누리는 무한한 영감과 행복에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처럼 따뜻한 섬의 온기 덕에 그녀들은 김녕 마을에 잘 녹아든 것 같아 보였다.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구좌의 어떤 매력이 그녀를 이토록 구좌에 빠지게 했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사실 구좌는 무뚝뚝하고 거칠다는 느낌이 강한 곳이긴 해요. 하지만 그만큼 구좌는 제주도에서 가장 개발이 덜 되어 있어요. 구좌에서 가장 제주다운 제주의 멋을 볼 수 있으며 제주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고, 제주의 옛 어르신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죠. 저는 이런 구좌의 매력이 저를 끌어당겼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대답은 나를 좀 더 구좌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그녀는 끝으로 지난 2년 동안 김녕 마을에 머물며 마을에 대한 마음이 더욱 각별해졌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김녕이 가진 역사적인 가치를 보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해서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시방이라는 이름에는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버려지는 현무암을 금속과 결합시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싶은 공예 아티스트의 바람과 다시방을 찾는 사람들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죠. 언젠가는 이곳에 아티스트 레지던시도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농가 레스토랑도 구상 중이고요. 제주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마을 어르신들을 채용하려고 해요.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생기고 예술가가 모여들면 김녕 구석구석에서 무료 전시도 열리고 음악 공연도 열릴 거예요. 바닷가 앞에 작업실을 갖게 해주고 우리가 살 수 있도록 안아준 곳이니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누고 싶어요.”

그녀의 말에도 느껴지듯 구좌에서 제주가 다시 살아나고 변화하고 있다. 마을 사람이 이사를 가는 법도 외지인이 이사를 오는 법도 없던 이곳 바닷가에 자리 잡은 오래된 농가를 개조한 카페 겸 금속공예 작업실, 다시방 프로젝트&키친이 그 변화의 시작이다. 나는 앞으로도 다시방과 같은 카페들이 더욱더 제주 곳곳에 퍼지길 바라본다. <2015 신문제작실습 / 고주연>

▲ 다시방 안쪽 마당 모습

고주연  rhwndus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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