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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에 色을 입히다.[어디 감수광, 구좌로 옵써] (1)김녕리에 이색공간을 더하다.
최현아 | 승인 2015.12.14 15:31

‘구좌’하면 떠오르는 곳은 어디가 있을까?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된 천년의 숲 비자림, 용암동굴인 만장굴과 그 외 여러 동굴들, 여름이면 하얀 문주란꽃으로 뒤덮이는 모습이 토끼를 닮았다 해서 지어진 토끼섬,이 외에도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 관광지들이 구좌에 많이 위치해 있다.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곳들로 제주도민이라면 초등학생 때부터 현장체험학습으로 최소 한 번 이상 방문해본 곳이기도 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곳이 바로 구좌이다.

구좌는 동쪽 끝의 긴 해안선이 두드러진 곳이다. 구좌 안에서도 해안선을 따라 제주도의 바다와 가깝게 지낸 ‘김녕리’, 그 곳은 땅이 척박하여 자연스레 사람들은 물질을 하러 바다로 나가게 되었다. 물질을 하는 사람들 즉, 해녀들은 바람이 세차고 물살이 거센 바다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큰 목소리로 짧게 용건만 전해야 했다. 자연스레 이곳 사람들은 대화를 ‘짧고 무뚝뚝하게’ 끝내게 되었다. 이런 모습이 보이다 보니 김녕의 사람들은 ‘투박하다’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 만연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랜시간 바닷가 곁에 자리잡고 있던 김녕의 거친 세월 틈에 살포시 자신들의 색을 더하는 자들이 나타고 있다.

바다를 품은 마을 김녕, 이곳에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따뜻한 부부의 공간, ‘산호’

구좌읍 김녕리의 ‘남흘동’ 버스 정류장 길 건너에는 낮은 지붕의 집들이 길을 따라 쭉 이어져 있다. 도로를 건너 평범한 집들 사이를 걸어 올라가다보면 유난히 하얗고 따뜻한 분위기의 무언가에 눈이 닿게 된다. 그 곳에 바로 ‘산호’가 위치해 있다.

산호 상점 겸 카페의 건물 모습이다.

산호’의 대문을 밀고 들어가니 사장님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들려온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찾아온다는 길고양이와 놀아주는 사장님의 모습과 함께 테라스 왼쪽 산호상점 겸 카페에서는 사장님 아내 분이 손님들을 위한 음료를 분주히 만들고 있다.

상점에 들어서니 얼마 없는 자리에 손님들이 가득히 앉아 있다. 혼자 온 듯한 여행객은 자기만의 시간을, 삼삼오오 모인 손님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있다.문 바로 옆에 있는 해녀모빌을 비롯하여 제주의 모습을 담고 있는 수공예 작품들과, 아기자기한 엽서와 향초 등의 잡화가 이곳저곳 진열되어있다. 손님들은 차를 마시다가도 문득 일어나 구경하기도 하며 작은 공간에서 자신들 만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산호 상점 내부의 모습, 추운 바깥과는 달리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산호의 부부, 부산 남자 옥정환씨(44)와 서울여자 김은경씨(43)의 만남은 이제 20년을 넘어가고 있으며 자신을 나이 든 사람으로 칭하고 있다. “일단 제주도가 좋았던 점은 공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중에서도 딱 김녕을 선택한건 아니지만 , 제가 부산에 살다가 어릴 때 서울로 가게 됐는데, 그 나이에는 멋진걸 보러 서울로 갔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서울의 공기는 너무 안좋아요. 이 점도 제주도에 가고자 맘먹게한 요인 중 하나이죠.”

결혼한 지 15년이 된 부부의 공간인 ‘산호’가 세상에 나온지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편집샵의 생명인 셀렉을 중요시 여기는 부부는 제주도와 어울리는 이름을 찾다가 ‘산호’라는 바다를 연상케 하는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다.“저희 와이프는 전공이 시각 디자인 쪽이에요.이런거 좋아해서 하는 이유도 있는데 제가 원래 여기 오기 전에 했던 일이 디자인 제품을 수입하는 일이었어요, 이미 서울에서는 온라인 샵을 운영하고 있고 오프라인 샵을 제주도에서 해보는게 어떨까해서 오게 됐어요.” 기존의 돌집이었던 건물은 뼈대는 남기고 안쪽을 리모델링한 형태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의 손길이 이곳저곳 닿아있다.

산호 렌탈하우스 건물 모습이다.

‘산호’는 두 채의 건물로 이루어져있는데, 대문을 기준으로 왼쪽 건물은 '상점 겸 카페'이고, 오른쪽 건물은 '렌탈하우스'이다. 이 두 건물 사이에 위치한 작은 마당에는 작은 꽃들과 소품으로 산호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듯했다.렌탈 하우스의 경우에는 얼핏 보면 ‘가정집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제주도는 아직까지는 상권이 뛰어난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런식으로 하자!’ 하면서 온게 아니라서 상업적으로 될만한 부분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상점과 카페 그리고 렌탈 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거예요.”

자신들이 ‘산호’를 운영하는 이 곳, 구좌읍 김녕리의 매력은 아이러니하지만 예전의 모습이 남아있는, 개발이 안된 모습이 매력이라고 칭하는 부부였다. “이곳이 현재 개발이 되더라도 작게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개발이 되고 있어서 예쁘다고 생각해요.” 이들이 제주에 점점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일도 꿈꾸고 있는데,그 키워드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이다. "제주도니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요"라며 다시 한번 제주도에서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멋진 포부를 드러냈다.

마흔, 이들이 걸어온 세월만큼 생각이 많은 따뜻한 모습의 부부는 앞으로도 이 제주에서 새로운 길을 걸어갈 예정이다. 오늘도 산호는 따뜻하다.

금속꽃이 핀 그 곳, ‘고장난 길’

김녕 ‘남흘동’ 버스 정류장에서 동쪽으로 걸어나간 뒤 바닷가 쪽으로 살짝 발걸음을 틀어보면 또 다른 낮은 지붕들의 집들이 보인다. 바닷가와 한껏 가까워진 마을에서는 바다내음이 물씬 풍겨온다.이 마을 해안가를 따라 걷는 것이 올레20코스. 이 올레20코스에 흔히 말하는 ‘지붕없는 미술관’이 여러 사람들에게 걷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주고 있다. 이 미술관의 이름은 ‘고장난 길’이다.

제주올레20코스가 시작되는 마을 안길부터 김녕해수욕장까지 3km에 걸쳐 펼쳐져 있는 김녕의 ‘고장난 길’ ,총 29개의 작품으로 이뤄져 있으며 평범한 가정집부터 방파제 벽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손길이 닿아있다.

이 곳이 '김녕금속공예벽화마을'임을 알리고 있다.

이 고장난 길의 중심에는 카페 겸 금속공예 작업실인 ‘다시방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남현경씨와 김세희씨가 있다. 변화되고 있는 제주도, 젊은 사람들도 도시로 떠나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는 이 곳에 두 여성을 필두로 하여 김녕에 활력을 넣어보고자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고장난 길’이다. 현재 진행된 프로젝트에 이어서 2차∙3차로 코스 확장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고장난 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길이 고장났다는 건가?’하는 의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로 ‘고장난 길’은 제주도 고어 사투리로 ‘꽃이 핀 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벽에 수놓아진 금속공예들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이름으로 색다른 느낌을 느끼게 한다. “‘고장난‘은 제주도 말 중에서도 고어로 잘 안쓴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어르신들이 지나가면서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는 단어라고 생각을 했어요. 또 이 프로젝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고장난 길‘로 정하게 되었어요.”

평범한 골목사이 작은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올레길을 걷다가 벽에 수놓아진 작품들의 존재에 놀라며, 또 문득 이 작품들이 그림이 아닌 금속공예라는 것에 감탄을 할 것이다. 그림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색깔이 벗겨지는데 이는 특히나 바닷가 주변인 김녕에서는 더욱 좋지 않다는 것이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김녕이 가진 유산이나 멋을 해치지 않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하던 중, 금속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걸어 놓으면 그림보다는 오래가고 집이랑 마을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화려한 그림보다는 김녕의 분위기와 맞게 차분하면서 단단해 보이는 금속으로 하게 되었죠.” 금속 중에서도 ‘동’이라는 재료가 시간이 자나면서 멋스럽고 가치있게 변한다고 덧붙이며 김녕에 최대한 잘 어울리게 하기 위해 금속을 택한 것임을 강조했다.

낮은 지붕의 집들 사이사이를 걷는 올레20코스 안, 고장난 길을 걷다보면 작품 속 유독 많이 보이는 대표적인 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해녀’, 바다와 가까운 김녕에서는 물질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큰 소리로 짧게 대화를 했기 때문에 김녕 어르신들이 기가 쎄고 거칠다는 말이 있다. 이는 외지인들에게 ‘김녕에 가서 버틸 수 있겠냐’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안고 가게한다. 하지만 이들도 실상 따뜻한 마음과 보통의 엄마, 할머니이다. 이 점이 바로 ‘해녀’가 주된 작품이 된 이유 중 하나이다.

강할 수 밖에 없었던 제주 김녕의 해녀를 원더우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저는 여기 해녀분들을 보고 너무 좋고 멋진 여성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억척스럽고 무뚝뚝하다는 인상이 심어져있는거 같은데, 알고보면 굉장히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세요. 물질이 끝나면 트로트 틀어놓고 노시는 모습을 보면서 해녀하면 고되고, 고달픈 이미지만 생각했지 그들은 정작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어떻게 표현을 할까? 많은 생각을 했죠.”

‘해녀’를 주제로 한 작품은 전체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다시방 프로젝트’의 대표 남현경씨의 작품인 ‘원더해녀’는 해녀를 밝은 분위기인 팝아트로 풀어내서 해녀도 밝고 씩씩하며, 즐겁게 사는 여성임을 알리는 취지를 담고 있다. 더불어 ‘밀물과 썰물, 해녀인생’이라는 타이틀의 작품은 거친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가족을 위해 물질을 하는 강인한 김녕의 해녀의 모습과 잠수복과 잠수안경 아래 가려진 한없이 여리고 아름다운 김녕의 어멍의 모습을 나타냈다. 평범한 가정집 벽에 아티스트들의 혼을 담은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번 가던 길을 멈추고 사색에 잠기게 한다.

강인한 김녕의 해녀인 모습과 해녀 잠수복 안에 여리고 아름다운 김녕의 어머니를 표현한 작품이다.

해녀를 비롯하여 제주스러운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이 곳, 김녕. 오히려 개발이 덜 된 부분이 거칠면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고장난 길‘을 걷다가 엉뚱한 곳으로 가면 작품이 있는 길은 저 길이라고 알려주는 어르신의 따뜻한 도움과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꿋꿋한 금속공예작품들까지, 낮은 지붕의 집들 사이 바다내음과 함께 멋들어진 작품을 보며 마음의 꽃을 피우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고장난 길‘은 큰 쉼터가 될 것이다. < 2015 신문제작실습 / 최현아>

최현아  ghdqp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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