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설렘과 긴장이 공존한다. 늘 생활하던 곳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설렘과,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곳에서 오는 긴장감.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 월정리에 이 설렘은 가득 채워주고, 긴장은 저 멀리로 날려줄 따뜻하고 아늑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이곳에서 세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자신을 고양이들의 집사라고 자칭하는 고양이정원 게스트하우스의 임집사, 임서영씨(33)를 만났다.

제주도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고양이정원 게스트하우스'

임서영씨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로, 제주도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서울의 한 대형 어학원에서 학원 관리를 맡아 일을 하고 있던 그녀는 어느 순간 쳇바퀴 돌듯이 흘러가는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무작정 짐을 싸서 제주도 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20대에 들어서서 제주도에 여행을 자주 왔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막연하게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와서 살게 되니 아직도 꿈같아요.”

고양이정원 게스트하우스 임서영 사장

하고 싶은 것은 당장 해야 하는 그녀의 성격을 알기에 제주도에 가서 살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을 때 가족들과 주위 친구들은 모두 약간의 놀라움만 내비쳤을 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직장은 있냐는 물음에 알아서 먹고 살겠다고 대답하고 서울을 떠나왔다. 완벽한 계획을 갖고 내려온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너무나도 두렵고 막막했다.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한참 고민을 하던 중, 월정리의 작은 집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제주도에 여행 왔었던 경험을 떠올리다 몇 년 전의 자신과 같은 여행객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과 실업급여만을 갖고 내려온 터라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업체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낡은 시골집을 개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배부터 시작해서 벽 보수, 장판 보수, 현관 보수, 심지어는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 화장실로 만드는 것까지 다 혼자 해야 했어요. 물론 어쩔 수 없이 제가 하지 못하는 부분은 업체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몇 개월간의 힘든 대장정이었죠. 너무 힘이 들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덕분에 비슷비슷하고 틀에 박힌 인테리어가 아닌,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임서영씨만의 게스트하우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서면 예쁜 드림캐쳐를 비롯한 다양한 소품들이 눈에 띈다. 이런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그녀의 손에서 직접 탄생했다.

게스트하우스 내부에 아기자기한 장식품이 눈에 띈다.

“이런 소품들은 장식용으로도 쓰지만, 대부분은 플리마켓에 직접 나가 판매를 하며 부업으로 삼고 있어요. 손님이 없는 날에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고양이들과 함께 마당에 앉아 장식품을 만들 때 정말 행복하죠. 뒷산에 가서 나뭇가지를 줍고, 해변의 조개를 주워서 예쁜 장식품을 만들고 벽에 걸어놓으면 바라만 봐도 좋아요. 도시에 살 때는 몰랐는데 이런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게 돼요.”

그러나 이런 행복 가운데서도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기 마련이다. 사업도 처음 해 볼 뿐만 아니라 숙박업종에 관해서는 아예 경험이 없던 터라 힘든 적이 많았다.

“아마 오래 운영하신 분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치시겠지만, 회사 일을 할 때보다 근무시간이 길다는 게 가장 힘들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준비와 빨래, 청소, 손님맞이를 하다보면 어느 새 하루가 끝나있어요. 손님이 없는 날에는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성수기에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힘들어도 버틸만하지만, 주위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2년차에 고비가 온다더라고요. 그때도 잘 견뎌내길 바라고 있어요.”

게스트하우스 일의 힘든 것도 제주의 파도치는 소리와 새 지저귀는 소리, 넓은 마당에서 뛰어노는 고양이들을 보면 다 잊어버린다는 그녀는 어느 덧 제주도에 완벽 적응을 한 도민 같아 보인다. 그런 그녀가 제주에 내려온 지 1년 만에 이제는 서울에서 신던 높은 하이힐대신 삼선 슬리퍼, 십만 원에 가까운 레인부츠 대신 동문시장표 만 삼천 원짜리 장화를 신는다며 웃었다.

“도시에서의 삶이 그리울 때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참으로 부질없었음을 느껴요. 가끔 볼일이 있어서 서울에 가면 나 혼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젠 제주도가 제 고향 같다니까요.”

바쁜 도시 속에서의 삶을 벗어나, 어찌 보면 한량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임서영씨.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작은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깨우쳤다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운을 띄웠다.

“제가 지금 사업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이곳에 투자한 금액을 넘어서서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렇지만 저는 이 결정을 한 걸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돈에 얽매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어느 정도 손해 볼 것을 감수하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 밖으로 과감히 한 발을 내딛어야 그것으로 인한 새로운 것들을 얻을 수 있어요.”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녀는 아마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가장 큰 행복이다. 몇 년 후에도 변함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 그녀의 앞날을 응원한다. <2015 신문제작실습 / 오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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