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시청 대학로 골목 내 호근동 맞은편에 위치한 30km COFFEE&BEER 머뭄

제한속도 30km. “사람들은 늘 바쁘게 살아가잖아요. 천천히 가면 보이는 것들이 많은데 다들 놓치고 말아요. 저는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천천히 둘러보며 쉬다가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카페는 요즘 어디서나 흔하게 보인다. 최근에는 카페에 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일상이 되었을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카페가 많이 밀집되어있는 제주시청 부근 대학로.

체인점들이 가득 자리 잡고 있는 그 길에서 색다른 향기를 머금은 'COFFEE&BEER 머뭄'의 사장 고민선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페에 들어서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골목길을 연상하게 하는 가게 입구는 주인장의 세심함에 카메라 셔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가게에 들어서면 향긋한 민트와 커피 냄새와 함께 사장님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구분하기 힘든 귀여운 여성이 웃음으로 맞이한다.

“제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었으면 했지만 처음부터 카페를 차리는 것을 꿈꾼 것은 아니었어요. 남들처럼 누구 밑에서 일하기는 싫었고 진정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대학로 부근에 낡은 집을 사게 되었는데 이곳의 분위기가 대학로에 흔한 카페와는 다른 카페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제까지 생각해왔던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29살의 고민선 사장에게 이런 기회가 그냥 찾아 온 것이 아니다. 20살에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학교를 다니다가 갑자기 제주도가 너무 좁다고 느껴 단돈 90만원을 들고 서울로 향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에 큰물에서 놀아야지라는 결심을 하고 올라왔지만 막상 현실은 잠을 잘 곳도 없었다.

“서울에 올라와보니 진짜 막막하더라구요. 그러던 중 우연히 칵테일 바에 취직하게 되었는데 정말 신세계였어요.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월급으로 달랑 70만원을 받았는데도 행복했어요. 칵테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죠(웃음)”

▲ COFEE&BEER 머뭄 고민선 사장

70만원. 이 돈으로 한 달을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민선씨는 투정부리지 않았다. 매사 긍정적이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민선씨의 긍정적 마음과 친절함이 마음에 들었던 단골손님의 제안으로 광고회사 영업부에 3개월 인턴을 거쳐 직원으로 채용됐다. 칵테일 바에서 일하던 월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민선씨는 곧 회의감을 느꼈다.

“광고회사에 일하다보니 스펙의 중요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사람들이 스펙스펙하는게 정말 싫었는데 그게 필요해서 내려왔어요. 참 어이없죠.(웃음) 그 길로 저는 25살 때 제주대학교에 입학하려 했는데, 제가 20살에 갑자기 서울로 떠나서 퇴학이 되어있더라구요.(멋쩍은 웃음) 그래서 한라대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게 됬죠. 입학 후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과 수석으로 졸업했어요.”

스펙을 쌓았지만 민선씨는 회사에 취직하고 싶지 않았다. 광고회사에서부터 블로그를 꾸준히 해오던 민선씨는 졸업 후에 전문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때 제주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얻었다.

“제가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준파워블로거?정도는 됬어요. ‘지집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는데 제주도를 다니다보니 정말 예쁜 곳들이 많더라고요.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도 있었고 저거는 저렇게 고치면 예쁘겠다하는 곳도 많았어요. 제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거기서 정말 나만의 가게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지게 된 것 같아요.

민선씨가 처음부터 카페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원래 자신이 잘하는 칵테일 바를 하려 했지만 건물내부의 분위기를 보니 자신이 제주도를 둘러보며 봐왔던 이색카페들이 떠올라 이색보다는 대중화된 카페가 많은 대학로의 특징 착안해 자신만의 이색카페&펍을 만들고자 했다.

“평범한 카페는 싫더라구요.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카페를 만들고 싶었어요. 다들 알다시피 요즘은 튀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제가 DIY를 좋아해서 손으로 직접 다 만들고 싶었어요. 물론 남자친구가 많이 도와줬지만요(웃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클린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쓸 만한 물건들을 찾았죠. 남들은 클린하우스 더럽다고만 생각하잖아요. 근데 편견을 없애면 얻는게 많아요. 그래서 클린하우스는 저한테는 보물창고에요. 남들이 버린 물건을 가져다가 씻고 닦고 칠하면 보잘 것 없던 물건이 새 제품과는 다른 엔티크함이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아날로그적 감성이랄까나?”

▲ COFEE&BEER 머뭄 입구

‘카페 머뭄’은 민선씨의 고생과 땀과 인내의 과정을 거쳐 올해 9월18일에 개업을 했다. 하지만 개업을 함과 동시에 더 많은 걱정거리가 생겼다.

“일단 시공일이 너무 늦어졌어요. 한 달 정도 지체되는 바람에 바로 개업을 했는데 정말 정신없더라고요. 제 나름 레시피를 만들어보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거죠. 부족한 만큼 손님들의 질타가 이어지더라구요. 힘들었죠. 근데 그게 저한테는 원동력이 됐어요.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문제일까 더 고민하게 됐죠.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 관심이 있다는 거니깐 저는 그게 좋았어요.”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말 힘들 때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자신의 레시피가 손님들의 주관에 의해 평가될 때 이다.

“손님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음식을 먹어보지도 않고 나갈 때 상처를 받아요. '도대체 문제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죠. 또 저희 가게가 민트를 메인으로 하거든요. 근데 민트차가 나갈 때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에 마당에 널린게 민트인데’ 하고 이야기하실 때 좀 그래요. 하지만 제일 큰 상처는 손님들이 맛이 없다고 하실 때에요.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해서 만든 레시피인데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요. 더 노력하라는 채찍질이라고 생각해요.”

고민선씨는 늘 노력과 고민 속에서 산다. 그 고민과 노력의 결실이 빛을 바라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손님들이 가게에 와서 ‘와! 예쁘다’라는 말과 사진을 찍고 음식 맛을 보고 ‘맛있다’라고 할 때 정말 뿌듯해요. 제가 노력한 걸 알아주는 거잖아요. 그럴 때마다 너무 감사해요. 그중에서도 한 손님이 오셔서 ‘와 이 가게 네 가게였으면 좋겠다. 정말 갖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너무 뿌듯했죠. 사실 저도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하겠지’라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돈과 행복이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돈이 아닌 나의 고생한 노력을 알아줄 때 정말 행복해요.”

▲ COFEE&BEER 머뭄의 내부

정말 다사다난했다. 20살 때 막연히 서울로 떠나 생활하고 광고회사에 취직하고 내려와 학교를 졸업하고 블로그 활동을 하며 가게를 차리기까지 정말 스팩타클하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민선씨 그녀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일까.

“미래의 꿈이요? 음.. 사실 이대로도 만족해요. 일하는 게 좋아요. 일하러 간다기 보다는 놀러간다고 생각해요. 손님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일하는 시간들이 정말 행복해요. 그래도 꿈을 말씀해 달라하시니.. 제 꿈은 저는 대학로에 오면 무조건 들려야하는 이색카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줄서서 기다리는 카페가 되면 더 좋고요. 너무 큰 목표인가요?(웃음) 관광지나 해안에 있는 카페는 줄서서 사먹고 하잖아요. 저는 관광지가 아닌 시내에서 이것을 이루어 보고 싶어요.

29살. 어린 나이라면 어린나이고 많다면 많은 나이이다. 일반적인 여자의 나이 29살은 결혼을 꿈꾸거나 직장 생활을 할 나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COFFEE&BEER 머뭄’ 사장 고민선씨. 그녀가 전해주는 사업 팁은 무엇일까.

“무엇을 하던지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어 보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것이든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나만의 특별한 아이템이 있기 마련이죠. 이런 아이템을 바탕으로 시작을 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그 결과는 더욱 값지지 않을까요?”

끊임없는 시행착오, 명확한 목표와 꿈, 긍정적 마인드가 없었다면 과연 성공 할 수 있었을까? 누구나 평범한 삶을 꿈꾸지는 않는다. 자신이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민선씨의 이야기를 계기로 시작도 못해본 청년들의 인생이 머뭄이 아닌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2015 신문제작실습 /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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