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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과 이미지 권력
최낙진 언론홍보학과 교수 | 승인 2015.03.06 11:24
   
 

 원희룡 당선자가 신구범 전 도지사를 인수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능력과 경력을 골고루 갖춘 원로 인사를, 명칭이야 어찌됐든 약 한 달여라는 짧은 기간에 도정을 인수인계해야 하는 책임자의 자리에 임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이 도지사직을 놓고 자신과 경쟁을 벌인 정당의 대표라고 할 때는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정당간의 정책 대결이 선거의 본질이라 한다면 원희룡 당선자의 처신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덧붙여 공당과 궨당을 구분하지 않는 우리 지역의 정치의식이 작동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신구범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 모두 신구범 개인에게 투표한 것은 아니다. 그 수를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공당에 투표한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이를 인정치 않고 협치(協治)의 명분으로 두 개인 간에 이루어진 합의는 분명 정당정치의 굴절이자 왜곡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를 미화하는 지역언론도 이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본다.

 이번 6·4 지방선거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하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즉 도지사들의 정치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주자로 언론의 호명(呼名)을 받은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그 중심에는 우리 제주의 원희룡 당선자와 경기도의 남경필 당선자가 있다.

 원래부터 계획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원희룡 당선자의 신구범 후보 인수위원장 영입은 협치(協治)의 명분으로 여기저기 언론에서 대서특필되어 다루어졌다. 원희룡 당선자에게 일종의 예비 대권 후보자로서의 위세를 달아준 셈이다. 그래서인지 제주 지역에서는 원희룡의 이미지 권력이 과하게 작동하고 있는 증후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137명의 인수위원단 구성이다. 한국 지방정치사에 그 유례가 없는 대대적 규모이다. 마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떠오르게 한다.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에 해당한다. 그만큼 정치인은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정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관리해나가야 한다. 차기 아니면 차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원희룡 당선자가 이미지 중심의 미디어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희룡 당선자는 선거 캠프를 꾸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의 캠프에 적지 않은 언론인들과 PR 전문가들이 합류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두고 대권 이미지 구축 프로젝트의 시작이라 보는 사람도 있다. 제주도지사가 한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은 한국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나쁘지 않다.

 내용과 진정성이 채워지지 않은 정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다. 일말이라도 대권 프로젝트가 맞다면 원희룡 당선자와 그의 이미지 메이킹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 전략을 구사하다 보면 이미지 권력만 남는다. 이미지 권력은 일시적인 영웅 만들기 신드롬과 맥락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신드롬의 속성은 조그만 흠만 나도 사라진다는 것에 있다. 영웅 만들기와 영웅숭배 그리고 영웅 죽이기 신드롬은 언론이 자기 자신을 위해 즐겨 구사하는 프레이밍 전략이다. 언론은 언제든지 새로운 영웅을 찾고 또 만들 수 있다.

 원희룡 당선자가 한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아직 뭐라 할 말이 없다. 이보다는 원희룡 당선자가 제주도의 유능한 도지사가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이 순서일 것이다. 원희룡 본인과 그의 주변 참모들 그리고 제주 언론이 이 물음의 순서를 망각하게 되면, 우리 제주도에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미지 권력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본 칼럼은 한라일보 월요논단(2014.6.16)에 실린 내용입니다.

최낙진 언론홍보학과 교수  pastel818@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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