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시간 교수님이 칠판에 판서를 하시면 정신없이 받아적던 학생들의 모습이 점차 사라져간다. 하얀 분필들과 지우개에 묻은 분필가루를 털던 모습 대신 PPT 발표를 하기 위해 빔을 쏘는 광경이 펼쳐진다. 가지각색의 펜으로 공책에 필기를 하던 학생들보다 강의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찍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교수님들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스마트폰에 관해 긍정적·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변종철(화학과), 황경수(행정학과) 교수님들을 만났다. 교수님들과의 사담을 통해 ‘스마트폰, 나의 속마음’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절제한다면 스마트폰은 편리한 학습도구

 

△평소 스마트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변종철 화학과 교수님.

 “우리는 시대가 흐를수록 디지털화 되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편하게 해준다. 정보를 검색하거나 개인적인 여가시간을 즐기는 등 윤택한 삶을 제공해준다. 스마트폰에게 영혼을 뺏기듯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절제하는 지혜를 발휘해 적절히 사용한다면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 때문에 옛날과는 많이 다르게 대화가 단절되며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내 딸과 아들 모두 제주대를 졸업하고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 잡고 있는 모습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스마트폰 중독이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다.”

△강의 시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의를 진행할 때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딱히 지적하지는 않는다. 화학수업같은 경우에는 용어가 어려워 정보검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강의를 진행하면서 나도 스마트폰을 사용해 도움을 얻곤 한다. 영어 강의를 진행하는 어느 교수는 SNS를 통해 수업의 질을 향상시킨 다고 들었다. 내심 부러웠다. 몰론 수업을 듣지 않고 SNS나 게임을 하는 학생이 있는데 이런 학생들을 보면 상당히 안타깝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강의를 하면서 방해받은 적이 있는가

 “당연히 있다. 벨소리나 게임 사운드가 날 때 얼굴을 찡그리곤 한다. 또한 과제를 공지하거나 시험범위를 알려줄 때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은 학생들이 되묻곤 한다. 학생들을 몇 번이나 계도시키려고 노력했으나 강의 진행에 문제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방치한다.”

△무분별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스마트폰은 양날의 검이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모두가 고개를 떨구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특히 수업을 청강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그 피해는 자기 자신에게 고스란히 받는다. 양날의 검인 스마트폰을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모습으로 보인다. 학업의 목적을 제외한 스마트폰 사용은 줄일 필요가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항상 말을 해도 자식이 듣지 않는 것처럼 남이 말을해서 변화하기는 어렵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느끼고 적절히 사용했으면 한다.”


스마트폰은 절대 악(惡)


△평소 스마트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황경수 행정학과 교수님.

 “스마트폰이 상용화된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영혼도 뺏어간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면 알림음이나 진동이 들리는 등 환청을 느끼기도 한다. 애초에 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삐삐시절을 기억하라”

△스마트폰이 학생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공무원 시험을 2년 일찍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장악하려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진심이다. 좋은 성적을 얻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학업의 목적보다 SNS, 게임 등 불필요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스마트폰 사용은 절대 악이다.”

△강의 시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막는가

 “매 강의시간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룰을 만든다. 바로 스마트폰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원활한 강의를 위해 스마트폰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스마트폰을 꺼내라고 지시한 뒤 정보를 검색하고 다시 감추게 한다. 항상 수업시간마다 스마트폰의 악한 매력을 설명한다. 학생들이 손을 책상 아래로 내려놓는 등 의심의 행동을 보일 시 바로 제재한다. 제주대에 재직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앞으로도 강의 시간 스마트폰 사용을 철저히 금지시킬 것이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스마트폰이 사전과 같은 학습도구가 될 수 있지 않나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강의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있어 무조건 불이익이다. 자신의 공부가 방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벨소리가 울린다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 또한 교수가 학생들의 지식함양을 위해 조력의 의무가 있다면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정숙의 의무도 있다.”

 

△무분별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스마트폰을 없앨 수 있다면 없애라. 전부 내 자식같아 하는 말이다. 자식한테 나쁜 길로 인도하는 부모를 봤는가. 우리 딸도 중학교 2학년인데 폴더 폰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을 딸에게 심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요즘 딸아이가 직접 폴더폰을 쓰겠다고 요청을 해 매우 자랑스럽다. 세상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젊음이 넘치는 청춘의 20대이다. 스마트폰은 시간을 뺏는다. 젊음도 뺏는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인다면 학생들은 더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백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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