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문화공간 ‘왓집’을 탄생시킨 김정희(왼쪽부터)씨, 윤선희씨, 문주현씨.

 

 “우리와 함께 재밌는 일 해볼래요? 발코니에서 연주회 할까요?”

 건물 곳곳에는 제주 문화가 한 가득 담겨있다. 휴일이면 가수들의 공연장으로, 기념일에는 연인들의 카페가 된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하는 이 공간은 바로 ‘문화 공간’이다. 제주의 문화와 평생을 즐겁게 살고 싶은 ‘Space What? 왓집’의 세 자매를 만났다.

 그들의 시작은 단순했다.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의 예술시장, 그곳에서 ‘왓집’의 씨앗이 만들어 졌다. 문주현(30)씨는 예술시장에서 제주어 배지를 제작했다. 윤선희(33)씨는 바느질로 만든 ‘토마’ 브랜드의 말 인형을 판매했다. 김정희(30)씨는 ‘건방진빵’의 브랜드 빵을 만들었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 세 자매의 독특한 세 갈래 길은 하나가 됐다.

 “왜 많은 테마 중에 ‘제주 문화’를 주제로 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내가 제일 잘 아는 곳이니까. 그리고 제주 문화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에요.” 

 그들은 하나의 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세 사람은 또 하나의 집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현재의 왓집이 자리한 곳에 느낌을 ‘딱’ 받았다. 빈 공간에 세 자매는 자신들의 꿈을 쏟았다. 문주현씨가 기획, 윤선희씨와 김정희씨의 건축 설계까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들만의 ‘왓집’을 탄생시켰다.

 이들의 집 이름인 ‘왓’은 제주어로 ‘밭’을 뜻한다. 자신들의 밭에 제주의 문화를 뿌리겠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한편 세 자매에게는 왓집에 얽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왓집의 문을 열기 전에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런데 여행을 다녀 오니까 일하기가 너무 귀찮은거에요! 차일피일 일정을 미루다 어느 날 정신없이 오픈식을 가졌어요. 세상에, 우연의 일치인지 우리가 4월 5일 식목일에 문을 열었지 뭐에요. 결국 우리는 문화를 심은 셈이 되는 거죠. 하하하.” 

 왓집을 만들고 그들은 새롭게 출발했다. ‘오메기 떡’, ‘쉰다리’, ‘돌코롬 보리빵’, 메뉴판에 적힌 제주어는 문화 기획 담당인 문씨의 작품이다. 그녀는 서귀포 예술시장에서 판매하던 제주어 뱃지 또한 제작 판매중이다.

 윤씨는 자신의 ‘토마’를 타고 왓집에 들어왔다. 진열장에는 자그마한 말 인형이 가득 채워져 있어 손님들의 이목을 끈다. 그녀는 가끔씩 손님들에게 ‘토마’ 제작 강의를 해주기도 한다.

 김씨는 자신의 빵 굽는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최근 그녀는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오백건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제주의 이야기와 빵과 재료가 뒤죽박죽 섞인 그녀만의 빵을 500개 만들겠다는 얘기다.

 “가끔씩 그런 말을 자주 들어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샘솟는 거냐고. 사실,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서로 편하게 대화를 하다보면 이걸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실천에 바로 옮기면 또 하나의 꿈이 현실로 나오는거죠.”

 이들은 이외에도 ‘LAB 왓’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각 지역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또한 장소에 얽힌 사람과 역사, 문화, 자연, 삶을 기록한다 이렇게 모인 이야기를 그녀들은 한데 모아 ‘이야기 지도’를 만들었다.

 그녀들의 활동은 끝을 모른다. 아직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왓의 마지막 모습이 어떨지는 세 자매도 모른다. <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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