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감귤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태윤 기자.

 가방에는 무거운 카메라, 언제든 기사를 작성하게끔 마련된 수첩과 펜 한 자루.

그들은 지친 몸을 달래며 잠시 눈을 붙이다가도 특종이라는 말 한마디에 번쩍 눈을 뜨곤 한다. 세상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매의 눈을 가졌지만 따스한 휴머니즘 기사 쓰기를 더 좋아한다는 조금은 엉뚱한 기자, 한라일보의 이태윤 기자를 만났다.

비록 과제로 시작한 기자 역할이지만, 현직 기자 선배에게 후배가 조언을 청하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학교를 떠나 사회 초년생이 된 ‘새내기’가 겪은 냉혹한 현실과 선배로서의 진솔한 조언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처음부터 기자가 될 생각은 없었어. 나도 다른 동기들과 다를 바 없이 졸업은 다가오고, 취업은 해야 하니 고민이 많았지. 나는 늘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을 선호했고, 사람들과 얘기하는 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기자란 직업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느꼈지. 그게 내가 기자가 된 이유야.”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출신의 이태윤 기자는 눈에 띄는 ‘특종’은 아니었다.

토익 점수가 높은 것도 아니요, 유학 경험도 없었다. 그가 믿은 것은 넘치는 자신감과 몸으로 부딪혀보는 도전정신이었다. 취업을 앞두고 턱없이 낮은 학점과 모자란 경력사항을 1년간 더 채우려는 동기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실패만큼 좋은 경험이 없단 생각에 무작정 면접을 봤다.

결국 그는 한라일보에 기자로 당당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다소 어린나이에 한라일보에 입사한 그는 편집부에 소속됐다. 그리고 한라일보의 12, 13면 ‘사람들’의 편집을 맡게 됐다. 맡은 지면 특성상 도민들의 행사, 봉사활동, 기부 등 활동기사들이 실리기 때문에 그는 도민들의 인간미를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한라일보에 입사한 뒤 가장 뿌듯했던 때가 있어. 바로 ‘제주 빠지다’란 코너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기사가 나간 이후 내게 연락이 왔더라고. 정말 고맙다면서 회사까지 찾아와 맛있는 과일들을 주고 가신 그분들 덕분에 기자생활에 힘을 낼 수 있었지. 그 뒤로는 단순히 기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 이름 석 글자를 새기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 

 이태윤 기자에겐 뿌듯한 일 만큼이나 서럽고 힘든 일도 많았다. 위계질서가 특히나 강한 신문사의 특성상, 자신이 맡은 업무를 모두 마쳐도 선배들이 남아있으면 퇴근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초년생’ 이태윤 기자는 멋모르고 퇴근을 해버렸고, 한 선배의 돌아오란 다급한 전화에 허겁지겁 신문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를 기다린 것은 야근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선배들의 잔소리였다. 또한 나이가 어린 탓에 그는 ‘동기지만 아는 후배’가 돼버리는 제주도의 좁은 환경에 부딪히기도 했다. 

 1년간의 한라일보 생활을 마친 그는 기자란 존경 받아야 하는 직업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 매일 기사거리를 찾고 작성해야 하는 것에 때로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고충을 받았다. 짧다면 짧은 기자생활이었지만, 친구들과 대화 중에 습관적으로 ‘기사체’가 튀어나와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 이태윤 한라일보 기자를 김가희 기자가 인터뷰하고 있다.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글쓰기일거라 생각해. 나도 입사했을 때 글 쓰는 것이 무척 두려웠고, 실제로 글을 엄청 못쓰기도 했지. 하지만 기사라는 것이 잘 짜인 형식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거든. 반복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두려움도 사라지더라. 글 쓰는 것이 무섭다고 기자가 되는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하지만 어휘 공부는 정말 필요하더라. 같은 기사를 쓰더라도, 단어 선정을 얼마나 깔끔하게 하느냐. 중복되는 단어를 어떤 표현으로 대체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과 마주치기 때문에 다른 것은 몰라도 어휘공부를 많이 하길 바래.” 

 그는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휴머니즘 기사 작성을 꿈꾸고 있다. 세상에 부조리한 것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정말 이 세상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기자는 단순히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야.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짧은 글에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멋진 언어의 마술사들이지. 내가 한번 취재를 가서 녹음본을 정리하면 분량이 1만자 정도가 나와. 그런데 그 내용을 2천자로 줄여도 기존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노동에 가까워. 하지만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내서 나온 기사들이 신문으로 매일매일 나올 때마다 기분이 무척 좋아.” <2014 신문제작실습 / 김가희>

이태윤 기자가 말하는 취업 Note

1) 내가 원하는 직장에 우선 도전해보자. 경험만큼 좋은 무기는 없다.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경쟁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그들의 모든 것을 습득하자. 게임의 경험치를 쌓듯, 다양한 회사에 지원을 하고 면접을 거치는 것도 나를 성장하게 한다.

2) 기자가 되려면 어휘 공부를 하자. 어휘 공부라는 게 특별히 학원을 다니거나 강의를 들으란 것이 아니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최고의 공부다. 다양한 어휘가 머리에 있는 기자는 기사 또한 풍부하고 다양하게 작성할 수 있다. 책을 읽자.

3) 필기하는 습관을 갖자. 단순히 자신이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적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은 손과 뇌를 자주 사용해야 더욱 영리해진다. 또한 기자들은 매 순간 아이템을 마주칠 때나, 빠른 기사 작성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럴 때 필기하는 습관은 큰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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