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시청의 번화가를 벗어나 조용한 좁은 골목길을 찾아 조금만 들어가면 작은 비디오가게가 하나 있다. 어릴 적 군것질을 하며 드나들었던 옛 추억에 젖게 하는 작은 가게.
스마트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비디오’라는 단어는 현재를 잠시 잊고 과거에 멈춰 있는 듯하다. 작은 가게에 들어서면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익숙한 그 냄새는 우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 가게를 운영하는 ‘송 OO씨’는 이런 업종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녀는 “7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고 관심이 있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고, 직장 생활을 하다 아이가 생겨서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가게를 하게 됐다”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인터넷, 스마트기기의 등장으로 발길이 뚝 끊겨..

우리는 가게를 한 바퀴 구경하며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송씨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작가들도 책으로 내면 사거나 대여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수입이 안 된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 올리면 수입이 괜찮으니 웹툰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죠. 미생과 같이 인기 있으면 책으로 펴기도 해요. 그런데 웹툰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저희가 개인적으로 불러서 대여를 해요.” 이어 그녀는 “ 세상이 바뀌면서 비디오를 빌리던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고 스마트 TV가 나오면서 3년 전 부터 비디오도 다 DVD로 바뀌었어요.”라며 이런 업종이 설 곳이 점차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 책을 빌리고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가 점차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 듣고 있을 때 송씨는 “사람들이 책을 빌려가고 연체료를 안주는 경우는 태반이에요. 그리고 낙서를 하거나 책 사이사이에 김칫국물, 코딱지 같은 것들이 있는 거는 다반사고 냄비 받침으로 쓰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어 그녀는 “저희는 사람들이 책을 안 돌려줘서 경찰서에도 간적이 있어요. 형사 분이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신고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어요.” 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에는 카메라를 달고 휴대폰 번호 받고, 사진을 찍기도 해요. 그래도 본인이 안 빌려갔다고 발뺌을 해요. 잠수를 타는 경우도 많고요. 저희는 연체료도 연체료지만 책을 돌려주지 않는 게 많이 힘들죠.  2007년부터 책을 안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많아요.”라며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대하여 묻자 송씨는 “그 순간이 딱 요즘 같아요. 점점 비디오가게를 찾는 사람이 없어지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며 비디오 가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터뷰가 끝나 갈 즈음에 그녀는 “이 업종이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것이 손님의 책임도, 본인의 책임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러한 책방이 사람들한테 잊혀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며 간절한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여전히 비디오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러한 사람들로 인해 작은 가게들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비디오 가게를 자주 이용하던 사람들은 책 한장 한장을 넘기면서 읽던 '손맛'을 잊지 못하고 이러한 가게들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어져 가고 있지만 그들의 추억을 향유하고 있는 작은 비디오가게들.
세상의 변화에 익숙해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편해진 우리들 스스로가 낡은 책과 비디오의 냄새 그리고, 그것들이 주던 즐거움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2014 신문제작실습 / 양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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