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책을 평소에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으로 명확하게 분류되어 있다. 나에게 책이란 항상 읽고 싶은 존재이지만, 책의 종류나 내용에 따라 편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언니는 취미 중 하나로 책을 읽는데 가끔 카페에 같이 놀러가면 각자 책을 가지고 와서 읽는 편이다. 어느 날 언니가 카페에 가서 꺼낸 책이 ‘위저드 베이커리’ 였다. 언니와 동생의 사이는 항상 동생이 언니를 따라하고 싶고 언니가 하는 모든 것들이 좋아 보이는 것 같다. 그 날도 그랬듯 언니가 읽는 책이 재미있어 보였다. 사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초등학생, 중학생 때부터 학교 도서관에 필독 도서 목록에 있던 책이라 읽지는 않았어도 알고 있던 책이다. 필독 도서에 있었지만 절대 읽지 않았던 책 중 하나인데, 언니가 읽고 있으니 재미있어 보여 어떤 책이냐고 질문을 했던 것 같다. 대답은 ‘한번쯤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했다.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같이 읽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 어렵지도, 길지도 않은 책이라가족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이란 확신이 섰다.

   순서는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있었던 언니가 첫 주자로 시작하고 그 다음은 나 – 엄마 – 아빠 순으로 결정했다. 이 책에서는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로 시작된다고 느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나와 우연히 머물게 된 신비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재혼, 친어머니의 버림, 의붓 동생이 당한 성폭행과 거짓말, 새어머니의 핍박 등 열여섯 살 소년이 겪기에는 벅찬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었다.

  최근 들어 가족 모두가 같이 만나서 대화 할 시간이 없었는데, 나의 과제 겸 가족들과 한가지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토대로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 결과에 대한 감당도 자신이 해야 된다. 각자 책을 읽은 후 ‘선택’ 이라는 키워드에 핵심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열 여섯살 소년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냐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족이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를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기에 의견도 다르게 나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만약 우리집이 이런 상황이 놓이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조금 더 어렸던 우리를 키운 부모님의 감정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따듯한시간을 보냈다. 아빠가 해준 신 말 중 가장 마음 속 깊이 들어왔다. 아버지는 우리를 낳으시며 자식 간의 사이가 좋고 커서도 친하게 지내고 교류하며 지냈으면좋겠다는 마음으로 키웠다고 하셨다. 사실 아빠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처음이라 뭉클함도 느꼈다.

  가장 좋았던 구절을 하나씩 가져오기로 해서 공유했다. 엄마는 ‘ 그가 손님들에게 주는 것은 등을 기대고 안주해도 좋은 행복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였다. 아빠는 ‘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니까.’ 언니는 ‘회피나 분노, 억울함 아니면 냉소, 나의 마음은 그런 것들과 채워져 지금과 같은 감정에 자리를 내줄 틈이 없지 않았던가.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서 오는 아픔에.’ 나는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였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뇌리에 박힌 구절이 다 달랐다. 각자의 마음 속에 깊이 남은 구절인 만큼 이 글 한 줄이 다가오는 의미가달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가정 안에서도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집도 사소하기도 하고 위태롭기도 한 일들도 있었다.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고 가족의 사랑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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