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다케토시   /   필름(Feelm)   /   2022.02.22.   /  정가 14,000원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제목이 주는 힘이 강해서였다. 한 번도 가족들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라는 제목은 가족들과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해볼 수 있겠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시작도 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가족은 현재 부모님은 본가에 살고 계시지만, 오빠는 용인에서 직장생활을, 나는 제주에서 학교생활을, 동생은 안동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어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가 참 어려운 상황이었다. 메시지나 전화로 말을 하는 것보다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대화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에 책을 직접 전달해주면서 책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각자 시간될 때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한 후 다 읽은 사람 순으로 궁금했던 질문을 하고 가족의 대답을 들어보면서 인터뷰식으로 진행해보았다. (군생활 중인 동생은 여건이 되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다.)

첫번째 질문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였다. 이 책의 챕터1 중에서도 제일 처음으로 나온 질문이었다.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첫번째 주자였던 아빠는 “가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두번째 주자였던 오빠는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미래를 위해 살고 있다”고 답했다. 세번째 주자였던 엄마는 “현재 나는 엄마이자 아내이다. 나를 위해서 보다는 가족을 위해 살고 있는 거 같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두번째 질문은 마찬가지로 챕터1에서 나온 <지금, 후회하는 일이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아빠는 이에 “학교 다닐 때 좀 더 열심히 (모든 것을) 잘해볼 걸 하는 후회도 하고, 학창시절 아무런 계획없이 살았던 것이 조금 후회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가족이 행복한 모습을 보면 후회는 없다.”라고 대답했다. 오빠는 “대학생 때 동아리 활동을 못한 걸 후회한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볼 걸 후회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엄마는 “무엇을 하든 만족하지 않는 이상 모든 일에 후회를 하는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일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하고 좀 더 효도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사실 이 부분은 나도 엄마의 첫 대답과 비슷하게 생각했다. 무엇을 하든 확실하게 만족하지 못한 일에는 항상 후회가 따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후회를 마냥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후회를 함으로써 다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전의 경험을 좋은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빠나 오빠의 답변처럼 학창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지만, 분명 그 때의 경험이나 감정을 느낄 수 있을만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 질문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1년 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그 1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였다. 아빠는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 해 열심히 살 것 같다. 듬직한 아빠로 기억되게끔 보내고 싶다.”라고 답했다. 오빠는 “세계일주를 할 것이다. 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나라와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고, 그 과정에서 어떤 풍요로운 감정을 느끼고 싶다.”고 답했다. 엄마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슬픈 일이다. 하지만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실천하며 후회가 최소한 없도록 최선을 다 해 살 것이다.”라고 답했다.

세가지 질문에 아홉 개의 답변 중 가장 의외였던 답변은 아빠가 학창시절을 더 열심히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한다고 한 것이었다. 엄마와 오빠는 불과 몇 년 전 일을 회상하고, 후회스럽다고 말했지만 아빠는 조금 달랐다. 아빠의 학창시절은 이미 오래 지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것도, 그렇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말도 다 의외였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나름 가족을 잘 안다고 자부하고 살았던 지난 날들이 조금 멋쩍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번 가족 독서 릴레이를 통해서 가족들의 내면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과제때문에 의무적으로 시작한 질문들이 결국에는 가족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더 이해하고,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뉘우치는데 큰 도움이 됐다.  <2023 출판문화론 / 오유정>

『지금 우리의 인생은 과거의 무수한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가장 좋은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여행을 다닌 일이나 누군가와의 식사 같은 작은 선택이 큰 기쁨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 - 1년 뒤 오늘을 마지막으로 정해두었습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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