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워 (양장, 개정판) / 출처 구글 도서
도쿄타워 (양장, 개정판) / 출처 구글 도서

가족 독서 릴레이를 해야지 마음먹었을 때 가장 난항을 겪었던 것은, 책 선정이였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광주에 있어 소통의 어려움이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었고, 책을 읽을 새도 없이 바쁘신 부모님과 책을 멀리한 지 오래된 둘째 동생, 아직 많이 어린 막둥이까지 어우르는 책이 뭐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두 번째였다.

그에 고른 책은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이다. 언제부턴가 집 책꽂이에 늘 꽂혀있던 책으로, 어렴풋이 어릴 적 읽었던 기억이 났다. 특히 이 책은 엄마에 관한 내용이 주가 되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부모님에게도 우리에게도 늘 마음 한 켠에 있을 엄마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책을 선정했다.

 

이 책은 작가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의 여러 어려움을 마주하며 성장하는 모습과 어머니의 죽음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불안정한 아버지와는 반대로 극진한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던 엄니(이 책에선 어머니를 엄니로 번역했다.)와 함께 살던 주인공은 꿈을 좇아 도쿄로 가게 된다. 하지만, 도쿄에서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돈이 부족했고 친구들과의 갈등을 겪기도, 꿈에 대한 의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니가 갑상선 암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엄니와 함께 도쿄에서 살게 된다. 의심으로 가득했던 나날들이 엄니라는 존재로서 밝혀졌다. 꽤나 각박하다고 느껴질 수 있던 도쿄에서도 주인공의 집만은 엄니로 인해 늘 따스한 온기로 채워져 있었다. 모두에게 친절했고, 사랑을 베풀었다. 주인공과 엄니는 이렇게 행복하기만을 바랐지만, 결국 암은 재발했고 악화되어 결국 마지막을 맞이했다.

 

500페이지의 소설이었지만, 하루 만에 금세 읽었다. 솔직하고 생생한 책이었다. 작가의 성장 과정이 다 드러난다는 점에 몰입이 되었다. 책 초반부엔 묵묵히 희생만을 하던 어머니가 책 중후반부에 입체적으로 묘사되며 더 실감이 났던 것 같다. 왠지 타지에서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내 모습 같기도, 밝고 사람을 좋아하던 주인공의 엄니가 우리 엄마 같기도 해 괜스레 눈물이 나왔다. 고향을 떠나 꿈에만 그리던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모습도, 그 이면의 외로움도, 다시금 가족의 품에서 행복해하는 모습도. 전부 내 얘기 같았다.

상을 받고 책이 많이 팔린 것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참이나 목소리도 듣지 못했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거나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자고 불러냈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더 기쁘다.’ 작가가 2006, 서점 대상 수상소감 중 한 말이다. 실제로 나도 이 책을 읽고 문득 엄마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져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했다. 이 책은 제주에서 다시 광주로 돌아갔고, 며칠 지나지 않은 새벽. 책을 멀리하던 둘째 동생이 책을 다 읽었는지 울며 전화를 걸어 새벽 내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막둥이는 읽기 싫다고 칭얼대다가 둘째의 추천에 못 이겨 읽고는 붉어진 눈가를 둘째한테 들켰다고 했다.

때때로 가족들에게 무심했던 적이 있었다. 멀리 산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걸려오는 전화를 모른 체 한 적도 있었다. 언제든 돌아서면 든든히 있었고, 격려해줬으며, 힘이 되어 주었다. ‘언제나’, ‘’, ‘항상내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간혹 지켜워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이 뒤늦게나마 가족들의 품에서 행복을 되찾아보지만 져버리는 모습을 보며 그러나 언제나’, ‘’, ‘항상이라는 단어는 불안정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에겐 엄니가 있지만 과연 영원할까. 이 책은 우리 가족을 끈끈하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영원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일 것이다. 제주에서의 끝은 광주에서의 시작일 것만 같았는데, 서울에 잠깐 가게 되었다. 왠지 주인공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 모습에,  <도쿄타워>를 다시금 읽어지고 싶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중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오래된 것만큼 지겹고 초라한 것도 없다.

하지만 지겨움과 초라함의 다른 말은 익숙함과 편안함일 수도 있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준 익숙한 내 것과 편안한 내 사람들만이

진심으로 나를 안아주고 토닥여줄 수 있다.

지겹고 초라해 때론 꼴도 보기 싫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내 사람들뿐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오랜 내 사람들

그래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응답하라 1988  


- 서정현 (2023/출판문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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