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 양영희/ 마음산책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 양영희/ 마음산책

 

가족독서 릴레이를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엄마랑은 자주 책을 바꿔 읽으니깐 과제를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구로 대학을 가서 떨어져 살고 있는 동생, 책 읽는 것을 정말 어릴 때 이후로 본 적이 없는 아빠를 설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추석에 집에 온 동생을 꼬드겨 책을 읽게 하는데 성공했다.

 조잘거리며 감상평을 나눠주지는 않을 것을 알았지만 '그냥 가족이라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어' 라는 한줄평만 남기고 더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당황을 한 상태로 이번엔 제대로 책 이야기를 해 줄 다음 가족을 찾아나섰다. 그래서 동생을 뺀 엄마, 아빠, 나 3명만 있는 단톡방에 기말고사 과제를 해야 하니 책을 얼른 읽어 달라고 재촉을 했다.  그랬더니 이런 메시지들이 오고 갔다.

 

엄마, 아빠, 나 만 있는 톡방
엄마, 아빠, 나 만 있는 톡방

 

  미리 톡으로 연락을 하고 나니 퇴근한 엄마가 관심을 갖고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단숨에 읽어주셨다. 자정이 되었을 무렵 책을 다 읽은 엄마는 내가 하자는 책 이야기를 흔쾌히 나눠줬다. 엄마와의 대화는 20대와 40대를 살아가는 나와 엄마의 차이를 명확히 느끼게 해줬다. 동시에 양영희가 아버지 양공선과 어머니 강정희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 세세한 이유와 사연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를 선정한 이유는 양영희 감독의 가족사 때문이었다.

 이번 여름방학 나는 4.3평화재단에 실습을 다녀오게 되었고, 4.3영화제를 준비하며 양영희 감독과 그녀의 가족 3부작 <디어평양>, <굿바이평양>, <수프와 이데올로기> 를 홍보하기 위한 SNS글을 준비하며 알게 됐다. 나는 아무리 읽고 찾아봐도 아들을 3명이나 북으로 보낸 양영희의 부모는 죽기 전까지 김일성과 김정일 찬양하며 살았고, 아버지 양공선은 자신의 칠순 잔치에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내 아들 셋이 여기 평양에 있습니다. 딸도 있습니다. 며느리도 있고, 손자들도 여덟이 있습니다. 친척들을 다 합치면 50명 정도 되겠지요. 이 젊은이들을 어떻게 열렬한 김일성주의자, 김정일주의자로 만들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과업으로 삼아 크게 전진해야ㆍㆍㆍㆍ.

<디어평양> 속 아버지의 연설 중에서


 

  이를 보며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들 모두를 북으로 보낸 일 이후에 일본 국적을 얼마든지 택할 수도, 북한이라는 나라를 얼마든지 미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며 영희의 아버지 양공선이 택한 이유를 나의 아빠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아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무협지 아니면 안 읽겠다'는 말과 함께 읽어주지 않아 엄마를 통해 영희의 부모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들었다. 

 엄마는 영희의 부모가 안타깝다며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라는 가히 충격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책을 읽은 엄마와 마주앉아 '아니 자식이 죽었는데도?', '저렇게 비쩍 말랐는데도?' 라는 질문을 하며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소속감이라고는 느껴본 적 없이 모든 곳에서 배척당하던 영희의 부모가 조총련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었고, 자신들을 받아줬다고 느꼈기에 아들들을 보내는 것으로 감사를 표한 것 같은데. 그리고 잘 살 수 있다고 광고했다며' 라는 대답을 내놓으며 '엄마 강정희는 엄마로써 모두에게 최선을 다했네' 라는 말을 덧붙였다.

 사실 이 서평을 적는 지금까지도 엄마의 말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어렴풋이 소속감이 주는 신념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짐작만 하고 있다.

 다음으로 궁금한 것은 '미국 놈, 일본 놈은 안 돼'라며 남편감을 미국인과 일본인은 안된다는 아버지의 말과 반대로 영희는 일본인 남자를 데리고 와 결혼하겠다고 어머니에게 데려온다. 문전박대를 하거나 소금을 뿌려 내쫓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시암탉을 잡아 대접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이가 들어서 이젠 반대하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을 갖고 엄마에게 물었다.

 '문전박대는 아니라도 환영까지는 안할 것 같았는데, 왜 환영한 것 같아?' 엄마는 그 물음에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며 '영희는 이제 가족이 없잖아. 북한에 있다고 해도 보고 만질 수 없는데 어떻게 의지해? 아마 성격이 별로인 남자가 왔어도 잘해줬을거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마저 칠순을 넘긴 때 오십이 넘은 딸이 데려온 남자는 그 누구여도 영희에게 가족만 되어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야. 근데 백숙도 맛있어 하고 배우고도 싶다네. 감사히 생각하는게 너무 고마울 것 같은데. ' 라는 대답을 해줬다.

 두 질문의 대답을 듣고 이 책을 엄마랑 같이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하/2023 출판문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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