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안도현의 소설, '연어', 문학동네
저자 안도현의 소설, '연어', 문학동네

 가족 독서릴레이에 앞서, 가장 고민이 됐던 건 책 선정이었다. "어떤 책을 골라야 가족들이 좋아할까?", "가족들이 좋아하는 책은 어떤 장르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서점도 방문해보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봤지만 무언가 꽂히는 책이 없었다.

 나는 방에 있는 책들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읽지 않은 책들이 정말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갔던 책이 바로 '연어'다. 책등이나 표지가 눈에 띄게 독특한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문구가 내 눈길을 끌어서였다.

 이 책은 분명 엄마, 아빠가 사주신 책이었다. 부모님께 물어보니 자신들도 이 책의 내용을 모른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연어'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내용을 알지 못했다. 가족 모두와 관련된 책인 만큼, 가족들이 함께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선물받았을 때 나는 고작 14살이었다. 그 때의 나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을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벌써 대학교 졸업을 앞둔 나이가 되었다. 나는 어른으로서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책은 ‘연어’를 통해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책을 읽고 나서 ‘삶의 목표’와 ‘삶의 이유’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하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걱정과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책은 나를 떠나 두 번째 주자인 아빠에게 향했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아빠가 책을 다 읽었다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는 "책 잘 읽었다. 좋을 때는 다 지나갔네"라는 말을 남겼다. 왠지 모르게 울컥하게 만든 한 마디였다. 가정을 위하느라 젊음이 모두 지나가버린 우리 아빠, 아빠도 내 나이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빠는 이 책을 보면서 자신의 세월을 되돌아봤다고 한다.

 이어 아빠는 마지막 주자인 엄마에게 책을 넘겼다. 사실 엄마가 책을 읽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시간나면 읽는다고 말은 했지만, 엄마가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반포기 상태였다. 하지만 아빠에게 책을 받은 지 며칠 되지 않아 엄마는 내게 연락을 보냈다. 이 책은 사실 엄마가 고른 책이라고 한다.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이 예뻐서 골랐다고 말해주었다. 엄마는 드디어 이 책을 읽게 됐다며 크게 웃었다. 곧이어 "연어가 죽는 건 슬퍼보여도 아름다운 일이야"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죽는 건 두려운 거 아니야?"라는 나의 물음에, 엄마는 답했다. "너도 자식을 낳으면 뭔지 알게 될거야"

 엄마의 감정이 무엇인지 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아빠의 감정 역시 그렇다. 나는 내가 어른으로서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감상평을 듣고, 지금의 나는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만 성인이지,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 놓여있는 아이일 뿐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는 ‘진정한 어른’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있는 나에겐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남겼지만 진짜 어른인 엄마와 아빠에겐 과거의 세월을 상기시켰다. 세월의 경험은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연어’가 우리 집에 온 지 10년째 된 지금, 드디어 ‘읽은 책’이 되었다. 가족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독서를 했다는 게 너무 대단하다. 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처음이라 오랜 시간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어 책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가족들의 손이 닿아서인지 처음 읽을 때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중에 진정한 어른이 되면 이 책을 또 읽어 봐야겠다. 그 때가 되면 엄마, 아빠의 말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2023 출판문화론/이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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