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 또, 막상 무엇을 하려니 두렵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은퇴는 제3의 인생의 시작이라고 다들 말하지 않는가.

오히려 제3막 인생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가치 있는 삶을 찾아 살아가는 분이 있다. 50대의 끝자락에서 제3막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심경과 생각, 은퇴 후의 계획들을 차근히 이뤄가는 것을 담아보았다.

 "음악선생님으로 27년 동안 교직생활, 명예퇴직한지 만 3년 반 이 지나고 있어요.”

명예퇴직 후 후회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과 함께 삶의 원동력을 찾은 목소리였다.

명예퇴직한지 만 4년 을 보내고 있는 김연희씨(59. 여)는 음악선생님으로 27여 년간 교직생활에 몸담았다. 인터뷰를 하며 느껴졌던 그녀의 모습은 당차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강조하는 은퇴 후의 삶에서의 꾸준한 자기개발은 무엇일까?

27년 동안의 교직생활, 명예퇴직 후 3년 반을 쌓고 있는 지금 이 시점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퇴직 후에 허무함이나 텅 빈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살았기에 그런 마음은 없다. 다만 가끔은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퇴직 후의 삶에서 굉장한 허무함을 느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 대답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정확하고 세밀하게 짜여 진 인생설계에서, 설정한 목표를 다 이루고 난 후의 후회 없는 대답이었다고나 할까.

▲ 텃밭 나무 앞에서(오른쪽)

그리고 은퇴 후 가장 달라진 점에서는 “구속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남. 자유로움” 을 꼽았다. 그녀는 많은 취미를 갖고 있었다. 부전공이 바이올린인 만큼 이에 걸맞은 취미였다. 악기배우기, 연주활동, 연주회 등 문화생활 즐기기, 등산, 텃밭 가꾸기 등 ..

시간을 내서 뮤지컬이나 연주회를 보러 다니며 취미 생활을 즐기는 그녀였다. 음악교사였던 지라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회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젊음을 되찾는 느낌이 들어 참 좋다는 뮤지컬 한 편을 꼽았는데, 바로 ‘맘마미아’다. 기억에 남는 뮤지컬이라고 .. 

작년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을 가족들과 함께 등산하다가 작은 음악회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앞에서 노래를 한 곡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의 등에 떠밀려 ‘10월에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르긴 했지만 나름 만족했던 공연이었다.

또 열심히 걷다보니 땀이 나고 힘들었는데, 그늘지고 선선한 정자에 사람들과 도란도란 앉아 소통하던 그 때의 추억이 다시 생각난다.”고 말했다.

텃밭 가꾸기라는 취미를 갖고 있는데, 무엇을 재배하고 있고 직접 기르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어봤다. “텃밭에서 자급자족적으로 야채와 여러 작물을 직접 키워서 먹으니깐 성취감도 생기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보고 열매를 맺는 결과물을 보면 생명력을 느낀다.”
 

그녀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열매 맺은 여러 작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상추에서부터 감자, 고구마, 고추, 토마토 등 .. 오히려 이러한 작물을 재배하며 큰 수확을 얻고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닌 그녀만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새삼스럽게도 나는 그녀의 ‘교사’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작물이 자라나는 것에 누구보다 열성을 기울이고 또 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모습에 교사의 인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인도했을 모습을 떠올리게 한 대답이었다.

"취미생활을 하며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고, 공유하며 즐기고 싶다. 여행을 많이 다닐 예정이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텃밭에서 일하고 있는 김연희씨(오른쪽)

대학생 두 자녀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퇴직을 하고 난 후, 가장 부러운 사람도 “꾸준하게 자기개발을 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이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나름 꾸준히 자기개발에 힘쓰고, 좋아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있을 텐데 괜히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어쩔 수 없이 강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그녀가 명예퇴직을 하게 된 계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계속 서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많은 통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허리디스크와 싸워 본 사람이죠.” 바로 건강상의 문제였다.

“은퇴 후에도 계속 된 허리디스크와 다리저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등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라며 건강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김연희씨는 3년 전 허리디스크 수술과 함께 치료를 받았다. 그 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마다 걷기 운동을 한다. “수술 후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하고 꾸준한 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한 결과다.”

그러한 건강의 문제를 극복하면서 얻은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오랜 시간 통증과 싸워 한계를 넘으면 삶에서 우선순위가 바뀐다. 이제껏 집중하고 오랫동안 중시했던 것들이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긴 해도 삶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생긴다.”라며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아마 어려운 시기를 겪은 모든 환자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라고 마무리했다.

사실 은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은퇴 후 가장 후회하는 것으로 건강관리의 부족을 꼽았다. 나는 이 설문조사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퇴직 후 가장 필요한 것도 건강이다. 건강해야 그동안 못했던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고,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서 김연희씨는 퇴직 후 든든하고 당당한 노후를 보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노하우를 알려주면 어떠냐는 질문에 그녀는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자기개발을 끊임없이 하며 그 순간 최선을 다하며 즐기면 된다.” 라는 시원하고 명쾌한 한 문장의 대답을 선보였다. 남은 자신의 삶의 목표 또한 그녀다웠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산들을 모두 오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건강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2014 신문제작실습 / 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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