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내 카페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수 개월째 게시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보이콧 포스터
일회용컵 보증금제 보이콧 포스터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 음료를 판매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이 별도로 포함되고 사용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로 지난 12월 2일부터 제주 지역과 세종 지역에 한해 시행되고있다.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완화하고자 제도를 실시하였다고 밝혔으나 카페 점주들은 제도에 문제가 많다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업무만 늘어나고 이득은 전혀 없어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보이콧하는 매장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보이콧하는 매장

B사 카페 점주 박모씨(가명)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매장에 많은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음료를 팔기 위해선 컵에 스티커도 붙여야하고, 바코드를 일일히 찍어서 인식도 시켜야한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T사 카페 점주 김모씨(가명)도 이에 공감하며 "우리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불편을 겪게된다. 컵을 반납하기 위해선 직접 컵을 씻어 온 뒤 바코드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카페에서는 일반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음료에 휘핑크림, 토핑 등이 함께 올려져 판매되는데, 이를 소비자가 세척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그렇기에 손님들은 그냥 반납을 하려할텐데, 소비자가 더러운 컵을 반납하려 하면 원칙상 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를 거절하게 되면 손님과의 마찰이 생길 수 있다."며 "반납이 왜 안되냐, 왜 이렇게 반납이 느리냐 등의 항의가 우리한테 올 것이고, 그에 대한 스트레스와 업무 지연은 오로지 우리의 부담이 될 것이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씨는 "일하는 애들도 일이 늘어나니 더욱 업무가 힘들어질 거다. 특히 사람이 몰리는 피크시간엔 더욱 그럴 것이다"라며 "사람이 더 필요해질 거고, 이는 인건비로 연결된다"고 걱정했다.

"환경보전의 목적으로 시행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어요."

김씨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환경보전의 목적을 가진다고 하는데, 우리 카페에서는 이미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다양한 대책을 세우며 노력을 해왔는데 이것이 물거품이 되버린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무엇보다 환경보호를 하려면 제품 포장지, 빨대 등을 줄이고 바꾸는게 우선이 돼야 한다"며 제도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 비판했다. 환경보전의 목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제도를 시행하는 매장에서도 반납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주위 스타벅스 매장에선 전체 손님의 절반도 안되는 사람만 컵을 반납하러 온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일회용컵이 버려져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김씨는 이어 "그리고 이건 형평성 문제로도 볼 수 있는데, 제일 많이 있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커피도 대상이 아니고, 할리스 같은 다른 대형 카페와 개인카페 또한 제도의 대상이 아니다"며 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하려면 이들도 대상으로 포함해 시행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 또한 이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전국 기준 100개 이상 점포를 가지고 있는 프렌차이즈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근처 상권에 있는 에이바우트커피는 제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그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시장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가격과 서비스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돼요."

박씨는 "보증금이란 것은 어떻게 보면 음료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보증금은 반납이라는 과정을 통해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구매시 내야하는 돈이라는 것은 똑같다"며 "보증금이 음료값에 포함이 돼 결제가 되기에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가격에 보증금이 포함됐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보증금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걱정하며 이러한 부담이 매출의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며 "근처 상권에 있는 경쟁업체가 제도에 영향을 받지 않아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경우, 손님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귀찮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해당 매장으로 몰릴거다. 이는 엄청 큰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세종시와 제주시 점주들이 모여있는 카톡방이 있는데, 제도를 시행하는 분들은 전부 매출이 30~4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며 "이는 제도로 인해 할 일이 많아지다보니 피크시간에 회전율을 높일 수 없어서 일어난 일이다. 모든 점주들이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다른 가게들의 상황을 말했다.

"과태료를 내더라도 끝까지 버틸거에요."

박씨는 "과태료가 1차 50만원, 2차 100만원, 3차 200만원인데 1차까지는 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며 "매출이나 인건비 측면에서 따져보면 오히려 과태료를 내는게 더 이득이다"라고 말랬다. 그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겠지만 최대한 버티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김씨는 "메가커피 등 다른 카페 사장님들은 데모하다가 포기했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계속 이어나갈 거다"라며 제도 보이콧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공무원이 가게에 방문한 적이 있다. 몇 일부터 돌아다니겠다, 제도를 시작해줬으면 좋겠다와 같은 다양한 말을 하고 갔었는데 나는 끝까지 보이콧할거다. 주 고객인 학생들에게 300원은 너무 비싸게 느껴질 거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너무 귀찮고 번거로워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

평소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제주대학교 경상대학에 재학중인 홍모양(21)은 일회용품 보증금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카페를 이용한 뒤 컵을 반납하려 했던 적이 있는데, 컵을 계속 들고 다녀야하고 닦기도 불편해서 반납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경험을 말했다.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에 재학중인 전모양(23)은 제도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처음에는 긍정적이었지만 인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녀는 제도 실시 후에 한 번도 반환한 적이 없다고 하며, "보증금 300원을 위해 컵을 보관하고 세척한 뒤 매장에 가는 것이 몹시 번거롭고 귀찮게 다가왔다"는 이유를 말했다.

일회용품 보증금제의 미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아직 많이 미흡하다. 점주들은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기를 지내고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때  이러한 제도를 겪게 돼 매우 힘들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들은 "카페의 상황을 모르는 채 표면적으로 제도를 만든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환경을 위해 시작한 제도는 매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만 주게 됐다. 정부는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를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김범준 /  2023년 신문제작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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