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를 집에 들인 순간부터 가족이고 내 자식인거죠. 부모가 자식 버리면 안 되는거잖아요?"
유기견 출신 반려견과 함께하고 있는 최 씨는 이처럼 말했다.

대한민국 반려인구 1,500만 중 반려견의 비중이 약 550만. 우리는 수많은 반려인과 반려견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개를 사랑한다면서도 왜 주인 잃은 개들이 하염없이 늘어날까.

◆ "어린 강아지는 유기 사례가 대부분 믹스견이라고 하더라구요"

제주시 성산읍에 거주 중인 최 씨(43세)는 유기견 출신 믹스견 '마루'와 함께 살고 있다. 마루는 입양 당시 고작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작고 어린 강아지였다.

최 씨와 반려견 '마루'
최 씨와 반려견 '마루'

최 씨는 "강아지 입양을 결심하자마자 '유기견'을 입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포인핸드라는 사이트에서 본 마루가 너무 작고 어렸는데 안락사 당할까 무서웠다"고 말했다.

"보통 유기 사유는 잡종견이라서... 품종견이 아니라는 게 이유인거죠. 아기 때는 믹스견이어도 예뻤는데, 크기가 좀 커지니까 품종견도 아닌데다가 덩치도 커져서 안 예쁘다고 유기를 하는거라던데 개를 관상용으로 볼 거면 애초에 입양하는 게 잘못된거라고 생각해요."

최 씨는 유기 사유에 대해 말하며 반려견 입양자들의 잘못된 인식과 심리에 대해 꼬집어 얘기했다.

유기견은 이미 유기범을 찾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어 유기 사유를 명확히 알 수 있는 경우가 극히 소수지만, 이 소수의 사례와 함께 미루어 추측할 수 있는 건 반려견을 '관상용'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이 마음이 죄책감을 낳았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거주 중인 정 씨(49세)는 유기견 출신 반려견 '호두'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인이다. 정 씨는 호두를 입양할 당시 형제견 '망고'와 함께 입양해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반려인 생활을 시작했다.

정 씨의 반려견 '호두'

정 씨의 반려견 입양 계기는 자녀를 위해서였다. 정 씨는 "자녀 중 첫째가 틱장애를 앓고 있어 이에 반려견이 도움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 끝에 입양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입양한 두 마리의 반려견 중 지금은 한 마리만 함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 씨는 머뭇거리며 '파양'을 감행하게 됐음을 전했다. 파양 사유는 두 마리의 반려견을 통제하기가 어렵단 것이었다.

"강아지 키우는 게 생각보다 변수가 많아요. 어쨌든 키우던 강아지 한 마리를 내가 포기한거니까... 책임지지 못한 것에 처음엔 죄책감도 들고, 호두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이죠."

정 씨는 반려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입양 시 품종견보다 금전적 부담이 덜한 '유기견'을 입양하길 택했다. 그는 "후회와 죄책감을 안고 반려견 호두와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 반려견을 소중한 가족으로, '책임'을 다할 것

전국의 유기동물 현황 집계는 2023년 5월 기준 약 10,000명에 달하며, 그 중 제주도에서 발생한 유기견의 전체두수는 373마리다. 이들 중 입양되는 두수는 50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 구조된 유기견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건 반려인들이 책임을 다해 유기되는 동물의 두수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사회가 강조하는 '공존'을 이뤄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 오로지 '유기견'에 대한 인식 개선만이 아니다. 입양한 반려견에 대한 온전한 '책임'만이 반려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기에 진정한 '공존'을 이룰 수 있는 반려문화가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황민지/2023 신문제작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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