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섬 제주. 제주는 섬이기 때문에 고립돼 있으며 오래전부터 도민들만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조금만 안면이 있어도 "사돈에 팔촌으로 걸린 괸당(궨당)"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는 굳이 친척 관계가 되는지 따져서 확인해 보지 않아도, 고향 마을을 밝히고 계보를 따지다 보면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이라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제주는 "마을 내에 매놈(완전한 남)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네 사람들이 모두 친척 관계로 얽혀 있고, 이 때문에 같은 동네에 사는 어른들을 '삼춘(삼촌)'으로 부르는 관행이 정착했을 정도로 괸당문화는 제주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괸당"의 사전적 의미는 지연과 혈연에 중복이 생겨 모두가 친척이라는 뜻이다. 친가를 '성펜궨당[父系親]', 외가를 '외펜궨당[外戚]'이라 부르며 남자가 결혼하여 생긴 처가 쪽은 '처궨당[妻族]', 여자가 시집가서 생긴 시가 쪽은 '시궨당[媤家]'이라 부른다. 이는 제주의 좁은 지역적 특성상 같은 마을이나 이웃 마을에 혈족과 인척의 중첩이 가져온 결과다.
 
돌담을 사이에 두고 밀접하게 붙어있는 제주의 집들
돌담을 사이에 두고 밀접하게 붙어있는 제주의 집들

그렇다면 제주에 살고 있는 제주도민들은 괸당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30대의 젊은 세대부터 제주에 오랜 기간 살아온 5-60대 기성세대까지 총 10인을 인터뷰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보았다. 

"괸당 문화 알고 있죠"
공통질문으로 "제주의 괸당 문화에 대해 아십니까?"를 질문했다. 10명의 참여자 모두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제주에 살면 괸당 문화를 모를 수 없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경험하게 된다.
 
"괸당 문화 = 우물 안 개구리?"
2-30대를 대상으로 괸당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제주시 해안동에 사는 권모 씨(22세)는 "제주의 지역적 특성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문화"라며 "제주로 다른 지역 사람들의 유입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 요즘까지도 괸당 문화에 치우쳐서 다른 지역 사람들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문화가 조성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사는 황모 씨(22세) 또한 "괸당 문화는 좋게 말하면 제주 공동체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문화지만 외지인에 대한 경계를 높이는 문화라고도 생각이 들어서 제주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을 더 커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라며 괸당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다.
 
이들과 다르게 제주시 이도이동에 사는 서모 씨(22세)와 아라동에 사는 오모 씨(22세)는 "건너 건너지만 서로 관계가 있는 사이라는 게 더 쉽게 친해지고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기 쉽게 만드는 것 같다", "같은 괸당 통해서 얻는 이익도 있다고 생각한다. 싸게 숙박을 할 수 있다든지... 새롭게 얻는 정보들이 제주 한정이지만 다양한 점은 좋다"라며 제주에 살며 괸당 문화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대해 강조했다.  앞선 4명 모두 22세로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괸당 문화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어 제주시 조천읍에 사는 강모 씨(39세)와 제주시 노형동에 사는 김모 씨(36세), 현모 씨(33세)는
"괸당 문화는 사람들 간의 갈등을 발생시킬 수 있는 폐쇄적 문화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그래왔던 사례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취업과 같은 곳에서의 괸당 챙기기로 인해 점점 부정적 인식이 커져가는 것 같아요"
"괸당 문화는 학연, 지연과 같은 뉘앙스죠. 보통 괸당 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여전히 제주 사회에 만연한 '괸당' 챙기기"
괸당 문화가 일상생활(취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는지 묻는 질문에 오모 씨(22세)는 "제주 내에서 지내면 아는 친척도 많으니 밥 먹고 살 정도는 되는데 굳이 왜 나가냐며 제주에 발을 묶어버리는 경우가 있죠. 서울 올라가서 취업하는 건 생활비도 많이 드는데 그냥 제주에서 아는 사람 통해 취업하면 편하지 않냐고..."라며 제주도민으로서 느끼는 괸당 문화의 이점에 대해 말했다. 반면 황모 씨(22세)는 경기도에서 살다가 18세에 제주로 오게 된 타지 출신 제주도민으로 "전학 온 학교에서 은근히 배척당하고 무리에 완전하게 속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일개 학교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게 만든다면 취업이나 직장에선 더 심할 거라 생각해요"라며 경험담을 말했다.
권모 씨(22세)와 서모 씨(22세)는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아직 제가 체감하고 있는 부분은 없어요", "잘 모르겠어요. 물론 아직도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아직 저한테는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라서요"라고 말하며 아직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취직을 한 30대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들은 모두 "취업에 주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괸당 문화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있다", "작은 규모의 중소회사에서는 여전히 만연하죠.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라며 여전히 제주에서는 괸당 문화가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음을 말했다.
 
서귀포시 보목동 입구에 놓인 오래된 나무
서귀포시 보목동 입구에 놓인 오래된 나무

"제주에서는 이당, 저당도 아닌 괸당"

5,60대를 대상으로는 지금까지 제주에서 살아오면서 괸당 문화로 인해 겪었던 특별한 일화가 있는지 물었다. 제주시 아라동에 사는 김모 씨(55세), 제주시 노형동에 사는 현모 씨(63세)와 허모 씨(61세)는
"예전에 지인이 회사 면접을 봤는데 사장님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 그분이 반가워하며 인사했다는 걸 들었어요. 그 지인은 결국 그 회사에 들어갔는데 괸당 문화 때문에 합격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좀 드네요."
"예전 국회의원 선거 때 종친 할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나와서 종친의 간부가 전화 와서 그분을 꼭 찍어달라고 했었어요. 이당, 저당도 아닌 괸당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정 때문에 정치적 생각은 달랐지만 투표를 해줬는데 결국은 낙선되었었죠. 그때 별로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먼 친척보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랑 더 가깝게 지냈어요. 그 집에서 잔치를 하면 5일동안 그 집에 가서 일해주고 그랬어요. 경조사 때 괸당들이 똘똘 뭉쳐서 치뤘었던게 기억나요."라며 괸당 문화를 겪은 실제 사례를 언급했다.
 
"젊은 세대에겐 와닿지 않는 문화"
이어 괸당 문화를 젊은 세대는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 김모 씨(55세)는 "좋게 생각할 것 같지는 않아요. 요즘은 육지에서 제주로 오는 젊은 친구들도 많고 해서 괸당 문화를 고집한다면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겠죠? 요즘 젊은 세대는 괸당 문화같은 지역 문화를 신경쓰면서 살진 않을 것 같아요"라고 했으며 허모 씨(61세)는 "젊은 세대들은 우리만큼 특별하게 와닿을 것 같진 않아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사람을 통해서만 소통하고 정보를 얻고 살아가던 세대라서 ‘괸당 문화’라는 문화가 생길만큼 사람 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한데 요즘은 휴대폰도 발달돼 있고 그래서 사람 간 직접 소통하는게 예전보다 많지 않으니까요"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현모 씨(63세)는 "젊은 세대들은 60대에 비해서는 괸당 문화를 거의 신경 안 쓰고 자기주관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괸당 문화에 따라가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 우리 세대와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해당 인터뷰에서는 기성세대 모두 젊은 세대들은 괸당 문화에 개의치 않고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괸당 문화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겪고, 경험해 본 제주 특유의 문화다.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가 괸당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나 다수의 젊은 세대도 괸당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제주도민들은 괸당 문화 속에서 삶을 살아감을 알 수 있다. 괸당 문화는 제주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제주의 문화이지만 타지역에 대한 배타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로서는 괸당 문화의 보전을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이다. <현지수/2023 신문제작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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