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후 4.3 특별법이 시행되며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 잡고 있는 제주 4.3사건의 기록들을 인류의 자산인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제주 4.3은 냉전과 분단의 정세 속에서 눈물을 흘렸던 제주도민들이 진실을 밝혀내고 화해하며, 상생으로 나아가고 있는 과거사 해결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한 제주 4.3의 기록물은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 잡았으며, 이제는 더 나아가 세계 인권사의 핵심에 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70여 년 전 아픔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4.3의 중요 현장들은 방치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4.3 당시 표선초등학교에 수용된 도피자 가족 76명이 총살된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버들못’은 현재 가동하지 않고 있는 변전소 뒤에 자리한 작은 밭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버들못 
서귀포시 표선면 버들못 

피의 장소였다는 기록만 있을 뿐,  이곳에는 4.3 당시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현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어떠한 장치도 없었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육시우영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육시우영

제주시 애월읍에 25명을 공개적으로 학살한 육시우영의 경우는 입구에 표지석만의 현장을 말해주고 있다. 학살의 현장은 개인소유지 이기 때문에 현장을 답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밭의 소유주 문익훈(가명 54) 씨는 2020년도에 갑자기 밭 입구에 표지석에 생겨서 당황했다며, 4.3 관련 기관이나 도청에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장소가 4.3 당시 학살 터였다는 사실을 아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관련 부서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어떠한 확실한 답을 주는 곳은 없다” 라며 당황했다. 이어 “4.3은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기억을 해야 하는 역사” 라면서도 “ 그 과정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 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곳이 4.3 당시 학살 터였다면 토지 소유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표지판 등 설치를 통해 안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시 애월읍 빌레못굴
제주시 애월읍 빌레못굴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빌레못굴은 4.3 당시 29명이 집단 학살당하였고 굴에서 나오지 못한 부자와 다른 모녀 등 4명이 굶어 죽은 비극의 현장이다.

그러나 이곳으로 가는 길 삼거리에 '4.3 유적지 200m' 라는 작은 표지판만 존재할 뿐, 이곳 역시 4.3 사건 당시 학살 터라는 것을 알려주는 어떠한 안내판도 없었다.

4.3 추가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현재 방치된 현장 관련하여 도청과 4.3 관련 기관들이 인식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인적자원의 부족으로 관리에 한계가 있다” 라며 “ 4.3 사건 생존 희생자들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고, 희생자 가운데 생존 희생자는 116명에 불과해 우선은 인적 피해와 관련해 집중하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특정 지역의 경우 님비현상 등 주민들의 불만도 유적지 관리가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 라면서도“ 다만 과거보다 4.3에 관한 관심과 의식이 높아지면서, 표지석이라도 설치할 수 있어 다행인 상황” 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유적지 관리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적인 관심도를 높여 예산확보의 정당성을 얻는 것” 이라며 “그런 만큼 4.3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라고 강조했다.

도청 4.3 지원과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유적관리 보존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고 하반기에 현장 답사하여 실전적인 유적관리에 틀을 마련하겠다” 라며 “지적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는 현재 인식하고 있으며 4.3의 역사를 알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4.3 유적지 관리 부분은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발전이 있었다. 과거 다랑쉬굴 발굴 현장부터 오늘날의 잃어버린 마을 찾기 프로젝트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4.3 유적지 발굴과 보존 작업은 진전을 이뤄왔다.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4.3 유적지들이 방치·훼손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존·관리하기 위해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강태영 / 2023 신문제작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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