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재활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2위로 손에 꼽힐 정도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실제로 시민들의 분리배출 실천율은 무려 96.8%를 기록했다. 이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94%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가 확산되면서 환경을 위한 움직임은 일상이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린피스 2023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활 폐기물 재활용률은 16.4%로 집계됐다. 시민들의 분리배출 실천과 크게 모순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세계 2위'라는 타이틀은 통계상의 수치일 뿐, 한국의 재활용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분리배출, 실천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헷갈릴 때는 모두 분리수거함에..."

제주시청 인근 클린하우스에서 분리배출을 하고 있는 김 씨(24)의 모습
제주시청 인근 클린하우스에서 분리배출을 하고 있는 김 씨(24)의 모습

제주시청 부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김 씨(24)는 분리배출을 할 때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김 씨는 "다이소나 주변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종이 포장재가 80%를 차지한다. 그 중 테이프가 붙어있는 포장재는 분리배출하기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나 페트병 같이 식별하기 쉬운 종류는 문제가 없지만 종이를 분리배출하는 게 너무 어렵다. 분리배출이 가능한 재질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아 모두 분리수거함에 버린다"고 설명했다.

"라벨을 떼고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주시 아라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박 씨(38)는 복합재질을 분리배출할 때마다 어려운 상황을 겪는다. 박 씨는 "페트병도 라벨을 떼고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하나하나 떼서 버리기 귀찮아 라벨이 붙은 상태로 페트병 수거함에 버린다"고 얘기했다.

박 씨가 직장에서 편의점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일회용품의 양도 많아졌다. 그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헹구거나 따로 분류하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회사 사람들 모두 분리배출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리하기 어려운 제품이 너무 많아서..."

제주시 고산동산 인근 클린하우스에서 분리배출을 하고 있는 송 씨(24)의 모습
제주시 고산동산 인근 클린하우스에서 분리배출을 하고 있는 송 씨(24)의 모습

제주시 고산동산에서 자취하고 있는 송 씨(24)에게도 분리배출에 대한 고충이 있었다. 송 씨는 "분리배출의 확실한 기준을 몰라서 방법이 헷갈리고 올바른 분리배출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송 씨는 '프링글스' 과자를 예시로 "종이와 캔이 섞인 제품은 그냥 종이로 버린다"며 "분리하기 어려운 제품(복합재질 제품)이 너무 많고, 쓰레기로 버릴지 분리배출할지 애매할 때는 분리배출을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민들은 실천만 할 뿐 제대로 된 분리배출을 하고 있지 않았다. 세척하지 않고 버리거나 복합재질 제품을 그대로 분리수거함에 넣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무분별한 분리배출은 과연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잘 분리된 쓰레기에게 악영향 미치는 '잘못된 분리배출'

고산동산 인근에 위치한 클린하우스의 모습
고산동산 인근에 위치한 클린하우스의 모습

제주시 고산동산 인근에 위치한 클린하우스. 이곳은 오피스텔 뿐만 아니라 여러 주택이 밀집된 지역이다. 특히 대학생과 외국인이 주로 거주하고 있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주거지역이 형성된 곳이었다.

클린하우스 봉사자가 없을 때 방문한 클린하우스의 모습. 각종 쓰레기들이 수거함은 물론 길거리에 그대로 버려져있다.
클린하우스 관리자가 없을 때 방문한 클린하우스의 모습. 각종 쓰레기들이 수거함은 물론 길거리에 그대로 버려져있다.

문제는 클린하우스 관리자가 없는 시간에 발생한다. 플라스틱 수거함에는 라벨도 떼지 않은 페트병과 비닐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캔∙고철류 수거함에도 페트병과 종이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클린하우스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쓰레기들이 수거함은 물론 바닥까지도 널브러져 있는 상태였다. 해당 클린하우스 관리자 김 씨(77세)는 "관리자가 있을 때는 분리배출이 잘 되지만, 없을 때는 쓰레기를 휙 던지고 가버린다"고 토로했다.

음식물이 묻어있는 배달용기와 비닐, 페트병 쓰레기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분리수거함
음식물이 묻어있는 배달용기와 비닐, 페트병 쓰레기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수거함

김 씨는 "관리자가 없을 때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배달용기를 가져오는 사람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배달용기를 헹구지 않고 플라스틱 수거함에 그대로 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음식물을 담아오지 않더라도 플라스틱을 씻지 않고 배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음식물을 닦지 않고 수거함에 버릴 경우 잘 분리돼 있던 쓰레기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쳐요. 음식물이 흐르면 주변에 있던 쓰레기까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분리배출 인식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부족하다. 김 씨는 "사람들이 분리배출을 더 잘 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조금만 더 신경써서 노력해야 하며, 클린하우스에 사람이 없을 때에도 분리배출이 잘 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잘못된 분리배출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제주시 산천단 인근 아라동 재활용도움센터의 모습
제주시 산천단 인근 아라동 재활용도움센터의 모습

제주시 산천단에 위치한 아라동 재활용 도움센터. 이곳은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다수 거주하는 원룸촌 주변에 위치해있다. 원룸에 사는 학생들은 물론 차를 타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재활용 도움센터는 클린하우스보다 비교적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아라동 재활용도움센터에서 관리를 맡고 있는 김 씨(80)는 크고 기다란 집게를 보여주면서 "비치된 도구를 이용해 시민들의 잘못된 분리배출을 바르게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분리배출 환경을 갖춘 아라동 재활용도움센터의 모습
올바른 분리배출 환경을 갖춘 아라동 재활용도움센터의 모습

"자원이 순환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요해요. 에너지와 관련해 다양한 재활용 사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잘못된 분리배출은 재활용을 더 어렵게 만들어요. 결국 잘못된 분리배출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게 되는 거죠. 잘 분리배출된 쓰레기에게도 안 좋은 영향이 가는데, 심할 경우 원래 분리배출된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김 씨는 시민들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지키며 노력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이어 "재활용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누구나 열심히 실천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분리배출, 이제는 올바른 실천을 해야 할 때

무분별한 분리배출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으로 이미 분류돼있던 쓰레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환경을 위한 실천인 만큼 우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올바른 분리배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정확한 분리배출을 행동에 옮겨야 할 때다. 잘못된 분리배출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잡은 분리배출, 작은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분리배출을 실천하자. <이시은/2023 신문제작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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