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다들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나는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 편이다. 혼자 있을 때도 그렇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머뭇거리는 이유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편인데 혼자 있을 때는 호기심 그리고 타인과 관련되어있을 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혼자서 무언가를 할 경우 모든 결정에 따른 책임 나 혼자 지면 된다. 그렇기에 결과가 좋고 나쁨을 신경 쓰진 않는다. 다만 처음 보는 새로운 선택지가 있고, 그것이 내 시선에서 꽤나 흥미로워 보이면 평소 즐겨하는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서 처음 가본 카페에서 인절미 연유 라떼라는 메뉴가 보인다면, 메뉴를 고를 때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런 음식을 연유 라떼로 만들었다고? 무슨 맛이 날까? 라는 호기심이 생기면서 평소 자주 하는 선택과 흥미로운 선택지 사이에서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일지 갈등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전자와 후자의 선택 비율은 거의 반반인데 최근엔 후자로 즉, 흥미로워 보이는 선택지를 더 선택하는 편이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메뉴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메뉴들

 

 누군가와 함께 있거나 선택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결정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진다.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좀 더 참고, 피해를 받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감수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의사표현을 했을 때 거절받는 횟수가 잦아서 그런지, 거절받고 싶지 않은 맘에 표현을 참는 것 같다. 예전보다는 내 생각을 표현하려고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마다 어떤 결정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각자 다르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별 이유도 없이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끄는 사람은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간이 걸리는 건 각자만의 이유가 분명 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을 찾는 것은 드물다. 그렇기에 보다 빨리 결정을 내리는 사람과, 시간이 걸리는 사람 사이엔 서로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빠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기다림을, 시간이 걸리는 사람은 상대방을 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어떤 선택지든 빠르게 결정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하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때 공식에 숫자를 넣으면 답이 바로 나오는 것처럼, 그들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문제를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새로운 문제가 닥쳐도, 과거에 있었던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가장 최적의 선택을 빠르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이유다. 만약 당신이 그런 타입의 사람이라면 선택에 시간이 걸리는 사람을 보며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도대체 이런 문제에 왜 이렇게까지 시간을 쏟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은 자신이 느끼는 답답함을 상대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단지 말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느끼는 감정들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행동들로 표출된다. 굳은 표정, 잦은 한숨, 빠르게 떨리는 다리, 상대에게 고정된 시선, 무언가를 발로 툭툭 차는 등의 행동들이다. 당신이 그런 행동을 할수록, 상대방의 머릿속은 더욱 하얗게 되며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걸리게 된다. 그것도 모른 채 당신은 나름대로 기다려준 뒤 여전히 결정하지 못한 상대를 향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도대체 뭐가 문젠데!” 차라리 그럴 땐 상대방의 시야에서 잠깐 사라지는 게 서로를 위해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상대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면 가볍게 의견을 내거나, 추천하는 것도 괜찮다. 너무 지나치게 상대의 의견에 개입하려 드는 건 자제해야 한다. 당신의 그런 행동들은 상대로 하여금 당신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당신이 상대방이 빠른 결정을 하길 원한다면, 오히려 상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결정을 빨리 내린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옳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지금껏 내가 본 결정을 빨리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방향으로만 결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빠른 답을 도출하는 대신에, 너무나 일정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 A는 무조건 A, B는 무조건 B라는 식의 생각은 흑백논리에 빠지기 매우 쉽다. 스스로의 선택에 자만하지 않고 타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태도를 기른다면, 당신이 내리는 빠른 결정은 전보다 많은 사람의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선택에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기억해야 할 것은 신중함과 선택의 정확도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선택하기 전부터 이미 선택에 대한 결과를 먼저 걱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고민하는데 더욱 시간을 투자한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할 선택이 무엇일지 판단한다. 단언컨대 그런 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결정이든 그것에 반대되는 생각을 하거나, 불만족스러운 감정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사람과 어울리거나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일찍 깨닫는다. 그래서 보통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내향적인 성격이거나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을 확률이 높다. 현실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단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성향만 놓고 보면 이것은 좋고 나쁨을 나눌 수 없다. 다만 단순한 선택에도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이것은 분명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누구나 갖고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며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당신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면 절약한 시간만큼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힘들겠지만 당신 스스로의 선택을 믿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했었다. 여행을 떠나면 모든 것이 새롭다. 새로운 환경에서 오로지 나 혼자 모든 걸 선택해서 행동해야 한다. 일상을 벗어나 의지할 사람이 없는 환경은 분명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곁에 있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 당신의 선택을 기다려줄 줄 알고, 힘들게 내린 선택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당신 또한 선택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당신 또한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나 지금 시간이 필요해라는 말 한마디 정도는 상대에게 해줘야 한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곁에 있는 사람을 무작정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결코 예의가 아니다.

 

 결정을 빨리하는 사람, 결정을 천천히 하는 사람, 결국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순간부터 본래의 의미에서 바뀌고 변질된다. 결정을 빨리하면 할수록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주관이 아집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결정을 천천히 할수록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주관을 잃어버리며 상대에게 끌려다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빠른 것이 효율적이고 느린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요즘의 흐름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그것이 옳다는 건 아니다.

 

 당신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든 간에,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인지하고 때때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시간이 필요하면 기다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자.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 평소보다 좀 더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별거 아닌 이 행동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가까운 미래엔 결정장애와 같은 단어는 사라지지 않을까. <2022 저널리즘 문장론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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