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네이버 책>

전쟁이라 하면 한국사,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 전부이다. 전쟁에 대해 왜 배워야 하는지, 왜 알아야 하는지 모른 채 전쟁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다. 그리고 교실에서 마주한 질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떻게 다음 세계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였다. 이 칠판 앞에서 던져진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이들은 거의 남학생들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군신인 아레스보다 전쟁의 여신인 아테네가 더 유명했지만, 땅 위에서 전쟁이란 기록이며 공부까지도 거의 남성의 영역이다. 즉 남성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전쟁을 전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요란한 서술어와 웅변 없이 조용히 전쟁의 현실에 대해 보고하고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책에서 전해주는 전쟁에서의 여자는 백만 명가량의 여성들이 참전해 싸웠고, 여자의 전쟁에서 여자만의 색깔과 냄새, 여자만의 해석, 여자만이 느끼는 공간이 있으며 ‘여자만의 언어’가 있다. 책 속에서는 전쟁터에서 키가 커져가는 소녀들 그리고 목숨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예뻐 보이고 싶은 아가씨들, 남편을 찾아 군복을 입고 전선을 헤매는 아내들, 전쟁이라는 미친 상황 속에서 자식들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비명처럼 내지르는 어머니들이 있다.

이 책은 여자의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자들이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은 전쟁에 대한 이야기, 전쟁의 실체 우리는 잘 몰랐다. 남자와 여자가 이야기하는 전쟁은 좀 다르다. 
여자들은 전쟁에서 사람을 보고 감정을 느끼고, 평범한 것에 관심을 갖지만, 처음 사람을 총으로 쐈을 대, 널브러진 시체들에 대한 처참함은 말하지 않는다.
왜나하면 여자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참전했던 흔적을 다 지우고 화장을 하고, 옷을 예쁘게 다시 챙겨 입고, 한 가정의 엄마, 며느리, 아내가 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전쟁도 분명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겠지만, 여자들의 전쟁도 성별 때문에 그 고통의 크기는 더욱 다양했다.
전쟁에서 여자는 숙녀보다는 병사가 되기를, 즉 전쟁터에서는 여성성이 거세되기를 요구받지만 한편으론 그 참혹한 전쟁터에서 전통적인 여성성으로부터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는 아이러니 한 상황도 존재했다. 게다가 남자들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공을 쌓아 훈장을 받았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서는 오랜 시간 남자들과 치열하게 군인으로 생활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고통받는다.

 전쟁이 끝나고 비로소 맞게 된 평온한 삶 앞에서 그녀들은 기쁨과 함께 공포를 느꼈다. 전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는 소녀들, 지뢰를 제거하는 법은 알았지만 문법 같은 것은 모두 잊었다는 학생들, 훈장 같은 것을 모두 감추어야 삶이 더 평온할 수 있었던 여성들, 전에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살아갈 일을 두려워하게 된다. “남들에겐 평범한 것들을 나는 새로 배워야 했어. 평범한 보통의 삶을 기억해 내야 했어, 정상적인 삶을 !”이라는 절규를 통해 평범하게 살아가는 정상적인 나의 삶, 나의 평범한 일상을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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