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3일 오후 5시에 본 하도 해수욕장​​​​​​​ (촬영: 이시은) 
2021년 12월 23일 오후 5시에 본 하도 해수욕장 (촬영: 이시은)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마다 가는 곳이 있다.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하도 해수욕장’이 바로 그곳이다.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나는 하도 해수욕장을 찾는다.
  가만히 앉아 파도 소리를 듣는 것만큼 여유로운 게 또 있을까? 하도 해수욕장의 파도 소리는 크지 않아 더욱 여유롭다. 모래를 당기는 파도, 햇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볼 때 비로소 여유를 느끼게 된다. 맑은 날에는 머리카락이 살랑일 정도의 바람이 여유를 불러온다. 이곳에 있으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맑은 바다에 들어가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바다와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도 해수욕장 앞에는 작은 정자 하나가 있다. 그 정자에 앉아 있으면, 얕은 바람이 그때의 냄새를 가져온다. 하도리의 바람은 마치 '향수' 같다. 사소하지만 행복했던 추억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른다. 그것들은 나를 따뜻하게 만들기도 하고, 마음 한편의 공허함을 채워주기도 한다.

  혼자 바다에 뛰어들면 온전히 바다를 느낄 수 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바다의 촉감은 그 어떤 것보다 부드러운 듯 하다. 나는 수영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 이곳에서 수영을 할 때면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 우울할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그리고 여유를 만끽하고 싶을 때 나는 이 곳을 찾아온다. 나만의 쉼터이자 내 마음을 가장 편하게 만드는 곳, 그곳이 바로 하도 해수욕장이다. 


  재작년(2020년) 여름에 나는 이곳을 처음 마주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삼촌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물장구를 쳤다. 물이 어찌나 맑던지 물속에서 가볍게 움직이는 모래들이 다 보일 정도였다. 우리 넷은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겼다. 그 순간만큼은 물과 하나가 된 것처럼 바다를 느꼈다. 아빠는 바다 속 물고기 찾기에 빠지고, 엄마는 수경을 쓰고 잠수놀이를 했다. 삼촌은 헤엄을 치며 파도를 가로질렀고, 나는 아빠를 따라 하루 종일 물고기를 찾아다녔다. 물고기가 너무 빠른 탓에 조금만 움직이면 눈 깜빡할 세 사라져있었다. 특별하게 인상 깊었던 순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이 나는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다.


  이후 우리 가족은 여름이 되면 하도 해수욕장을 찾았다. 작년(2021년) 여름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 세화에서 짜장면을 시켰는데, 무려 50분이나 걸려 음식이 포장 랩을 뚫을 기세로 불어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음식을 먹으려던 찰나, 젓가락이 없어 음식에 손을 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둘러 가게에 전화를 했지만 거리가 멀어 젓가락을 배달하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돌려받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모래 위에 마른 채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를 젓가락인 마냥 사용해 음식을 먹었다. 초라하지만 황당하고도 새로운 경험이기에 기억에 남는다. 하도 해수욕장에 가서 가족들과의 일화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온다.


  하도 해수욕장에 가면 가족들과의 추억, 그때의 여유, 냄새 그리고 분위기가 떠오른다. 모래를 밟을 때면 그 미세하고도 작은 소리가 여유를 가져다준다. 나의 추억과 여유가 깃든 그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하도 해수욕장이다. 여기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다. 돌아갈 때는 아쉽기도 하지만 다시 찾았을 때의 기대와 감정을 상상하며 작별한다. 생각이 많아지거나 여유를 찾고 싶어질 때 쯤, 나는 또다시 하도 해수욕장을 찾아가려 한다. <이시은 / 2022 저널리즘 문장론>

저작권자 © 제주대언론홍보학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