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굽이진 비포장도로를 흙먼지 날리며 가다 보면 소 울음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를 쫓아 길을 따라가다 보니 수많은 소들이 모여있는 한우 축사 '한일 농장'을 찾을 수 있었다. 쌓여있는 볏짚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화물차 사이에서 구슬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20대 청년 김대현(24) 씨를 만나보았다. 김 씨는 잠시 기다려 달라는 손짓을 하고는 축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제가 많이 늦었나요?" 한 시간이 지났을 때쯤 돌아온 김 씨의 미안하단 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20대 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축산인이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대현 씨에게 청년 축산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일 농장' 축사 내부 모습
'한일 농장' 축사 내부 모습

 

 김대현 씨는 아침 일찍 소들의 건강 상태 확인과 축사를 청소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등교를 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기며 10년 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뚜렷한 목표를 정하지 않은 채 진로보다 대학 진학을 우선시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가 대학 진학보다 가축을 기르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김 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배우며 해오던 일이었기에 다른 직업보다 애착이 갔고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고 자라며 커왔습니다. 남들에게는 생소해 보일 순 있지만 저에겐 일상이었죠. 그래서 고된 일이라는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애착을 가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아버지도 저를 이해해 주셔서 긴 시간 고민 끝에 말씀드렸죠. 축산업을 해보겠다고." 그렇게 축산인이 되기로 한 김 씨는 축산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하고 개인 축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긴 고민끝에 축산업을 선택한 김 씨도 처음에는 실수한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바로 고령화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축산업계도 어려움을 겪고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기도 하고 예전과 달리 축산업을 승계받기 꺼려하는 청년들이 많아짐으로 인해 축 산업계는 심각한 초고령화 문제를 앓고 있다. 이로 인해 김 씨는 도내 청년축산인들끼리의 네트워크의 부재를 힘든 점으로 이야기하며 또래의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제가 아는 청년 축산인은 2명이에요. 동갑인 친구와 한살어린 동생. 이 둘 말고 아는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청년 축산인끼리 네트워크가 활성화가 되면 지원 정책과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도 쌓으면 좋을거 같은데 아쉽죠."라고 전했다.  김 씨는 고령화로 인해 청년 축산인들에게는 같은 직종의 사람들과 대화 할 자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했다.

소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김대현 씨
소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김대현 씨

 

 이외에도 김 씨에게는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하나 더 있다고한다. 바로 소를 보내줘야 할 때이다. 축사에서는 예측불가능한 사건과 사고들이 많이 발생한다. 들개의 습격으로 송아지가 죽거나 어미에게 밟혀서 다친 채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한다. 내가 취재를 간 날 오전에도 송아지 한 마리가 어미에게 밟혀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소의 출하 날도 언급하며 말을 이어갔다. 소는 32개월이 되면 도축장으로 출하를 보내야한다. 이 말은 결국 김 씨가 약 3년 간 애지중지 하며 키운 소들을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육체를 쓰는 것보다 이럴 때 마음을 쓰는 게 더 힘들어요.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결국 생명을 키우는 일이다 보니 아직도 적응은 안되네요." 이런 일에김 씨는 아버지의 배려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출하 당일이 되면 김 씨를 쉬게하고 혼자만 출하를 나가는 등의 배려 덕분에 힘든 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씨가 말한 힘든 점을 제외하고도 어린나이에 가축을 기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님에도 또래의 청년들에 비해 이른 시기에 진로를 결정했다. 김 씨가 진로 결정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김 씨는 먼저 여러가지 선택지를 두고 시도해보며 고민해보라 조언했다.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지금은 진로를 결정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전에 여러 일을 해보지 못한 게 후회가 되더라고요.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진로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게 진로 결정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지금은 진로를 결정한 입장이지만 이전에 더욱 다양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을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씨는 자기자신의 생각을 중요시하라는 말을 남겼다. "남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일에는 자신의 생각이 제일 중요한 것같아요. 자신을 믿고 시작한 일은 끝까지 도전해보는 자세를 가지시면 좋은 결과가 따라 올 거라 생각합니다."라며 진로 결정으로 고민을 하고있는 청년들에게 여러 경험을 해보고 자신의 생각을 중요시하라는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2022 신문제작실습 / 홍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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