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분명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곳이며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에 오를 때에는 앞으로 시작될 여정에 대한 설렘을 안고 탈 것이다. 그러나 제주국제공항의 비행장이 위치해 있는 이호동 주민들에게 비행기라는 존재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아침 6시 무렵부터 밤 10시경까지 비행기는 쉬지 않고 이착륙을 반복한다. 비행기가 많이 뜨는 시간대에는 평균적으로 5분에 한 대씩 굉장한 소음을 동반하며 주택가 바로 위로 지나간다. 하루에 수십 번도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 알아보자.

이호동 주택가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
이호동 주택가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

 이호동 지역 공항 소음 피해 실태

 이호동 주민 김00씨(47세)는 태어나면서 부터 제주국제공항이 있는 용담지역에 거주했고 학창시절부터 이호동으로 이사를 와 줄곧 공항소음지역에서 살아왔다. 그는 워낙 오랫동안 비행기 소음을 듣고 살아온지라 이제는 그 소리 자체에는 큰 불편을 못느끼지만 오히려 소음에 무뎌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 예로 다른 동네 사람을 만나서야 자기 스스로 대화할 때 목소리를 크게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본인도 모르는 새에 소음으로 인해 생긴 습관들이 있다고 밝혔다. 소음에 무뎌지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김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군대 사격 훈련 있죠? 그거 군 생활동안 몇 번 하지도 않는데 그 영향으로 군필자 대부분은 청각이 손상된다는 뉴스를 최근에 본 적이 있어요. 저도 왼쪽이 약간 잘 안들리는데 평생 비행기소음을 듣다 보면 청력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죠. 비행기 소음이란 게 타지 사람들이 들으면 총소리 만큼이나 큰 소리로 느껴질 만한 것이니까요". 김씨는 이런 소음들이 주민들에게는 일상적인 것이라 소음 피해에 대해서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이호동은 막상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고 오히려 공항 덕분에 지원도 많이 받는 동네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그는 지역 주민들이 받는 고통에 비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소음 피해 정도를 제대로 측정해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지원금 지급 기준을 높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어릴 때부터 이호동에 쭉 살아왔다는 김00씨(50세) 역시 공항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동네 사람들의 재산권 피해가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호동은 공항 때문에 개발 제한이 걸려 땅값도 다른 동네에 비해 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가 공항 소음 때문에 건축 기준 또한 더 까다로운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방음 목적으로 일정 조건 이상 되는 유리를 써야 해서 건축비는 더 드는 상황인데 소음 때문에 부동산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을 자체가 공항 소음 지역이라고 낙인 찍혀 부동산 거래가 힘들고 개발도 쉽지 않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이유로 공항 소음 피해 지역이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설 좋은 놀이터나 소음에 크게 상관없이 사용 가능한 시설들을 짓는 것과 같이 사회 인프라 구축 사업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동에 거주하면서 또한 같은 동네에 위치해 있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00씨(45세)는 일을 할 때도 소음 때문에 고충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수업 중에 비행기가 뜨면 아이들이 한 눈을 많이 판다"며 비행기가 나는 것을 보는 재미에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수업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영아반의 경우에는 취침 시간에 창문을 열면 비행기 소리에 깨는 아이들이 있어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일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윤씨의 어려움은 집에서도 계속되었다. 윤씨는 "아이들을 재우는 시간인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도 비행기가 많이 뜨기 때문에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재우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하며 야간 비행은 탄력적으로 운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윤씨는 "무엇보다 요즘과 같이 날씨가 더워지는 날에 창문을 마음대로 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울상을 지었다. 여름철에 더워도 소음으로 인해 창문을 열지 못하는 불편함 때문에 공항 공사에서 소음대책사업의 일환으로 무료로 집집마다 에어컨 설치를 도와주고 있으나 신청을 하면 에어컨이 설치 되기까지 보통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처는 미흡한 점이 사실이다. 윤씨는 소음 낮추기에 힘쓰는 방안을 보다 더 모색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신00씨 할머니(75세)는 "테레비 좀 잘 나오게 해줘시믄 조으크라(TV 좀 잘 나오게 해주면 좋겠습니다)"라며 비행기 소리 때문에 TV도 마음 편히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비행기 소리 때문에 TV 소리가 묻히는 것은 물론 어떤 날에는 비행기가 지나가면 TV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아 자꾸 끊긴다며 비행기가 뜨나 안 뜨나 TV가 끊기지 않고 잘 나오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보상으로 한국공항공사에서는 공영방송수신료 지원 사업을 실행하고 있으나 신씨 할머니를 포함한 주민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항 소음 대책 사업의 현 실정

 예전에 비해 공항 공사나 혹은 지자체에서 공항소음대책사업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들이 실행하고 있는 에어컨 설치나 주택방음공사, 수신료 지원사업, 전기료 지원 사업 등과 같은 것들은 모두 공항 소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이 지역 일대의 주민들은 모두 하나같이 "에어컨 무료로 설치해주고 전기세 지원해주는 대신 평생 비행기 소음 참고 살라고 하면 아무도 그럴 사람 없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수박 겉핥기식'의 보상 차원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주민들의 불만 또한 끊임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보다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불가피한 공항 소음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소음 자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까. <2022 신문제작실습 /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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