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방역본부에 따르면, 한 해 버려지는 유기 동물은 13만 5,791 마리로, 그 수가 매우 많지만, 그중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찾는 비율은 26.4%에 그친다. 주인에게 버려져 유기견이 되는 개들 중 상당 수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도'이거나, 품종이 없는 '믹스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품종이 없고 사이즈가 크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새로운 입양처를 찾는 것이 녹록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렇게 외면당하는 이들이 해외에서는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해외 입양처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다 해외로 입양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동물들이 단신으로 항공기를 통해 해외로 건너가는 것은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들을 수하물을 통해 해외로 안전하게 데려가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들을 '이동봉사자'라고 부른다.

유기견이 해외로 입양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정화 씨]
유기견이 해외로 입양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정화 씨]

여기, 그런 이동봉사를 위해 직접 해외와 연계해 봉사자들은 연결시켜주는 단체가 있다.

◇ "제주 일 년 살이를 왔다가 진도믹스 유기견 두 아이를 만나면서 시작되었요."

트레져 진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단체는 개인 구조자와 봉사자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제주에서 가장 흔하지만 그래서 외면받는 진도와 진도믹스 아이들의 견생 2 막을 열어주기 위해 결성됐다.

이들은 "아프거나 다쳐서 당장 눈에 띄어 관심이 집중되는 아이보다 건강해서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던 강아지들과, 길에서 만나 도저히 외면할 수 없던 아이들의 입양을 돕고 있다"며 외면받는 강아지들의 입양을 돕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어쩌다 해외 입양을 연결하게 되었냐고 묻자, "처음에 구조한 아이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새끼를 낳았고, 그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과정에서 진도들의 국내 입양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이후 해외 입양을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알아보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트레져 진도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개인 입양에 대한 문의가 오지만, 입양 후 사후 관리가 어려움에 따라 해외로의 개인 입양은 보내지 않고, 꼭 신뢰성 있는 현지 단체를 통하여 입양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입양 간 유기견들의 사후 관리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서 이들이 유기견들의 새 삶을 찾아주는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엿볼 수 있었다.

트레져 진도가 국내 유기견들과 해외 입양 단체를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한다면, 직접 해외로 유기견들을 데리고 가는 이동봉사자들이 있다. 이번에는, 유기견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 새 삶을 찾아준 이동봉사자 유정화 씨를 만나보았다.

◇ "코로나로 인해 한국행이 뜸했지만, 한국에 갈 일이 생기면 꼭 이동봉사를 하리라 벼르고 있었어요." 

유정화 씨는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다. 때문에 한국에 들어올 일이 생기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 꼭 이동봉사를 하리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 유정화 씨는, "팔로우하던 강아지 인스타그램에서 '트레져 진도' 단체가 이동봉사를 구한다는 공지를 보고 연락드렸다"라며 처음 이동봉사를 하게 된 계기를 말해주었다.

유기견들이 공항에서 케이지 안에 들어가 비행기를 타길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정화 씨]
유기견들이 공항에서 케이지 안에 들어가 비행기를 타길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정화 씨]

이동 봉사 과정에 대해 묻자, "비행기 예약 정보와 여권 정보를 드리면 단체에서 필요한 수속은 다 해준다"며, "이동봉사자가 준비할 건 없고, 출국 당일 30분 정도 일찍 나가서 강아지들 만나고, 체크인을 하면 된다"고 출국 당시 상황을 말했다. 

"LA에 도착해서는 단체에서 알려주신 대로 세관신고서를 작성하고 입국 심사를 받은 다음, 수하물 찾는 곳에서 강아지들을 픽업합니다. 그리고 세관에서 서류 확인하면 끝."

이어 그는 "그리고 나서는 출국장으로 나가서 현지 단체에서 나온 봉사자분들에게 강아지들을 인계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간단한 과정을 가진 이동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쉽게 이동봉사에 나서지 못한다. 유정화 씨에게 이동봉사를 하면서 우려됐던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트레져 진도'에서 워낙 잘 준비해 주신 덕분에 인간 입장에서 우려된 건 없었고, '강아지들이 비행 스트레스 받지는 않나...' 그런 걱정을 좀 했다"며 별다른 어려움이나 걱정은 없었다고 넘겼다. 

이렇게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던 이동봉사를 마친 후의 느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정화 씨는 "제가 들인 수고에 비해 굉장히 큰 보람이 느껴지는 일"이라며, "현지 단체 봉사자분에게 강아지들을 인계하고 며칠 후 평생 가족을 만난 강아지들 사진을 받았을 때 굉장히 기뻤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유정화 씨는 "미국행 직항 비행기를 타는 모든 지인들에게 이동봉사를 추천하고 있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많은 유기견들이  국내에서 새로운 입양처를 찾지 못해 안락사 되는 일이 허다한 지금, 해외로의 입양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까지 데려가 줄 사람이 없어 입양이 취소된다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불행을 막을 수 있는 이동봉사는 간단하지만, 유기견들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유기견들이 한국에서의 불행한 삶을 뒤로하고 타지에서의 행복을 찾아 하늘길에 오를 수 있길 바란다. <2022 신문제작실습/정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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