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사람들이 몰려 구경하고 있다.
말들이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펜스 앞에 몰려 구경하는 사람들

 주말만 되면 제주의 경마장 렛츠런파크 내부에는 경마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경마는 돈을 걸고 경주에서 우승할 말을 맞추는 스포츠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법적으로 허용된 즐길 거리지만 돈을 걸고 진행되기 때문에 도박의 위험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에 세 번 진행되는 경마는 하루에 13~15개의 경주가 있고 한 게임당 1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으니 높은 금액으로 여러번 참여한다면 우승마 예측에 실패할 경우 손해가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과도한 베팅은 결국 도박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경마를 즐기고 있는 고객들은 도박중독의 위험에 빠지지 않은 채 건전하게 즐기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직접 제주 경마장에 방문해 그들을 인터뷰했다.

 "확실한 건 손해가 훨씬 크지"

경마를 즐긴 지 3년 정도 된 50대 남성  A씨는 한 달에 1~2번 정도 경마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하루에 2~4게임 정도 게임당 2~3만 원씩 베팅하며 경마를 즐기는 A씨는 베팅을 10 번 정도 해야 겨우 1~2번 성공할까 말까 한 확률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마를 꾸준히 즐기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내가 돈을 건 말이 1등으로 들어올 때 쾌감이 엄청나지... 그 쾌감은 쉽게 잊기 힘들어, 그리고 경마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돈이 그렇게 아깝진 않아, 나는 돈을 적게 걸기도 하구" A씨는 경마를 가볍게 즐기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취미라고 말했다.

 "고액 배팅하면 패가망신하지!"

경마장 관중석에 멍하니 앉아 있던 50대 남성 B씨는 경마를 즐긴 지 10년 정도 됐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여 하루에 2~3게임을 3~5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즐긴다고 했다. 오래된 고객답게 B씨는 10판 중에 2~3번 정도 돈을 따는 A보다 더 좋은 실력을 지녔다. 인터뷰할 당시 그는 바로 전 경주에서 3,8번마의 복연승을 맞춰 돈을 딴 상태였다. 배팅에 성공한 그의 심정을 물었다. "당연히 좋지, 근데 돈을 크게 걸지도 않았고 배당도 크지 않아서 이득이 그렇게 크진 않아, 잃는 게 더 많지" B씨 또한 이번 경주의 배팅에 성공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봤다. 그런데도 경마를 계속 즐기는 이유를 물었다. "가끔 돈을 따면 좋기도 하고, 못 따더라도 경마장에 앉아 사람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지"  이어 B씨는 자기 절제만 잘하면 경마는 아주 재밌는 취미라고 했다. "어차피 마권을 몇 번 사보면 돈을 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돼 적게 배팅하게 돼" 

"나중에 또 올 만한 곳인 것 같아요"

경마장 관중석에 붙어 앉아 경마정보지를 활짝 펼치고 히히덕거리던 30대 커플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이번이 첫 번째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방금 처음으로 배팅을 해보았고 10번 말이 너무 못해서 3만 원을 잃었다고 가벼운 짜증을 내보이기도 했다. 처음 방문해본 입장으로서 경마의 재미를 물었다. "야외활동이라서 바람도 쐐고, 경마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이렇게 잡지를 찾아보면서  예측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이어 소액으로 즐긴다면 가끔 방문할 가치가 있는 좋은 즐길 거리라고 말했다. 

"나는 재미없어"

이번에는 남편 따라 경마장에 방문한 40대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자신은 돈을 걸지 않거나 최소금액만 가끔 배팅한다며 1000원을 배팅한 마권을 보여줬다. "나는 그냥 아저씨(남편) 따라 온 거야, 나는 경마가 재밌는 지 잘 모르겠어" 그녀는 경마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라 한가한 주말에 남편과 시간도 보낼 겸, 남편이 혹여나 큰 금액을 배팅하지 않을까 감시도 할 겸, 겸사겸사 방문한 것이었다. 그녀는 경마장에 자주 방문하는 남편이 돈도 못 따는 경마를 왜 저리 좋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경마도 일종의 도박이기에 '내 남편이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소액 배팅'을 강조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만 소소하게 배팅하여 경마를 즐겨야만 경마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도박중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절제가 이뤄진다면 경마는 제주에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취미거리라고 볼 수 있다. <2022 신문제작실습/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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