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 뭐냐고 물으면 다들 직업을 얘기하더라고요... "
“ 모든 사람이 생각을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요. 거기서 차이가 나는 거 같아요. ”
“ 제가 두려워서 행동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저, 지금의 생활은 없었을 거예요. ”
“ 자신의 인생을 사세요. 경험하고 부딪히세요. ”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제는 제주에 뿌리를 내려 제주를 달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청년 이규호. 그는 제주에 아무 연고도 없이 무작정 내려왔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제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그는 제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약간의 서늘함이 감도는 오후, 만나기로 한 카페에 그가 베이지색 스쿠터를 타고 나타났다.
헬멧을 벗고 웃으며 인사하는 이씨. 표정 속에 여유와 반가움이 묻어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우리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 세 가지의 꿈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어렸을 때 간직해오던 꿈을 이뤘습니다.

그는 직업군인이었다. 특전사에서 3년, 707 특수임무 대대에서 2년 6개월, 총 5년 6개월의 군복무를 했다. “어렸을 때 동네에 직업 군인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멋있다고 생각을 했고, 자연스럽게 저도 직업군인의 꿈을 품었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많은 것을 배웠구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군 복무를 마치게 됐습니다. ”라며 그는 말했다.

두 번째 꿈인 세계일주에도 가까워졌어요.

“군복무를 마치고 1년에 5개가 넘는 나라를 여행했어요. 히말라야 산맥 안나푸르나는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즉흥적으로 도전했어요. 물론 고산병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웃음)...” 그의 얼굴엔 추억을 생각하는 지 행복이 묻어났다. “그러고나서 영어를 하나도 못하지만 호주로 떠났어요. 1년 반을 있었죠. 일도 하고, 서핑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친구한테 전화가 왔어요. ‘너 한국오면 뭐할거냐?’이러는데 막상 생각나는 게 없더라구요. 그런데 친구가 제주로 오라고 했어요. 생각해보니까 호주랑 제주가 환경이 비슷하더라구요? 바다도 있고 서핑도 할 수 있고. 그래서 무작정 제주로 왔어요. 진짜 아무것도 챙긴 거 없이. 그 계기로 제주로 오게 된 거예요.” 
제주에 아는 이가 있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없었다는 그의 말에 새삼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친구의 한마디로 삶의 터전을 제주로 옮기게 되다니. 정말 대단한 용기와 행동력이 아니고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열정과 행동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같이 달리고 싶어 러닝크루를 만들었고, 그 러닝크루는 참여인원 100명 이상, 팔로워는 2000명 이상을 보유하는 유명 러닝 크루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어느새 한 크루의 어엿한 수장이 되어있었다. 그 뒤를 이어 ‘J.RAB’이라는 프로젝트 그룹도 운영하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코로나로 인해 행동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JEJURC’와 ‘J.RAB’은 그의 세 번째 꿈인 ‘사업하기’가 실현되는 길이기도 했다.

 ◈ JEJURC (JEJU Running Crew)
'다 같이, 함께'에 중점을 두고 달리는 러닝크루다. 이 크루는 제주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알리고, 제주의 환경을 지키는데에 앞장 서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무언가를 같이 활동하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저 달리는 게 좋은데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같이 달리고 싶었을 뿐,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것을 추진하고 다 같이 하다보니 많은 사람과 좋은 일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제주 4.3을 기억하며 달리기’, ‘산지천 밝게 만들기’, ‘8.15 광복절 기념 달리기’, ‘새 산 새 숲 평화의 런’과 같은 좋은 취지의 달리기는 물론 요즘 유행하는 플로깅을 제주 사투리에 접목시킨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뛰멍 취우멍’, ‘연탄나르기’와 같은 봉사활동도 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 이렇게 많은 인원을 통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 솔직히 신경쓰일 것도 많고,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정 멤버분들이 생기고, 같이 도와주시고 저도 적응을 하다보니 이제는 어려움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 일도 하고 러닝크루도 운영하고 정말 바쁘실 것 같은데 힘이 들진 않나요? 이렇게 까지 하시는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 솔직히 할 일이 상당히 많아요. 포스터도 만들어야 하고 홍보도 해야하고 체크도 해야하고... 하지만 즐거워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고, 즐겁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혼자도 좋고 편하지만 많은 즐거움과 좋은 것을 다 같이 공유하고 행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래서 하는 거예요.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에서 운동 좋아하는 2030세대들이 소통하고 재미있게 같이 운동하는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 J.RAB (JEJU Run And Base)
이 프로젝트는 사실 달리기를 사업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것 보다는 제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에 모든 러너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을 ‘Run And Base’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러너들이 모여 같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도, 휴게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공간. 아직 초입 부분이긴 하지만 하나의 러닝프로젝트 그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프로젝트를 여러 개 진행한 걸로 아는데, 혹시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저희 J.RAB은 첫 번째 프로젝트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리사이클 티셔츠’를 만들었어요. 쓰레기로 지금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특히 제주도도 많아요. 제주를 달리다 보면 쓰레기를 정말 많이 볼 수 있어요.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줍고 하다보니 문득 이 플라스틱으로 뭔가를 할 순 없을까 하다가 첫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저희가 발로 뛰어서 조사를 하고 조언을 구하며 도에서 지원을 받고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송악산 그냥 이대로 놔둡서’라는 프로젝트입니다. 송악산이 난개발로 인해서 논란이 많았고 아직도 완전한 해결은 하지 못한 상황인데 저희는 환경이 자꾸 파괴되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저희가 프로젝트를 계획해서 파타고니아 코리아와 손을 잡고 24명의 러너들이 24시간 이어달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세 번째 프로젝트로는 ‘제 2공항 반대 운동’을 진행했고,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주도 한바퀴 246km 달리기’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J.RAB은 약간 달리기 실력과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참여가 가능하겠네요?
 - 아무래도 그렇죠. 제주알씨는 모든 사람이 함께 뛸 수 있다면 J.RAB은 1인당 30km정도를 달릴 수 있는 사람들 중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뜻을 모아 달리기를 하며 캠페인을 진행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 아직 이 프로젝트는 시작된 지 얼마 안됐지만 혹시 어려운 부분이 있을까요?
 - 아무래도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고 홍보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해요. 그리고 리사이클 티셔츠는 도의 지원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다른 프로젝트들은 저희의 사비로 감당해내야 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 이 프로젝트 또한 많은 분들이 보고 관심을 가져야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군요.
 - 네. 아무래도 그렇죠. 그리고 저희가 하는 활동들로 인해 제주가 러닝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무래도 아직 저희 나라에서는 마라톤이라는 것이 조금은 생소하고 가는 길을 방해한다고 눈살을 찌푸리시기도 하는데요. 해외는 마라톤이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응원을 해주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있고 모두의 축제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마라톤을 하러 가기도 하는데요. 저는 더 나아가 저희 제주도로 러너들이 오게 만들고 싶어요. 그게 먼 훗날의 제 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이규호의 미래

그는 앞에 내용들을 인터뷰하는데 지친 기색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열정이 불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24시간이 모자라 보일 정도 였다. 이렇게 하루에 3-4시간을 자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를 보면서 그가 더욱 궁금해졌고 그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 잠도 못자면서까지 이렇게 많은 열정과 노력을 하고 있는데 힘들지는 않나요?
 - 워낙 군복무를 할 때 힘들었던 게 적응이 되어있어서 힘들지 않고,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더 해나가고 싶은가요?
 - 제가 해오던 일과 생각해오던 일을 쭉 실행해 나갈거구요. 구체적인 게 하나 있다면,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어요. 이름이 있는 오름도 있지만 이름이 없어 민오름으로 불리기도 그리고 사유지라서 그냥 방치되어 있는 곳도 상당히 많아요. 하지만 그 오름들이 다 하나하나 가치가 있고 그 오름만의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세계에서 화산 폭발로 인해 이렇게 많은 오름이 있는 곳이 아마 제주가 유일할 거예요. 저는 지금 이 오름들을 하나하나 다 가보고 느끼고 있어요. 정말 아름답고 좋거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제주도에 러닝 코스를 짜고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 제주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앞으로 바라는 제주의 모습이 혹시 있을까요?
 - 음... 원래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것이고 제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안되지만... 제가 다 겪어왔던 일들이고, 그래도 경험을 조금 많이 한 사람으로써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행동하라고. 경험이 주는 것 만큼 큰 게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부분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직업을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였는데. 모두 즐기면서 행복하게 남 눈치 안보고 자신의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다 생각을 많이 해요.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느냐 안옮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도 두려워서 행동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도, 지금의 생활도 없었을 거예요. 지금 이룬 사람들 모두가 그랬듯이. 
△ 청년 이규호로써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 저는 솔직히 꿈과 목표를 거의 이뤘어요. 그리고 정말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구요. 계속해서 지내면서 하나씩 하나씩 발전해나가고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저에게 제주는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까지도 여유로움과 행복이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이규호 청년은 제주를 기회의 땅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주가 너무 아름답지 않냐고 한다. 그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행복하고 즐겁게, 열정이 넘치게 하루 하루를 보낼 것 같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 누구보다도 제주를 사랑하고 열정을 가진 남자 이규호. 이런 청년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앞날도 조금은 밝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사를 마무리 한다.

<신문제작실습 2021 / 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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