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순해서...’, ‘사람 없을 때 잠깐만...’

공원에서 만난 50여 마리의 반려견 중 11마리가 안전줄 착용하지 않아.

2021년 2월 10일 개정된 동물보호법 제 12조에 따르면 ‘소유자등은 법 제13조 제2항에 따라 등록대상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 또는 가슴줄을 하거나 이동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소유자등이 월령 3개월 미만인 등록대상동물을 직접 안아서 외출하는 경우에는 해당 안전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으며,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개가 사람을 공격했을 때는 개의 주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반려동물 관련 안전사고로 인해 반려동물 안전조치에 관한 규정은 2017년 개정 이후 꾸준히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일상생활에서 반려동물의 안전조치는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직접 현장으로 나가보았다.

야외에서 안전줄 미착용은 불법이지만, 여전히 안전줄 착용하지 않은 반려견 쉽게 만날 수 있어

안전줄 없이 방치된 반려견 그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어린 아이
안전줄 없이 방치된 반려견 그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어린 아이

화창한 주말 오후 2시 광주 남구에 위치한 유안근린공원.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이 공원에 나와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인파 속에서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반려견의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반려견이 안전줄을 착용한 채 산책을 하고 있었지만, 안전줄 없이 견주의 통제를 벗어나 마음껏 공원을 돌아다니는 반려견을 만나는 일 역시 어렵지 않았다.

공원의 잔디밭에서 소형견 두 마리가 안전줄 없이 주인의 손을 떠나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에 흥미가 생긴 듯한 어린아이 한 명이 관심을 보이며 접근했다. 그것을 본 견주는 멀리서 반려견을 향해 “안 돼!”라고 외쳤지만, 그에 그칠 뿐 흥미를 잃은 아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까지 추가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산책 중인 다른 반려견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는 등의 행동을 할 때도 견주는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전줄을 착용하고 있는 개의 견주가 자신의 반려견을 끌어 앉아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두 번의 상황 모두 불의의 사태로 인해 반려견이 공격성을 보였다면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견주에게 다가가 "왜 안전줄을 착용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보자 견주는 "우리 개는 순하고 사람을 잘 따라서 괜찮아요."라며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에게도, 반려견에게도 언제 어떤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견주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안전줄을 착용하지 않은 11마리 중 8마리가 중간에 안전줄 제거

안전줄을 착용하고 나왔으나 제거하는 경우 많아.

안전줄을 착용하고 외출했으나, 이후 안전줄을 제거하고 통제에서 벗어난 반려견
안전줄을 착용하고 외출했으나, 이후 안전줄을 제거하고 통제에서 벗어난 반려견

장소를 옮겨 제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경기장 바깥을 따라 동그랗게 조성해 놓은 육상 트랙과 넓은 광장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농구, 보드, 조깅 등 여가활동을 즐기는 가운데 여러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모든 반려견이 안전줄을 착용한 채 평화롭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산책을 하던 한 견주가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더니 반려견의 안전줄을 제거했다. 통제에서 벗어난 반려견은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듯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광장 이곳저곳을 활개치고 다녔다. 이후 근처 공원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견주는 잠시 후 반려견을 불러 다시 안전줄을 착용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이렇게 처음에는 안전줄을 착용하고 외출을 나왔으나, 이후 안전줄을 제거하는 경우가 처음부터 아예 안전줄을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제주 하모체육공원, 광주 유안근린공원, 광주 용산체육공원, 광주 첨단체육공원 등 현장 조사를 하며 만났던 50여 마리의 반려견 중 11마리의 반려견이 안전줄을 착용하지 않았는데, 그 중 8마리가 안전줄을 착용하고 외출했으나, 이후 안전줄을 제거한 경우였다.

‘우리도 사연이 있어...’

한편, 안전조치를 왜 제대로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어쩔 수 없다며 하소연을 털어놓는 견주도 있었다. 광주에 거주중인 견주 74세 박 모씨(여)는 “알죠. 아는데 목줄을 하면 얘가 질질 끌고 다녀서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다가 넘어져서 다칠 뻔한 적이 있어요. 그렇다고 산책을 안 시킬 수도 없고, 그래서 사람이 없는 시간에 잠깐만 데리고 나와요.”라며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기를 부탁하기도 했다.

‘개를 키울 자격도 없어.’ , ‘규정은 규정이다.’

하지만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는 견주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말해서 뭐 해요? 개를 키울 자격도 없는 거죠!”

광주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의 견주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견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울분을 토하듯 쏟아냈다. 이어 그녀는 “사고 한 번 나야 정신 차리지라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는 견주의 안일함을 비판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일반 시민의 의견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광주 유안근린공원에서 만난 27세 박 모씨(여)는

“말 잘 듣고 순한 것도 주인한테나 그렇지 언제 갑자기 돌변해서 사람을 공격할지 어떻게 알아요? 안전이 보장된 공간이 아니면 개가 좀 답답해하더라도 목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강아지가 잘못된 음식을 먹는 등의 위험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개인적인 사정과는 별개로 규정은 지켜야죠.”라고 말하며 안전줄을 하는 것이 사고를 당하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보 부족? 있으나 마나한 표지판과 현수막

공원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과 표지판들
공원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과 표지판들

혹시나 홍보가 부족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반려견의 안전조치 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공원 여기저기 잘 보이는 곳에서 안전수칙 준수를 요구하는 표지판과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충분한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약 20%에 달하는 반려견이 안전줄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홍보에 비해 단속이 미흡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공원을 현장 조사하며 가끔 공원 관리인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견주와 반려견에게 안전줄을 착용하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볼 수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단속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또한, 실제로 단속을 한다고 하더라도 잠시 풀어놓은 안전줄을 채워버리고 시치미를 떼어버리면 확실한 증거없이 단속을 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 존중받는 요즘. 권리가 주어지는 만큼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반려견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반려견을 포함한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경각심을 갖고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2021 신문제작실습 / 강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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