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부족 문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맞물리며 경고등이 켜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단체 헌혈이 감소했다. 더욱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주사기를 공유하면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 루머까지 퍼지면서 헌혈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대한적십자사 혈액 사업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8년 288만 건에 달았던 헌혈실적이 2020년 27만 건 감소했다. 또한 2018년 전체 헌혈의 10% 이상을 차지하던 고등학생, 대학생의 헌혈실적이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이후 혈액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전체 헌혈량의 4% 정도로 수급량이 하락하며 혈액 보유 상황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헌혈 수요가 부족해지자 참여를 호소하는 글이 혈액원에 게재돼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헌혈 수요가 부족해지자 참여를 호소하는 글이 혈액원에 게재돼 있다.

혈액 보유량 및 혈액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2021년 5월 21일 제주시 도남동에 있는 대한적십자사 제주혈액원에 방문했다. 2주 사이 제주도 내 확진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혈액원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혈액원 내 헌혈 실로 들어가자 벽에 게재돼 호소문이 혈액 보유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킨 후 관계자를 만나 제주도 내 혈액 상황에 대해 묻자 “최근 대부분의 도내 확진자가 10~20대에서 발생하고 있어 단체 헌혈이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도내 헌혈 수요 대부분 학생들에게 의존하고 있어...

실제로 지난 5월 11일 발생한 제주도 내 코로나 확진자 집단 감염으로 인해 제주시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수업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학교 단체 헌혈의 경우 모두 예약 취소가 됐다. 취소된 단체 헌혈의 경우 대체가 쉽지 않다. 기관과의 사전 협의 등 거쳐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군부대에서도 혈액 수급이 가능한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제주도의 경우 부대 수가 적고 혈액 대부분을 고등학교 단체 헌혈을 통해 수급하기 때문에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더욱 치명적이다. 

매일 9시 전국 혈액 보유 상황을 갱신하여 게재한다. 
매일 9시 전국 혈액 보유 상황을 갱신하여 게재한다. 

대한민국 혈액 적정 보유량은 평균 닷새 분량이다. 하지만 21일 방문 당시 국내 혈액 보유량은 3일분 정도였다. 특히 B형을 제외한 나머지 혈액형의 경우 혈액 수급 부분적 부족, 적혈구제제 3일분 미만에 해당하는 주의단계와 혈액 수급 부족, 적혈구제제 2일분 미만에 해당하는 경계단계에 해당했다.

혈액원 관계자는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하여 긴급 상황의 경우 혈액을 타 도시로부터 수급 받을 수 없으므로 다른 지역과 다르게 평균 7일 분량의 혈액량을 보유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10대와 20대 헌혈자의 의존도가 높은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헌혈자 숫자가 감소했고 고령화 시대에 접어드는 것과 출산율 저조로 인해 10대와 20대의 전체적인 숫자의 감소로 혈액 부족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적혈구의 경우 35일 혈소판은 5일로 유통기간이 정해져있어 단기간의 많은 혈액을 보유하게 되더라도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가 될 수 있어 꾸준한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관계자  "지정 헌혈 제도 좋지만 단점도..."

혈액 부족 문제로 지정 헌혈을 호소하는 글이 연일 화제다. 지정 헌혈은 대상을 미리 지정하여 헌혈을 하기 전에 수혈자를 지정하거나 환자가 수혈을 받기 전에 헌혈자를 지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제주대학교 앞 버스 사고로 인해  긴급수술이 필요했던  AB형 여학생의 경우 지정 헌혈 덕분에 고비를 넘겼다"라고 밝혔다. 당시 지정 헌혈에 참여한 시민의 수만 무려 107명. 혈액형 중 가장 적은 수의 AB형임을 감안한다면 숫자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하지만 혈액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하다는 점과 전혈의 경우 두 달에 한 번 헌혈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에 관계자는 한 번에 많은 혈액이 모이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다행히 빠르고 많이 혈액이 모여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지만 연이어 다른 환자가 발생할 경우 혈액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정 헌혈을 통해 혈액을 수급 받아도 당장 환자에게 수혈하는 것이 아닌 혈액을 정제하고 검사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지정 헌혈뿐 아니라 꾸준한 헌혈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 해결책 다방면으로 노력 중

이러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혈액 부족 극복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제주의 경우 작년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단체 헌혈 횟수가 크게 감소했지만 다행히 개인 헌혈의 숫자가 많이 증가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취재 당일에도 하루 예약자가 18명에 달했으며 예약하지 않고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헌혈을 하기 위해 오는 시민분들도 많았다. 매스컴을 이용한 꾸준한 홍보효과와 헌혈에 대한 시민의식의 변화가 가져온 기적이다.

 예약 헌혈자 외에도 헌혈을 위해 혈액원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예약 헌혈자 외에도 헌혈을 위해 혈액원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또한 과학의 발달로 수술 중 혈액을 회수, 수술 후 혈액 회수, 급성 동량 혈액 희석 등의 방법을 이용해 자신의 피를 모아 수혈하는 방법도 가능해졌다. '셀 세이버'라는 자가 수혈기를 이용해 수술 중에 자신의 혈액을 회수하고 재투여를 하는 방법을 통해 불필요한 혈액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보급 중에 있다.

본 기자도 취재 당일 헌혈에 참여했다. 처음 해보는 헌혈인지라 조금 긴장됐지만 간호사의 친절한 설명과 간단한  문진 이후 헌혈 준비를 마쳤다. 약 한 시간의 소모 시간을 예상했지만 전혈의 경우 5~10분 이면 헌혈이 완료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그 시간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수혈을 받을 경우 헌혈증서 이용해 비용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수혈을 받을 경우 헌혈증서 이용해 비용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나가는 문을 잡아주면서도 관계자는 "오늘 적정량에 도달한다 해도 내일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헌혈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헌혈 참여 독려를 부탁했다. 현대 과학의 발전과 시민 의식의 발전 등으로 혈액 보유량 안정을 위해 노력 중에 있지만 아직은 인공적으로 혈액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헌혈에 꼭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2021 신문제작실습 / 이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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