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ving> 시작하다

요즘 우리 가족에게 책이란, 일하랴 집안 살림하랴 바쁜 엄마에겐 먼 존재. 드라마에 빠진 아빠는? 책? 전혀 관심 없음. 수능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남동생에겐 잠시 멀리하고 싶은 존재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직 준비하는 여동생은 책이 기출문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가족 독서 릴레이를 진행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었다. 아무래도 사람 수가 5명이나 되다 보니, 평소에도 기념일이 아니면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다. 그런데 독서 릴레이라니...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올 때면 나는 ‘시끄러운 집’ 단톡방을 이용한다. ‘시끄러운 집’은 우리 집 단톡방의 이름이다. 5명이 모이면 왁자지껄 조용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나는 폭탄선언을 했다.

 

"나 가족 독서 릴레이 해야 되니까 무조건 도와줘야해 ! 알겠지 ?"

 

우려하던 대로 바쁜 가족들에게선 시원치 않은 반응들이 나왔고, 하지만 나는 밀어붙여야 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꿈 같은 주말을 나에게 잠깐 반납해줄 수 있냐는 응답에 고맙게도 엄마와 아빠는 오케이를 외쳤고, 아쉽게도 동생들은 함께 하지 못했다.

부모님과 책을 선정하려고 서점을 가볼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 안에 있는 우리를 둘러 싸고있는 많은 책들이 그제서야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5명의 입맛에 맞는 책을 고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에, 집에 있는 책으로 하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다. 방 마다 책장을 뒤지던 중 최근에 책 나눔을 받았던 ‘The Having(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책이 엄마의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그 책은 엄마에 손에 쥐어져 있었고, 엄마는 보자마자 “부와 행운? 갖는 방법을 가르쳐주나?”하며 순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그러곤 바로 아빠가 있는 쪽을 바라보셨다. 아빠는 “나는 엄마가 원하면, 그 책으로 해도 상관없어”라고 하셨고, 나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단톡방에 공지했다.

 

“우리의 가족 독서 릴레이 책은 The Having이다”

                                     The Having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The Having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렇게 시작된 독서 릴레이. 첫 번째 주자는 나였다. 더 해빙은 말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가지고 있음을 행복하게 여기라는 의미였다.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느끼는 것.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더 멋진 삶과 큰 부를 끌어당기는 것...

사실 이 책은 내가 제 값을 주고 산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로 올랐었고, 주변에서 추천도 많이 했던 책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사서 꼭 읽어보자 했던 책 중 하나였는데, 때 마침 지인이 SNS에 “책 나눔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고, 좋은 기회에 좋은 책이 나에게 왔다. 시간이 날 때 읽으려고 아껴둔 책이었는데, 이렇게 독서 릴레이 책으로 선정될 지 누가 알았을까? 이 책을 우리 가족 5명에게 모두 전달하고, 아무탈 없이 완주할 모습을 상상해봤다. 아마 이 기회을 갖게 된 것에 기쁘게 생각하는 것부터가 Having의 첫걸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엄마가 두 번째 주자로 책을 건네받았다. 자신이 선택한 책이라서 그런지 빨리 읽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바쁜 생활로 인해 그동안 책과 담을 쌓고 있던 터라, 오랜만에 맘잡고 책을 읽어보려 하는 엄마의 모습은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피곤하지만 잠자기 전에는 꼭 읽으려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너무 고마웠다. 나는 책을 건네받으면서 엄마의 후기를 물었다. “엄마, 기대한 만큼 책이 엄마의 기대에 부응했어?" "어땠어?” 많은 질문에도 엄마는 차근차근 대답을 해줬다. 그리고 자신이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에 관해 얘기해주었다. 엄마는 3남매를 키우면서 돈 걱정을 안 할수가 없었다고 한다. 분명 동생과 나를 위해 행복하게 돈을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뒤돌면 돈 걱정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이 얘기를 들으며 어떤 감정인 건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러곤 “없음에서 있음으로 생각 전환을 했었더라면 좋았었을껄….”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엄마는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답은 Having이죠, 지금 가지고 있음을 느끼는 것, 단어 그대로죠"

세 번째 주자로는 20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동생이 이어받았다. 동생의 바쁘지 않은 일정을 틈타 부탁했다. 남동생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웬만하면 나의 부탁을 들어주는 동생이기에 어렵지 않게 부탁할 수 있었다. 동생은 요즘 학교에서 글쓰기 수업 때문에 책을 많이 읽어서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요즘 책을 멀리한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틀렸다. 며칠이 지나 동생은 다 읽고 난 뒤 TV를 보고 있는 나에게 왔다. “누나, 나는 그냥 얼른 코로나가 끝나서 여행도 다니고, 학교 동기 친구들과 신나고 놀고 싶다”라며 “그것만 이뤄진다면 나에게 The Having은 끝날 것 같다”라고 말하고 책을 주고 갔다.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을 현 상황 때문에 하지 못하는 동생을 보면서 마음이 짠했다. 얼른 코로나가 끝나길...

 


▲ 'The Having' 책 전달 모습
▲ 'The Having' 책 전달 모습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진정한 부자로 살려무나. 그 방법을 찾아 너의 삶을 누리렴.”

네 번째 주자는 아빠다. 도어락 소리에 달려가 퇴근한 아빠에게 "다녀오셨습니까"라는 말과 동시에 책을 아빠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날 어이없어하는 아빠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다 읽고 책을 돌려받을 때 아빠는 책 앞부분에서 저자의 아버지가 평생 저축만 하다가 죽기 전에 남긴 말이 계속 생각이 난다고 하셨다. 그리고 “사실 이제 퇴직을 앞두고 있어서 돈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돈에 대한 불안이 사라진 것도 같고?”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요즘 퇴직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과 제 2의 인생 고민이 많았던 아빠에게 힘을 주는 책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Having, 인생의 변화"

드디어 마지막 주자, 취준생 여동생이다.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 가족 중 가장 힘이 센 동생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대도 안 하고 있었다. 지금은 읽는 책보다 기출문제집이 더 가까운 동생.. 먹을 것을 좋아해서 맛있는 것을 사주면서 조심스럽게 부탁해봤다. 이렇게까지 부탁하니 동생도 어쩔 수 없었는지, “금방 읽고 줄게. 줘봐 봐.”라고 하였다. 그러고 금방 다시 나에게 돌아온 책..

동생은 책을 읽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내가 지금 취직을 못 한 상태로 공부를 하는 상황이라서 요즘 친구들도 잘 안 만나고 세상과 조금 멀어지게 살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좀 힘들었었다”며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동생의 얘기를 듣고 동생과 조금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가족이지만 서로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독서릴레이 한 줄 소감
▲ 독서릴레이 한 줄 소감

"5번의 전달, 5명의 이야기"

이렇게 가족 독서 릴레이 완주에 성공했다. 이 계기로 5번의 전달, 5명의 속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가족이기에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착각했었다. 몸은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가장 서로를 몰랐었다.

이 책은 말한다. “Having 핵심은 편안함이에요. 부자여서 마음이 편안한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안한 마음이 우리를 부자로 이끌어요” 처음에 난관이 있을 것 같아 걱정부터 앞섰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족들과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Having이었다. 각자의 Having을 지속하며 우리 가족은 이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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