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독서 릴레이 과제를 받고 나는 ‘우리 가족들과 이것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앞섰다. 모두 바빠서 가족들과 앉아서 밥을 먹어 본지도 참 오래된 것 같고 평소에는 얼굴도 보기 힘들다. 특히 나는 언니, 오빠와 많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오빠와는 7살, 언니와는 14살 차이로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우리 남매는 다른 가정의 남매들처럼 같이 보낸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그래서 조금 특별하게 언니, 오빠와 이번 독서 릴레이를 진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대학원생인 오빠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보통 전공과 관련된 지식이나 과학서적을 주로 본다. 은행원인 언니는 책을 별로 보지는 않지만 재테크, 투자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나는 주로 추리소설이나 여행기 같은 걸 좋아한다. 이렇게 세 명의 독서성향부터가 너무나도 달라서 어떤 책을  선택해야할지 막막했다. 고민하다가 읽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고 부담없이 모두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에세이를 한 권 골랐다. 그리고 항상 나에게 무뚝뚝한 언니, 오빠가 따뜻한 이런 감성에세이 책을 읽는 게 상상이 안가고 어떨지 궁금해서 일부러 고른것도 이유이다. 이 책 앞부분에 작가의 여는 말에는 아름다운 글귀로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다. 과제 때문에 읽는 책이라기 보단 언니와 오빠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을 주고 싶었다.

이 책은

01. 무심해지세요 – 내 행복을 방해하는 것으로부터

02. 부디, 집중하세요 – 늘 한결 같은 진짜 내 사람들에게

03.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

04. 꼭 기억하세요 –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걸

05. 더 사랑하세요 – 진짜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렇게 크게 5개의 파트로 나눠지고 그 속에 짧은 글들이 모여 있다.

  첫번째 순서로 언니가 가장 먼저 책을 읽었다. 귀찮다면서 투덜댔지만 그래도 읽고나니 책에 좋은 글귀가 많아서 좋았다고 했다. 언니가 학생일때는 요즘처럼 휴대폰이 많이 발달되어 있지 않았을 때여서 친구들과 손편지를 주고받는게 유행이였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본 이런 좋은 글귀들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 같이 적어서 보내고 싶어진다고 말하면서 학창시절 생각이 오랜만에 나서 좋았다고 말해줬다.

 두번째 주자인 오빠는 육지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추석에 내려왔을 때 책을 전달받았다. 사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오빠의 반응은 조금 심드렁했다. 읽는 둥 마는 둥 할까봐 조바심이 났다. 그래도 추석연휴동안 짬짬이 계속 읽는 모습이 보여서 감동받았다. 오빠는 이런 에세이 책은 난생 처음 읽어봤는데 꽤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왜 요즘 사람들이 이런 감성에세이를 읽으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건지 약간 경험할 수 있었던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 주자로 책을 읽었는데 사실 나도 매일 학교시험이나 자격증공부와 관련된 책만 보다가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니까 기분이 새로웠다. 책에 있는 “우리는 늘 행복을 꿈꾼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놓친 채” 라는 구절을 보고 생각해보면 평소에 우리는 분명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부족한 것, 힘든 것만 느껴지고 행복을 체감하는 순간은 드문 것 같다.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 지금의 행복을 놓친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다. 돈, 명예, 인간관계, 성공 등 어쨋든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이루고 싶어하는 것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은 행복하기 위해 애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자신이 주변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하다는 건 내면이 단단하다는 뜻이고 마음이 조급하면 눈앞에 소중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물론 항상 행복할 수는 없으며 가끔은 좌절하고 불행한 일이 정말 생길지도 모른다. 그럴 때 다른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고 공감이 된 구절이 있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숱한 말보다 작은 온기가 아닐까.”-103p

내가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로 위로를 받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고 싶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고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암울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모두가 이겨내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족과 관련해서도 기억에 남는 짧은 글이 있는데 아버지와 자식의 대화이다.

-“삶의 의미를 찾으렴. 그 의미를 몰랐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 삶의 의미를 찾으렴.”

-“아버지가 발견한 삶의 의미는 뭔데요?”

-“내가 찾은 삶의 의미 중 첫번째는 너다”

위의 글처럼 살아가는 삶의 의미는 중요하고 가족이 우리의 삶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가족이란 존재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래서 각자 바쁜 일상을 살면서 제일 먼저 소홀해지기 쉬운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가족독서릴레이는 우리 가족에게 큰 의미가 되었다. 평소에 대화도 많이 나눠보지 못한 바쁜 우리 삼남매가 다같이 읽은 책 한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우리 가족이 독서에 대해서 다같이 이야기할 수 있고 같은 내용에 공감을 한다는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나중에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할 것 같다. “부자가 되고싶어요”, ”성공하고 싶어요” 라고 생각하던 예전과는 달리 그저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개개인 각자가 행복해야 가족, 그리고 사회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 가족독서릴레이에 참여해준 언니와 오빠에게 너무 고맙고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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