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제4차 BTL 사업 저지 투쟁위원회'의 시위 모습 (사진 제공 - 투쟁위원회)
   '제주대 제4차 BTL 사업 저지 투쟁위원회'의 시위 모습 (사진 제공 - 투쟁위원회)

지난 4월부터 BTL 사업을 통한 제주대 학생생활관 신설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뤄지면서 학교와 투쟁위원회 간의 갈등이 일었다.

BTL 사업이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으로서 민간 사업자가 공공시설을 지은 후 소유권은 정부로 이전하고, 정부가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교육부가 지난 10월에 고시한 이번 민간투자사업 계획안을 보면, 2023년 준공, 수용 인원 9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약 420억 원으로, 대학 자부담이 20%였던 지난 사업과는 달리 이번 사업은 정부에서 전액을 지원한다고 고시돼있다. 제주대 측은 이번 사업을 통해 가장 오래된 재정생활관인 1호관과 2, 3호관 B동을 철거한 후 그 부지에 신축하고, 공사 기간에는 사용하지 못할 2, 3호관 A동은 개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천단 원룸 업자와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투쟁위원회는 ‘주민들의 생존권 쟁취’를 명목으로 내세우며 이미 숙박시설은 과잉 공급됐고, 생활관과 함께 생겨나는 편의점이나 식당으로 인해 정‧후문 상권도 퇴화 중이라 주장하며 “BTL OUT!”을 연신 외쳐왔다. 투쟁위원장은 “제주대 학생들과 학교만을 바라보고 생계를 유지했던 산천단 마을 주민들이 BTL 사업자보다 훨씬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어 조그만 영세 식당들이 더 좋은 음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긴 힘들다”며 “2017년 이후 2년간 기숙사 증설로 학교의 수용 인원이 70%나 증가하게 돼 원룸 공실률은 20% 이상으로 치솟았고, 이는 원룸뿐만이 아닌 주변 상권까지, 결국 민간 경제를 고사시키고 파멸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투쟁위는 학교가 원룸 업자들에게 2차 BTL 이후엔 기숙사 증설을 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2009년에 처음 이 사업을 추진할 때를 제외하곤 세 차례나 추가로 이뤄진 사업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나 통보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몇 달째 계속된 투쟁위의 반발에 학교 측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다. 학교는 완공된 지 40년이 돼 가는 낡은 시설을 보수해야 하며,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 국립대학으로선 학교 예산 절감 차원에서도,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한다.

학생생활관의 BTL 담당자는 “우리 대학교 재학생 절반이 외국에서 온 유학생이거나 육지 지역에서 온 학생들인데, 이 모두를 수용하기엔 생활관 시설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 매년 생활관 입주 신청에서 탈락하는 학생이 800명 정도 된다”며 “학생들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도록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게 보수 공사도 진행해야 하고, 통학이 어려운 시외나 읍면 지역, 서귀포지역 학생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BTL 사업을 추진해서 기숙사 확충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사업의 또 다른 관계자인 본부 시설과에서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기숙사에서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건 대학의 최고 의무이며, 우리 대학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선 이런 기숙사 확충은 기본적인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에 투쟁위는 학교 측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며 타협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의 의견을 반영해서 4차 BTL 사업은 그대로 추진하되, 수용 인원을 급격하게 높이지 않고 학생들을 위한 복지 시설을 만드는 방향으로 협의해 학교를 믿고 시위를 멈춘 것이다.

총장과 사업 관계자, 투쟁위와의 간담회 (사진 제공 - 시설과)
총장과 사업 관계자, 투쟁위와의 간담회 (사진 제공 - 시설과)

대다수의 학생이 기숙사 증설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학생 A 씨는 “제주도민 학생들은 기숙사 입주가 어려워 아침 통학 때마다 불편을 겪고 있다”며 “생활관 건물을 늘리게 되면 경쟁률도 낮아지는 거니까 제주 시외 지역이나 서귀포시 학생들에게는 큰 이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원룸보다 비교적 저렴한 기숙사비도 학생들의 마음을 찬성 쪽으로 기울인 요인 중 하나다. 제주도 전체에서도 제주대 정‧후문이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건물이나 주변 상권이 발달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학생들에겐 확실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또한 2호관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퇴사를 결정한 학생 B 씨는 “나처럼 기숙사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자취를 택하는 학생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비용 부담은 커졌어도 쾌적한 것에 만족한다”며 “옛날 건물을 철거하고 신설하는 거면 입주생들한테는 굉장히 좋은 기회일 것”이라 전했다.

투쟁위의 시위는 1학기 초부터 이뤄졌고, 학교에서 학생자치기구도 불러 사업설명회까지 추진했지만, 학생들을 대변해야 할 총학생회가 정작 조용한 것이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아우라 총학생회장은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줘서 원래 있던 기숙사가 새로운 모습으로 리모델링 되고, 학생들을 위해 편한 복지 시설도 늘어간다면 학생의 처지에서는 찬성하며,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가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설명회 당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루빨리 서로에게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결정해서 학교가 주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건강한 캠퍼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생생활관’이란 이름처럼 학교는 학생들의 생활권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논란이 일지 않게 학교 주변과의 상생 방안을 찾아 나가, 학생들의 생활 환경이 더욱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기사작성론및실습 2020 / 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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