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을 기점으로 모든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개학이 완료됐다. 학생들은 당초 개학일인 3월 2일로부터 99일이 지난 초여름에서야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제까지 학생들의 하루를 책임지던 긴급돌봄교실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긴급돌봄교실이 끝나고 등교가 시작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진행 중이며 그 추이를 예상할 수 없다. 또한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는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는 일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본 기사는 코로나 사태와 맞선 긴급돌봄교실의 2월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면서 긴급돌봄교실의 성과와 문제점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토평초, 긴급돌봄 운영 / 제주도교육청

 

2월, 첫 번째 개학 연기

1월 28일만 하더라도 정부는 코로나와 관련해 학교 개학의 연기는 없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4,537 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가 한 자릿수의 확진자를 보였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누구도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판데믹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은 18일부터 달라졌다. 대구광역시에서 12명의 환자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코로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갑작스런 확산세에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초·중·고·특수학교 459곳의 개학을 3월 2일에서 3월 9일로 1주일 연기했다. 곧이어 교육부에서도 전국 초·중·고·특수학교의 개학을 9일로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초유의 99일 개학 연기가 시작되었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를 챙기기 힘든 많은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긴급돌봄교실이 준비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25일과 26일 유치원과 초등학생 1~3학년을 대상으로 긴급돌봄 신청을 받고 총 2,574명이 신청했다. 예상인 5,000 명보다 낮은 수치로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신청자가 없어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학부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개학 연기가 6월까지 길어질 것을 예상치 못했다

 

3월, 두 번의 연기와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문제들

3월 2일, 개학이 연기됐음에도 1,384명의 학생(86개교)이 학교를 등교했다. 돌봄교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반 형태로 운영이 되었고 한 반에 10명 안팎으로 학습보다는 개인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다. 급식 또한 학생들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해 인원을 징검다리 식으로 배치하여 식사가 이루어졌다.

갑작스런 긴급돌봄 임에도 대부분의 교실에서는 원활한 운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날 교육부는 전국의 모든 학교의 개학일을 9일에서 23일로 2주일 추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추가로 개학인 연기되자 교육부는 기존 오후 5시까지인 운영시간을 오후 7시로 연장했다. 참가인원 또한 점차 증가하여 4일 1,735명, 18일에는 200명의 학생이 교문 문턱을 넘었다.

3월 17일, 교육부는 또다시 개학 연기를 발표했다.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었다. 이제 언제까지 개학이 연기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돌봄 교실 곳곳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 반에 10명 이내로 수업이 이루어지지만 60% 이상의 돌봄 강사들은 돌봄교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마스크가 부족하거나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절반이 넘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돌봄 담당교사가 부재하여 돌봄 강사들이 교원 업무까지 떠안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4월, 돌봄교실과 온라인 개학의 이중고

3월 마지막 날, 교육부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4월 20일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돌봄교실 학생들은 교사와 같은 교실에 있으면서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돌봄교실 학생 수도 10일 기준, 3,038명으로 전체의 15% 수준에서 온라인 개학이 시작하는 20일에는 4,504명으로 4명 중 1명이 돌봄교실을 찾았다.

담당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준비와 돌봄교실 업무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돌봄교실은 오전에는 교사, 오후에는 돌봄강사가 운영하는데 온라인 개학이 시작하고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됐다. 담당 교사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정에서 수업을 받는 대다수 학생과 긴급 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을 함께 챙겨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또한 돌봄 강사는 223명(107곳)으로 1명의 강사가 적정 인원보다 2배 많은 20명을 학생들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제주도교육청은 추가 인력 고용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공무직원 등 학교 내 여유 자원들을 활용해 돌봄 관리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5월, 개학을 앞둔 마지막 고비

5월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 클럽에서 대규모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모든 학생의 등교 개학 또한 일주일씩 연기됐다. 제주도교육청은 학부모의 부담을 고려해 전 학년 등교일인 6월 8일까지 돌봄교실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돌봄교실에 참가하는 학생은 4,000명을 넘어 21일 기준 4,696명에 이르렀다. 돌봄교실을 처음 시작한 3월 2일에 1,318명에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참여인원이 증가하면서 교육청은 10명 이내의 돌봄교실 최소 인원 기준을 15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개학 연기가 길어지다 보니 긴급돌봄 수요가 점점 늘어나 어떤 학교는 한 반에 학생 19명을 수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등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개학을 앞두고 조금의 방심이 화를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6월, 돌봄교실이 남긴 성과와 문제

6월 8일, 99일 만에 모든 학생이 교실 문턱을 넘었다. 등교 개학이 시작되면서 99일간의 돌볼 교실도 이제 막을 내렸다. 돌봄교실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큰 사고나 확진자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몇 가지 숙제를 남겼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돌봄교실 운영 주체에 대한 문제이다. 전부터 교사와 돌봄교실 강사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던 부분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와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교육 프로그램을 학교가 운영하도록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교육부가 발표하면서 갈등에 불이 붙었다.

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교원단체총연합회(제주교총)’은 지속적으로 돌봄교실의 관리 주체를 지자체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교총은 “교사들이 인력 채용부터 수납, 물품구입 등 온갖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담당 인력이 없으면 땜질 투입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정작 수업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면서 교사로서의 자괴감, 사기저하까지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돌봄교실 강사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 돌봄교실 강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원본부(교육노조)‘는 과거부터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과 시설을 부족하며 돌봄교실을 학교에서 운영하지 않으면 관리 주체가 모호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에 대해서도 “지자체는 학교돌봄과 방과후학교를 맡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지역 간 격차도 커서, 지자체 이관은 또 다른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는 성급한 주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제주대언론홍보학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