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률 | 끌림 | 달 | 2005

 처음 가족 릴레이 독서를 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책의 장르는 추리와 판타지인데 가족들이 과연 읽어줄까, 다들 책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각자의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앞섰다. 그렇게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을 하며 여러 책을 찾아보다가 에세이가 비교적 다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이병률 시인의 『끌림』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끌림』은 여행에 관련된 에세이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한 가장 큰 목적은 이 책을 읽고 모두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제일 최근 가족 모두가 함께 갔던 여행이 2018년 6월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가족은 나와 오빠가 어렸을 때 많이 놀러갔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각자의 삶이 바빠 여행을 쉽게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책을 계기로 졸업하면 다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독서 릴레이 책을 정하기 전 추석에 가족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가족들에게 과제를 해야 하는데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모두 다 책을 읽고 한 줄 소감을 써주면 된다고 얘기가 아닌 선포를 했다. 가족들은 내 예상대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심지어 오빠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마디로 다 설명할 수 있다며 읽어보지도 않고 “내 한 줄 소감은 저 말로 써”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내 과제는 망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에게 제발 한 줄만이라도 읽어달라고 부탁을 했고 다시 제주도에 왔다.

 그 이후 책을 정해서 첫 번째 주자인 내가 책을 읽고 서울로 보내려고 하니 태풍이 왔다. 태풍이 가고 드디어 책을 보냈다. 가족 단톡방에 책을 꼭 읽어달라는 당부와 책을 보냈다. 그 이후 틈틈이 가족들에게 책 읽고 있냐고 물어본 후 나의 할 일은 끝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서울로 책을 보낸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생각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러고 나서 엄마가 제주도에 잠깐 올 일이 있어서 책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다 읽었다고 해서 사실 놀라웠다. 제일 걱정인 오빠도 다 읽었다고 했다. 그 전날 오빠한테 물어볼 때까지만 해도 읽을 시간 없다면서 바쁘다며 계속 안 읽을 거라고 했던 오빠이기에 오빠는 결국 못 하겠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감동이었다.

 책을 받고 한 줄 소감을 확인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오빠와 아빠가 받은 날이 하루밖에 차이가 안 났다. 물어보니 오빠는 10월 15일에 다 읽어서 그 날로 적었다고 했다. 아빠는 엄마가 제주도로 오기 전까지 한 줄 소감을 안 써주셨다. 왜 안 썼냐고 물어보니 그냥 아무도 안 봤으면 했다고 하셨다. 나한테 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줄 소감을 바로 확인 한 이유도 오빠가 정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썼을 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독서릴레이를 하면서 내가 먼저 책을 읽고 집에 보낸 후 누가 몇 번째 주자를 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다. 시간 되는 사람들 먼저 책을 읽고 한 줄 소감을 쓴 뒤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란 말만 전했다. 그래서 사실 많이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는 말만 할 수밖에 없어서 알아서 잘 해주겠지 라는 생각만으로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가족 모두가 책을 읽고 나에게 돌아왔을 때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한권의 책을 돌아가면서 읽고 책에 대한 느낌을 적어서 보는 것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같은 책을 읽더라도 느낌이나 소감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따로 해보지 않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등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해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단톡방에서만 이야기를 해본 것이 다였다. 나한테 책이 도착했을 때 가족들에게 졸업하고 여행을 가자고 했다. 다들 바쁘게 살고 있어서 정말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처음 이 책을 고른 가장 큰 이유인 가족여행을 가보려고 한다.

▲ 가족 독서 릴레이 한 줄 소감

◆독서 릴레이를 함께 한 가족들의 한 줄 소감

오빠 :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다. 여행을 좋아해 자주 가고 여유가 될 때마다 떠났지만, 지금 여유가 없더라도 더 많은 기회들을 위해 여유를 찾으며 살고 싶다.

아빠 : 끌림을 읽어 내려가며 사진의 장소를 맞추는 재미가 있다. 사진과 지금의 장소를 비교해가며 읽어 가면 과거 나의 여행지와의 비교를 하는 것과 같이 내 마음속의 기억들이 떠오르게 된다. 차분히 여행하며 인생을 정리정돈 하였던 때가 언제인지 다시 한 번 여행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끌림이다.

엄마 :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나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 같다.

 

 

<2019 출판문화실습 / 언론홍보학과 4학년 변수연>

변수연  bsy33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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