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판문화실습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나를 포함한 모든 학우들에게 가족독서릴레이를 제안하셨을 때, 솔직히 정말 당황스러운 마음이었다. 가족들과 같은 책을 돌려본다는 것에 대한 경험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맞벌이이셔서 시간을 많이 못 내어주시기 때문에 이 릴레이를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매우 컸다. 그래도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고 최대한 잘해보자 라는 마음을 먹었다.

Heinrich Boell, 민음사

  책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로 선정했다. 많고 많은 책 중에서 왜 이 책을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로는 군대를 갔다 온 다음 얼마 안 있어 바로 복학을 했는데, 복학생 첫 학기 전공수업 당시 교수님이 이 책을 선정하신다음 모든 학우들에게 독후감을 작성해오라 하셔서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작성해본 기억이 생각났고(오래 된 기억이기는 하지만),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이기 때문에 다시 이 책을 읽어보며 그동안 언론홍보학과에 다녔던 시간들을 곰곰이 생각하는(상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졸업 전에 내가 학교에 다녔다는 것을 기념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다음 이유로는 내가 언론홍보학과를 다니면서 무슨 수업을 듣는 지, 어떠한 대학생활을 하는 지에 대해 부모님은 솔직히 잘 모르신다. 그동안 대학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에게 내가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떠한 생활을 하는 지에 대해 얘기를 잘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가족들과 돌려보며 저널리즘이 진실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누나도 같이 참여해서 전(全) 가족 독서릴레이를 하고 싶었지만 누나는 결혼을 해서 육지에 있기도하고 매우 바쁘게 살고있는 것을 알기에 부모님이랑만 하기로 했다. 누나도 너그럽게 이해해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평범한 주부였던 카타리나 블룸이 우연히 일어난 사건으로 언론에게 기삿거리의 먹잇감이 되고 조리돌림 당하며 그의 개인적 생활, 인격은 크나큰 침해를 당하고 그로 인한 영향으로 그 역시 퇴락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책이다. 펜으로 조장된 폭력이 낯 뜨겁게 묘사된 책이다. 사건에 대한 문제해결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오로지 흥미유발을 위해 사건진행 경과에 관한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소위 ‘기레기’와 서커스화된 황색 저널리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책이다. 궁극적으로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알쏭달쏭’한 책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었지만 아직도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이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공평하고 정의롭게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할 것이고 인생의 연륜이 좀 더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철이 좀 더 들어야 한다).

  부모님에게 독서릴레이의 취지, 내가 책을 선정한 이유를 말씀드렸더니 예상 외로 부정적인 반응을 하지 않으셨다. 그 점에서 감사함을 느꼈다. 부모님이랑 독서 스케줄을 조율했다. 내가 첫 번째 순서, 어머니가 두 번째 순서, 아버지가 마지막 순서를 하기로 했다. 내가 첫 번째 주자였는데. 독서릴레이를 진행하는 것에 생각보다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다른 수업의 과제들도 있었고 중간고사 시험기간도 어느 정도 겹쳤기 때문에 100%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될 때마다 읽어봤는데 3년 전에 읽어봤던 그 때의 상황이 생각나서 웃기기도 하고 그 때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고 그랬다. 3년 전에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그랬는데 다시 읽어보니 책의 내용이 새롭게 보였다. 이 점이 회독의 매력인 듯하다. 진지하게 몰두하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 되서 좋은 마음이었다. 다음 주자는 어머니였다. 계속, 정말로, 바쁘다고 말하셨지만 독서를 끝까지 다 읽어주셔서 감사했다. 마지막 주자 아버지도 완수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솔직히 부모님은 책을 어려워하셨는데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저널리즘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가족끼리 책을 읽어본 경험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부모님은 선정된 책의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다 읽어주시고 평가도 남겨주시니 좋았다.

  가족끼리 같은 책을 돌려본다는 것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처음 시도되었기 때문에 과정이 서투르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에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해봤던 것 자체로 성공적이었지 않았나 싶다. 나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독서를 통해 잠깐 쉬어가는 시간을 잡았던 것은, 상당히 좋았다. 요근래 진지하게 마음의 여유를 가졌을 때가 언제였나... 생각해보면 없었다. 이런 점에서 감사하다. 출판문화실습 수업에서 가족독서릴레이를 제안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있다. 가족들끼리 여유를 느껴보라는 큰 그림이었던 것 같다.

독서릴레이 용지

  가족독서릴레이를 진행하면서 본문에는 최대한 긍정적이고 일사천리처럼 해결된 것같이 묘사를 했지만,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좋게 마무리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 나를 포함한 우리가족 모두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지 않았나싶다. 다음에도 이 릴레이를 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어려운 마음이 있지만 언젠가 개인적으로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가족독서릴레이. 2019년도 바빴던 와중에 행복했던 선물로 남을 것 같다.

<2019 출판문화실습 / 언론홍보학과 4 안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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