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언론홍보 2014102142 이원재

 

간만에 과제다운 과제, 과제 아닌 과제를 만났다. 읽고 싶은 책 읽기. 그리고 그 책을 가족과 돌려가며 읽기.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군대와 선거, 해외연수, 학생회장 직책수행 등으로 가족과 보낼 시간 없이 바쁘게도 살았다. 요 몇 년간 집은 옷 갈아입으러, 잠자러 들어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에겐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 이번 과제가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다른 과제도 할 겸, 도서관을 싸악 둘러보고 내 눈에 띄는 책을 몇 권 골라보았다. 그리고 내 방에 있는 책들과 줄세우기를 한 후 가장 끌리는 책을 선택했다. 나는 평소 맘에 드는 책, 나중에 또 읽고 싶은 책, 소장하고 싶은 책을 골라 나의 책장에 꽂아놓는 습관이 있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책은 도서관에서도 선택하고 내 책장 책 중에서도 선택받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라 한다면 단순하다. 내 마음에 드는 책이고 내가 또 읽고 싶은 책이고 내가 감명을 받고 많은 깨달음을 얻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남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기에 우리 가족에게도 권하고 싶었다. 사실 이 책을 나에게 처음 권해준 사람은 바로 아버지다. 군 입대 전 술만 먹고 밤새 놀러만 다니는 나에게 아버지가 꼭 읽어보라고, 정신 차리라고 권해주신 책. 입대 전 읽고, 군대에서 읽고, 전역하고 읽어도 매번 나의 정신과 생각을 한층 더 깨뜨려주는 책이다.

 

처음 과제를 받았을 때 많은 학우들이 가족과 우애를 다지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나의 존재에 감사하는 스토리의 책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나도 그래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과 가치관을 듣고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부모님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 ‘정의’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다른 가정에서 살아보진 않았지만 우리 집은 책 읽기 좋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아버지는 쌀집 아들로, 동네 유일한 텔레비전을 갖고 있는 집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도 당시 깨어있는 외할머니 덕분에 북초등학교-제주여중-제주여고-제주대학교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지 않고 독서, 詩作, LP수집 등 예술과 관련된 문화생활을 즐기는 시절을 보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깨어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밑에서 자란 나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어려서부터 돈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체험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직업이 사서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우당도서관, 제주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지금은 한라도서관까지 도서관나들이를 자주 하고 했었다. 그리고 대학입학 전까지는 휴대전화를 절대 구매하지 못하게 한 부모님의 철학과 텔레비전 없는 집에서 자란 나는 자연스레 또래보다 월등히 많은 책을 읽으며 자랐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여느 또래와 같이 책을 읽지 않아 간만에 읽는 책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몇 년 만에 펼치는 책의 묘한 설렘이 나의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임팩트를 받은 부분이 많았지만 그 중 한 부분을 고르자면 바로 이 부분이다. ‘공개사죄와 보상, 역사적 부당 행위에 대한 집단적 책임, 가족과 시민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 동료와의 연대, 내 마을과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충직, 내 국가와 국민에게 느끼는 자부심, 형제애와 자식의 도리 같은 충직이 대체 정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 의무는 모두 의지나 선택에서 나왔을까?’

 

저 부분을 인용한 이유를 설명하자면 내가 이 책을 읽기 훨씬 전, 쥘 르나르의 ‘홍당무’를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과 고민했던 내용을 해당 단락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과제의 큰 제목을 ‘가족이란 무엇인가’로 정한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 스스로의 존재가 아득해지는 시간에 철학적 고민에 빠지곤 한다. 나는 누구일까? 내 인생의 목표는 뭘까? 나는 어떤 존재일까? 부모님과 나는 어떤 연유로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게 된 것일까? 죽음 이후의 삶이 있을까? 죽음 이전의 삶은? 이런저런 어찌 보면 현실성 없고 쓰잘데기 없다고 할 수 있는 고민들로 난 빈 시간을 채우곤 한다. 홍당무를 읽었을 때, 그리고 이번 과제로 결정한 책의 내용 중에서 위 부분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나의 25년 인생 중에서 비어있는 시간들을 비슷한 고민과 생각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이란 관계에 대해 그리고 가족이란 관계에서 져야하는 의무와 도리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에 이 책을 가족과 돌려 읽고 부모님의 생각과 삶, 가치관을 듣고 싶었다.

 

책을 읽고 두 번째 주자인 아버지에게 그리고 어머니에게 책을 전달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책이 돌아오자 이 책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다시 책을 돌려주었다. 그렇게 누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책을 2번씩 돌려 읽었다. 처음 책이 돌아왔을 때 부모님께 들은 한줄 평은 예상할 수 있는, 자식의 과제를 도와주는 몇 번 끄적인 간단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선정한 이유를 말한 이후 다시 한 번 책을 읽은 부모님과 나눈 대화는 훨씬 깊고 가치 있는 내용이었다.

 

독서릴레이. 어찌 보면 다른 과제와 같은, 오히려 쉽게 해낼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것이 왜 과제인가? 독서장려일 뿐이다. 무언가를 작성하여 제출해야한다는 형식이 과제의 형식을 띄고 있을 뿐이지 독서릴레이의 목적은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흠뻑 빠져있어서 드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제가 아닌 것이다.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세상의 중심이 누구인가 어디인가 언제인가’를 정해야한다면 나는 ‘세상의 중심은 나 이원재이고 이 곳이며 지금이다’라고 정의할 것이다. 독서릴레이라는 과제를 통해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가족과 어머니의 가족과 부모님이 만든 지금의 가족,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을 공유했다. 단순한 독서 후기 공유를 넘어 부모님의 삶을 듣고 나의 삶을 어찌 살아갈지 고민해볼 수 있었던 시간은 정의로운 시간, 옳은 시간이었다고 감히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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