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독서릴레이 과제를 받고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우리가족이 책을 다 읽고 내가 마무리 감상문까지 쓸 수 있을까’ 였다. 너무 바쁜 사람들이니까...

나는 시간이 허투루 쓰여지는 게 아까운 취준생, 대학교 4학년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보단 덜 바쁜 사람이다. 아빠는 과제를 받은 그 시기 한창 바쁜 감귤농사하는 농부였고, 엄마는 세계자연유산 해설사시다.

이렇다보니 나는 이왕이면 내용이 적은 하지만 의미가 있는 책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베스트셀러나 우리 집에 꽂혀있는 책 중에 한 권을 골랐어도 됐겠지만 가족독서릴레이라는 특수한 과제를 받으니 새 책을 사고 싶었다.

안도현 작가의 연어 책 표지

집 근처 서점에 갔다. 마침 새로 오픈한 서점이라 여러 권의 새 책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유명 작가의 책도 있고 시, 소설, 에세이 등 많았다. 가족이 읽기 편해야 하니까 소설파트로 갔다. ‘<연어> 안도현 지음’ 정말 책표지도 책 제목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없었는데 눈에 확 끌렸다. 동시에 강산에 씨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이라는 노래도 머릿 속으로 재생됐다. 꽤 옛날 곡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듣게 되는 노래였다. 그리고 이 책은 1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였다. 난 모르는 책이었지만 많이들 읽었던 책이었나 보다. 더욱 좋았다.

엄마, 아빠한테 가족독서릴레이 과제를 받았으니 우린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두 분다 매우 당황한 눈치셨다. 그래도 엄마는 책을 좋아해서 읽겠다고 말하셨다. 문제는 아빠였다. 내가 지금까지 우리 아빠를 본 결과 그나마 신문만이 아빠가 읽는 인쇄매체였다. 그래서 연어 책을 보여주며 이건 내용도 짧은 거라고 계속 어필했다. 나중엔 아빠도 오랜만에 책 읽어보겠다고 하셨다. 두 분 다 안 읽으시겠다고 할 줄 알고 어떻게 설득할까 고민했는데 읽겠다고 하셔서 기뻤다.

우리 가족의 독서 릴레이 기록장

릴레이 독서는 엄마-아빠-나 순으로 진행됐다. 엄마는 해설 끝나고 중간 중간 휴식 시간을 이용해서 읽고 계신다고 하셨다. 확실히 내용이 길지 않으니 금방 금방 페이지를 넘기게 돼서 읽는 재미도 크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내용이 너무 맘에 든다고 하셨다. 연어의 삶이 마치 인간의 삶과 같다고... 책이 읽기 전의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읽고 나니 엄마의 감상이 이해됐다.

아빠는 감귤 농사를 못하는 시간대인 저녁에 책을 읽었다. 아빠의 감상평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짧은 감상평인데 여러 생각이 드는 감상평이었다. 아빠 말대로 무엇일까... 가치있는 삶. 물론 사람마다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다를 것이다. 나는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다. 나만 건강해선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주변 사람도 건강하고 행복해야 나한테까지 그 기운이 전달된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나의 차례였다. 이 책을 고른건 나였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읽게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책을 읽었는데 이런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집, 학교, 도서관 반복되는 일상 속 책 읽기는 내 안에서 훈훈함이 연출되었다.

연어는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로 시작한다. 첫 문장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이 책은 주인공인 은빛연어는 여러 사건과 과정을 거치며 강을 거슬러오르고 마지막엔 연인인 연어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초반에 읽을 때 작가가 연어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한 것 같다라는 생각만 했는데 점점 은빛연어에게 이입이 되면 연어의 생이 안타까웠다. 바다를 향해 갔다가 강을 거슬러 올라 산란하고 죽는 연어. 당연한 연어의 생이지만 그 속에서 연어들의 공동체의식, 사랑과 희생, 삶이 와닿았다. 작가가 이 책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표현 했다. 맞는 것 같다. 연어에 대한 이해, 교훈 많은 게 담겨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행패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연어들이 희생되는 것. 모든 동물들이 그러한 피해를 겪고 있다는 걸 머릿속으론 알고 있지만 책으로 읽으니 더 반성하게 됐다. 특히 연어를 좋아해서 더 반성하게 된 것 일 수 도 있다.

같은 책 한권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얘기도 들어보며 더 크게 책을 받아드리는 것도 훌륭한 자세다. 이 책은 집에 소중하게 보관해서 내가 나이 먹을 때마다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내가 현재 뭘 하고 있느냐에 따라 책을 읽는 감상평이 달라질 것 같아 흥미롭다.

2019 출판문화실습 언론홍보학과 4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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