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것은 우리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항상 근처에 존재한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홍보용 책자도, 도서관에 진열된 책, 서점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책들. 수많은 책들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 어릴 적부터 막연히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아무런 감흥 없이 그저 책이 읽고 싶어서 읽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른 관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책이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과연 어떠한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책을 읽는다. 인간은 책을 통해 교훈을 얻고 정신적 함양을 이루며 여러 가지를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그저 낄낄거리며 농담거리를 찾기도 한다. 전적으로 우리는 책과의 관계에서 주체인 동시에 수용자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수용하는 사람들 중 책이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신경 쓰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출판문화론 강의를 듣게 되면서 책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져보자는 생각으로 다음에 읽을 책을 찾게 되었다.


 내가 가족독서릴레이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까닭은 앞서 느꼈던 의문점과 책에 대한 다른 관점이라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기 때문이다. 행운이었다. 책의 관점에서 쓰인 책이 정말 있었다니! ‘책의 자서전’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매우 강렬했다. 책이 자신을 쓴 작가, 자신을 읽는 독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책의 세계는 매우 흥미로웠다. 출판문화론이라는 강의와 참 알맞은 것 같아서 한층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를 제외하곤 책을 읽는 것을 딱히 즐기지 않던 가족들을 위해 내가 첫 주자가 되어 책을 먼저 읽고 책의 간단한 줄거리와 해석을 말해주며 이 책을 읽기를 독려했는데, 아버지께서는 마지막까지 기피하시다가 훑듯이 읽고 나서 “책이 사람 노릇을 한다”고 말하며 “우리 집 강아지도 저렇게 생각하면 재밌겠네” 차례를 넘기셨다. 책의 주제를 상당히 독창적인 시각으로 해석하신 것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다음 차례는 어머니께서 읽게 되었다.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하시는 어머니는 한 곳에 자리 잡으면 이동을 자의로 할 수 없는 책의 모습을 보며 요양원에 입원중인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 분들이 생각난다며 살짝 공감되고 가슴 아프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부모님의 관점이 나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책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이 책을 읽게 된 나는 오직 책의 관점과 책의 세계에 갇혀 있었지만, 부모님들께서는 당신의 주변 환경에 관심을 두셨던 것이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부모님들께서 자신의 고정관념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을 염려했던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오히려 나야말로 ‘다른 관점’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내가 가족독서릴레이를 시작한 의도는 분명 ‘책의 시각과 책의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정작 내가 깨닫게 된 것은 ‘다른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내 주관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들께서는 자신의 환경, 삶에 관련하여 책을 읽었고, 나는 오직 이 책의 화자만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던 것이다.

‘책의 자서전’이라는 제목은 말 그대로 이 책의 화자인 ‘나’의 자서전인 셈이다. 이제는 이 책이 주는 제목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자서전’ 즉, 나의 관점, 인생에 대해서도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 같다. 만약, 혼자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분명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가장 가까운 가족이 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해준 것은 매우 인상 깊었다. 새삼 가족독서릴레이를 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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