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하기부터 갈수록 ‘산’ 넘어‘산’

“계약내용에 없던 바퀴벌레 방에서 나온다”
제주에 위치한 대학교 인근 원룸에 사는 대학생 A(25)씨는 최근 방에서 출몰하는 바퀴벌레와 그로인한 집주인과의 마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좋은 성적으로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A(25)씨는 공부에 더 열중하기위해 개인 공간이 보장되고 기숙사보다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원룸에서 자취를 하기로 했다.  기숙사 비용보다 비교적 비싼 비용이지만 넓은 방 크기와 깨끗해 보이는 시설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만족하며 지내고 있던 A(25)씨와 원룸 집주인과의 마찰이 빚어지기 시작한건 방안에 바퀴벌레가 출몰하면서 부터였다.
여느 때와 같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던 A(25)씨는 우연히 방바닥을 기어가고 있는 바퀴벌레를 보고 밖에서 날아 들어왔다고 생각한 채 별다른 생각 없이 창문 밖으로 날려 보냈다. 그러나 그것은 우연히 아니었다.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던 바퀴벌레는 이제는 하루에도 수십 마리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A(25)씨 혼자서는 처치하기가 힘든 상황 까지 오게 됐다. 평소 방청소도 자주하고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A(25)씨는 입주 전부터 방안에 바퀴벌레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집주인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업체를 불러 바퀴벌레 퇴치를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집주인의 답변은 “지금은 좀 바쁘니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참아 달라”는 말뿐이었다.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어 집주인에게 더 말을 해봤지만 집주인은 “그럴 리가 없는데 학생이 방을 더럽게 쓴 것이 아니냐”며 도리어 A(25)씨를 나무랐다. 이에 A(25)씨는 “평소 깔끔한 성격이라 방을 더럽게 사용한 적도 없고 청소도 자주하는데 어떻게 이게 내 잘못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비싼 비용을 들여 편의를 위해 들어온 원룸인데 한 학기 내내 공부에 집중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대학가 원룸촌>

매년 새 학기를 앞두고 제주 지역 대학가에서는 집구하기 ‘막판’ 전쟁이 한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교 기숙사에서 모든 학생을 수용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악용하여 막말에 고성까지 일삼는 집주인들의 ‘갑질’ 횡포에 대학가 자취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 지역 대학교 인근 원룸에 거주하는 자취생 100명을 조사한 결과, 56명은 부당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집주인이 세입자의 수리 요청에 불응한 경우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 전 말했던 환경과 실제 환경이 다른 경우가 11명, 시설물 파손의 이유로 받아야할 보증금에서 빼고 받은 경우가 9명,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경우가 5명 순 이었다.
또한 이들 100명중 83명은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납부금액은 월평균 약6만원인 것으로 조사 됐다. 관리비를 납부 하고 있는 83명중 73.4%는 관리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으며 관리비가 실제 소용되는 금액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1.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 여학생 H(22)씨는 “사용처도 제대로 알 수 없고 관리비에 복도 청소비 까지 포함이 되어 있지만 복도가 항상 더럽고 돈이 아깝다”라고 전했다.

현재 제주 지역 뿐 만아니라 국내 대학의 기숙사들은 모든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한다.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성적이나 통학거리 학년별로 입사 비율이 정해져 있어서 수적으로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기숙사 비용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학생으로서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근처에 하숙이나 자취를 할 집을 구해야 한다. 이에 대학생 C(23)씨는 “자취 비용보다 기숙사 비용이 더 비싸 자취를 하게 됐다”고 답했다.
한편 자취생들의 세입자 권리 의식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도 원인으로 작용 한다는 시선도 있었다. 만족스러운 방을 구하기 위해선 한 달 부터 발품을 팔아야하고 이제 막 부모의 품을 벗어나서 자취를 하기 시작한 대학생들이 부동산 계약 기초지식이 부족한 것을 악용해서 “안하무인”식의 운영을 하는 집주인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제주 지역 대학교 인근 원룸에 거주하는 자취생 100명중 52명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근저당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한 사람은 72명에 달했다. 심지어 근저당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도 27명에 달했다.

“길바닥에서 자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던 생활”
서귀포에 거주하는 K(21)씨 또한 작년 9월 학업을 위해 제주시에 위치한 대학교 인근 원룸을 급하게 구했다. 높은 원룸 비용과 허름한 시설 때문에 걱정이 됐지만 급하게 구한 집이라 어쩔 수 없이 거주 하였다. 그러나 겨울이 되자 난방이 되지 않는 것 이었다. 이에 K(21)씨는 집주인에게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집주인의 답변은 “고장이 났으면 세입자인 학생이 고쳐서 사용 하는 게 맞지 않냐”며 오히려 K(21)씨를 나무랐다. 때문에 K(21)씨는 “억울하지만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고 다시 새로운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점퍼를 껴입고 겨울 내내 생활해야 했다”라며“의지할 사람도 없고 더 큰 분쟁에 휘말리기가 싫어서 계약 기간이 끝날 때 까지 만을 기다렸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K(21)씨는 “나 같은 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주위에 아무런 의지 할 곳이 없다는 것을 집주인들이 악용해 더욱 강압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벽면에 콘크리트 그대로 노출 주인은 모르쇠 일관”
제주시 애월읍에서 나고 자란 A(21)씨는 통학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 때문에 기숙사를 신청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교 인근 원룸을 택하기로 했다.
A(21)씨는 계약 전 원룸의 뜯어진 벽지와 떨어진 화장실 타일이 신경이 쓰였지만 입주 후 수리를 해주겠다는 집주인의 말과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믿고 계약을 했다. 그러나 3달이 지나도록 수리를 해주겠다던 집주인은 A(21)씨의 보수 요구에도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수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A(21)씨는 “한 달에 6만원씩 관리비로 내고 있지만 3달째 아무런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개강이 얼마 남지 않고 남은 집이 거의 없어서 급하게 구하느라 일단 계약을 했지만 주인의 갑질로 골머리” 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세입자가 집을 비운사이에 집주인이 마스터키로 문을 무단으로 열고 들어오거나 원래 계약에도 없던 청소비를 부당하게 청구 했던 경우도 있었다.

“제멋대로인 세입자에 멍든 집주인”
한편 제주 대학가에서 원룸을 운영중인 B(52)씨는 위의 문제에 대해 “갑질 하는 집주인도 문제지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세입자들도 문제” 라며 과거 자신의 원룸에 입주했던 세입자를 떠올리며 “입주전 에어컨필터 청소, 냉장고 내부청소, 드럼세탁기 내부청소를 요구 하길래 계약이 끝나고 나갈 때 똑같이 세입자가 청소를 해주는 조건으로 요구를 들어 줬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아 세입자에게 연락해 봤지만 나몰라라 식의 대답만 돌아와 하는 수 없이 직접 청소를 했다”라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입주전 도배를 새로 해놓았지만 계약이 끝나고 집을 확인해보니 벽지가 온통 뭔가에 심하게 오염 되어 있어서 또 다시 새로 도배를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같은 지역에서 원룸을 운영중인 A(45)씨 또한 이런 상황에 대해 “정직하게 운영 하는 집주인 들이 훨씬 많은데 일부 부도덕한 집주인들 때문에 원룸을 운영하는 모든 집주인들이 안 좋게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라며 동시에 “나 같은 경우도 최대한 세입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노력 한다”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C(48)와 D(51)는 세입자가 친구들을 불러들여 술을 마시며 놀다가 장판이 뜯어져서 수리를 해줬지만 장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장판으로 바꿔달라는 경우와 틈만 나면 청소를 해달라는 요구에 지쳐 “계약이 끝나면 더 이상 원룸 운영을 하지 않을 생각” 이라며 “악덕 집주인도 문제지만 일부 몰상식한 세입자들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 신문제작실습 몬딱일보<제주청년문제>/권민성 기자 (언론홍보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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