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어느덧 미지근해진 온기를 느끼며 밖으로 나선다. 이른 아침 기숙사를 나서는 길 위에서, 같은 노동을 반복하는 이들의 삶을 지나친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언제나 가장 먼저 불을 밝히시는 기숙사 관리 아저씨. 전날 가득 찬 도서관 휴지통을 비워내시는 아주머니. 택배 물품으로 빼곡한 트럭에서 몇 개를 팔에 안고 무인 택배함 앞으로 향하는 택배 아저씨. 게으르면 가난하다는 말은 거짓이다. 이른 아침 같은 노동을 반복하고 있는 그들은 가난했다. 가난과 노동은 늦잠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인 기대수명의 두드러진 증가세를 눈여겨본다면, 중장년층 범주의 나이는 생애를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바라보기엔 이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을 방지하기 위한 다른 나라들처럼 노인 복지 정책이 잘 갖춰져 있지도 않으며, 청년들의 취업난의 원인과 책임을 이 세대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하고 있다고 해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많은 사람이 이런 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다. 근데 한편으로는 그분들이 도전했을 때 우리가 일할 자리가 없어져서 걱정된다.”고 말하는 일자리 사업 참여자 김 씨. 같은 세대에게마저도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는 이러한 상황을 과연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속해서 증가하는 경기 악화와 취업난은 두 세대를 충분히 경쟁 관계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각 세대마저 서로 다투어 보이는 이러한 양상은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 청년층과 고령층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들은 다수 보고되어 있다. 다수의 경제학자는 “실제로는 고령자들의 근로 지속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으며, 오히려 고령층의 고용 참여 증가가 청년층의 일자리 기회를 늘린다는데 긍정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데에 사회적 동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서술하였다.

우리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아니라 경기침체와 경제의 불안정성인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두 세대 각각의 일자리 욕구에 부합하는 취업 정책 구축과 더불어, 두 세대 간 서로를 응원하는 시선이 요구된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는데 그치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해서 더 목소리를 내야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나이 차별주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50대가 된 후 자신이 일궈온 성취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8신문제작실습 / 실버신문(황혼일자리) / 부민지 기자(언론홍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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