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 포스터

'커서 뭐하지?' 어린이는 고민한다. '졸업하면 뭐하지?' 나는 고민하고, '이제 뭐 하지?' 우리 할머니는 고민한다.

벤도 같은 고민을 한다. 아내와의 사별 후 40년간 몸 담가왔던 회사에서 은퇴한 벤은 인생의 무료함을 느끼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해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패션 비즈니스 회사는 70세 벤에게 새로운 것, 어려운 것투성이다. 원래 모든 새로운 직장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모든 직원이 노트와 펜 대신 노트북을 사용하는가 하면 회사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까지 벤에게 그 모습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넘어선 것 이상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상사이자 이 회사의 CEO인 줄스는 그에게 단 한 번도 일을 준 적이 없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연륜이 있다 해도, 그 안에서 나오는 지혜가 있다 해도 모든 일을 쉽게 처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벤은 본인이 잘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줄스의 골칫덩어리였던 쓰레기 더미를 정리했고, 다른 직원의 고민 상담을 했다. 줄스와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다가가는 대신 지켜보았고, 가끔 힘 있는 한마디로 그녀가 스스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일을 하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수고하셨어요'라는 말은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끝난 후 할머니가 느낄 공허함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어나서, 밥 먹고, 텔레비전 보다가, 또 밥 먹고, 설거지, 이틀에 한 번 빨래, 그러다 또 텔레비전 시청. 어릴 적 할머니와 며칠을 같이 지내면서 당신이 했던 모든 일이다. 나는 매일 새로운 곳을 다녀왔고 새로운 경험을 했는데, 할머니가 경험한 새로운 것은 드라마 속 가난했던 여자가 사모님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벤이 살아있음을 느낀 이유는, 직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업무를 성취하는 과정에 있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다른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는 것이 아닌 내가 그 주체가 되어 대화를 이끌어가고, 그러면서 웃기도 하고, 괜히 진지해지기도 하는 그런 행복감과 뿌듯함이 그를 살아있게 하는 것이다. 입사 지원 영상에서 벤은 '난 그저 구멍 난 내 삶을 채우고 싶어요.'라고 한다. 머잖아 우리 부모님도, 또 훗날엔 나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때의 나를 상상해보자. 여전히 나의 늙고 여린 마음속엔 작은 음악이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도 똑같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계시는, 적적함에 집을 나오신,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는 우리 할머니들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그들이 어떤 음을 내고 그 음이 얼마나 희망적인지. 그리고 또 얼마나 간절한지 가만히 서서 들어 보면 그들도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큰 열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또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그것이 매일 아침 그들이 일어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그 노래를 우리가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꾸고 있는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건 결국 우리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벤의 문제였지만 결국엔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살아있음’의 의미를 이 영화를 보며 느끼길 바란다.

<2018신문제작실습 / 실버신문(황혼일자리) / 윤채진 기자(언론홍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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