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발견한 건 헌책방 책 무더기 속이었다. 책 표지엔 제목이 적혀 있지 않았고, 한 아이의 얼굴로 꽉 차 있었다. 나는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또 사진전을 보거나, 사진집을 구매하는 게 취미여서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책을 펼쳤다. 책 속엔 세계 각국을 여행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토막글들로 구성되어있었다. 사진 분위기와 편집디자인, 길지 않은 글들, 이 삼박자가 딱 맞아서 별다른 고민 없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책의 표지

  <LOVE & FREE NEW YORK EDITION>은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가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수십 개의 나라를 걸어 다니며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찍은 포토에세이다. 저자는 아내와 둘이서 발길이 닫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세계의 길목 길목을 걸었다. 이 책은 단지 자신의 여행을 기록한 책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시아, 유라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북미, 일본 등 세계의 길모퉁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저자에게 건네준 사랑과 자유의 조각들을 모은 책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무작정 걷기만 하거나, 길을 잃어버리거나, 힘들어서 주저앉아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울리는 글들로 가득하다. 마치 졸업을 앞둬 고민도 많고 심란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 같다. 뻔한 위로를 하는 책이 아니라 LOVE & FREE라는 제목처럼 나 자신을 사랑하고, 얽매이는 삶이 아닌 자유로운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스타트라인에서 한없이 뭉그적거리며 정말 끝까지 달려낼 수 있을지 걱정만 하는 짓거리도 이제는 피곤할 뿐이야. 이제 슬슬 길 위로 나가서 달려보는 거야. 좀 느려도 괜찮아, 피곤하면 걸어도 좋아, 꼴찌라도 괜찮아.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풍경이 자꾸자꾸 변할걸? 제자리걸음만 해도 신발 바닥은 닳는다고”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시작할 때 따지는 게 많아진다.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지 않을까, 이걸 하면 내가 얻는 건 뭐일까 등등 따지는데 꽤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이렇게 쓰잘머리 없는 고민만 하다가 지쳐버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이런 나를 반성하게 해주는 글이었다.

“저마다, 우리 모두가, 그저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나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 되는 거야”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남의 눈치를 보는 게 당연시되었다. 내가 하는 게 맞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 커갈수록 두려운 것도 많고 창피한 것도 많아졌다. 하지만 내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고, 창피하다고 생각할 때 그게 진짜 창피한 거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내 마음의 소리가 이끄는 대로 정직하게,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하는 거야”

  <LOVE & FREE>는 펑펑 돈을 쓰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닌, 유명한 관광지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그저 그런 여행기가 아니다. 각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고, 공유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인터넷을 통해 남들이 세운 여행 계획을 따라 하고, 여기가 좋더라 하는 소문에 의존해 여행을 해왔다. 또 여행 중에는 “남는 건 사진뿐이야”라는 말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기보단 작은 핸드폰 속에 담기 바빴다. 그리고 고개를 핸드폰에 처박고 사진을 편집하고, SNS에 올리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런 나의 행동이 민망해질 정도로 여행의 미학에 대해 가르쳐준 책이다.

  우리의 삶도 여행과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남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고, 도전하는 삶보단 안정적인 삶을 살려고만 하게 된다. 어린 시절 꿈꿔왔던 꿈들이 현실에 묻혀서 그 꿈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이나마 가슴속 깊이 묻어 두었던 어릴 적 꿈을 꺼내어본다. 현재 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서있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답이 아닌 힌트를 준 책이다. 인생이란 긴 여행을 시작한 당신, 정답이 아닌 힌트를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정답은 당신 안에 있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송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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