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한 눈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무슨 일이든 순위를 매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읽은 책 중에서 베스트 3위를 꼽아보라는 말에 이 책을 바로 말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책인데, 이번 지역 도서관 방문 과제를 통해 무슨 책을 고를까? 고민하다가 다시 집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과제에 치여 시간도 없어 책에 관련해서는 전혀 잊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기숙사에서 언니들과 이야기하다가 좋아하는 책을 주제로 말이 나왔다, 좋아하는 책을 각자 이야기하다가, 이 책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릴 때의 기억이라 막연히 느낌으로만 이야기 했는데. 언니는 그 책의 제목을 듣고는 문장이 참 예쁘지 않니, 라고 말했다. 나는 그런 걸 신경 쓰지도 않고 그냥 봤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책을 빌렸을 때에는 문장에도 신경을 쓰며 보기로 했다. 뭐 재미있어서 그건 뒷전이고 그냥 훅훅 봐버렸지만.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상상같은 일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상상같은 일들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누구나 바라는 일들에 대해서는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더라도 그 일들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테니까. ‘위저드 베이커리’는 말 그대로 빵집이다. 빵에 마법같은 주술을 넣어서 판매하는데, 이주술이 루어질지 아닐지도 미지수면서 가격대도 상상을 초월한다. 그 빵을 파는 홈페이지에는 경고문도 같이 포함되어있다. '긍정이나 부정, 자기가 바라던 어느 쪽의 변화든 간에 이것은 물질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계의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바라는 일을 이루게 되었을 때, 그 선택에 대한 대가와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냥 판타지 속 마법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결말 부분이 Y와 N부분으로 나뉜 것도 색달랐다. 선택에 따라 다른 끝맺음이 나온다는 게.

  오래간만에 다시 들여다보게 된 위저드 베이커리는 그 옛날 내게 줬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감정을 느끼게 했다. 학창시절의 나를 다시 한 번 쯤 생각해보게 되었고, 어릴 때 읽었던 관점과는 달리 읽히는 게 신기했다. 문장력이 예쁘다는 언니의 말을 신경 쓰며 읽어보자니 전에는 보지 못했던 표현들도 보였다. ‘이대로 돌아가 집 현관문을 연다는 건, 그곳에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지금 이 난감한 가게에서 빵을 사갖고 나온 거잖아. 빵 한 입에 우유 한 모금 물고서, 건조하지도 눅눅하지도 않은 오늘 분의 감정을 꼭꼭 씹어, 마음속 깊숙이 담아둔 밀폐 용기에 가두기 위해.’ 책은 언니의 말대로 문장들이 예뻤다. 표현들이 저리게 다가와서 여러 번 곱씹게 되었다.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본디 한 번 읽은 책은 웬만하면 다시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 지역 도서관 방문을 통해 예전에 마음에 남게 읽었던 책들을 몇몇권 다시 들어보게 되었다. 분명 같은 내용의 책일 텐데도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새로웠다. 예전보다 표현이나 작중 인물들의 심리나 작가의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하고 내용에 대해 더 세세하게 읽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누구라도 예전에 마음에 남게 읽었던 책이 있다면, 한 번쯤 다시 그 책을 펼쳐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김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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