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 월인. 2014

  꽃다운 나이 20살, 아니 아직 꽃을 피우기에도 이른 나이에 나는 생사에 기로에 섰었다. 대학교 1학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얼마 전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난 대학에 입학한지 막 반년이 지나 이제 새내기가 아닌 헌내기가 되어버렸다고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도 하며 새 학기를 막 다니고 있던 학생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시절 넘어져 손목에 금이 갔던 것과 감기 말고는 병원 한 번 갔던 적이 없던 터라 이번에도 단순히 감기에 걸렸나보다 하고 지나갔었다.

  그 해, 세월호 사건 때문에 2학기로 연기된 축제와 체육대회 준비도 대학에 들어와 처음 경험하는 거라 아픈 줄 모르고 참여했었다. 동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이것만 먹으면 낫겠지 하면서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지냈던 것 같다. 보다 못한 엄마가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큰 병원에 가보자고 제주대학교 병원을 예약했었다. 그 날도 감기에 무슨 유난이냐며 그러면 오전 수업에는 꼭 가야 한다고 하면서 수업에 갔다가 오후 수업이 시작하기 전 공강 시간에 잠깐 진료 받으러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해 진료를 받았고, 그 날 오후 수업은 결국 가지 못했다.

  난생 첫 입원이었다. 철없이 입원한다는 사실에 당분간 쉴 수 있겠다고 내심 좋아하기도 했었다. 입원하는게 의사선생님이 “입원하세요.”하면 뚝딱 병실에 입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입원 가능한 병실이 없어 며칠을 응급실에서 지냈던 것 같다. 그렇게 지내다 병실로 옮겨지게 되었다. 검사는 왜 그리 많던지 CT며 MRI며 조직검사 등 이름만 들어봤던 검사들을 매일 번갈아 받고, 병원에 오면 바로 떨어질 줄 알았던 열은 링거에 담긴 약들을 바꿔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엄마와 아빠가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옮길 거라는 얘기를 나에게 전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의사선생님이 엄마, 아빠를 불러 아직 검사 결과가 확실히 나온 것은 아니지만 CT만 봤을때는 암일지도 모른다며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권했다고 하더라. 그 사실을 나에게 숨기고, 서울에 가면서 얼마나 속이 탔을까.

“퇴원하면 예쁜 옷 입고, 화장도 하고 밖에 돌아다니고 싶어.”

  서울에 입원해 있던 중에 엄마와 아빠에게 이런 말은 했던 적이 있다. 하루 중 병실이 있던 18층을 벗어나는 일은 엑스레이를 찍으러, 혹은 다른 검사를 받으러 가는 것 이외에는 없었다. 내가 지내던 18층이 암 병동이라 밖은 물론 함부로 다른 층을 가는 것도 힘든 일이였다는 것도 퇴원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검사결과 다행히도 큰 병은 아니어서 퇴원을 하고 다시 제주도에 내려온 것도 벌써 3년이 되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때 나는 가장 행복할까?”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방송 쪽에 관심이 있어, 졸업 후 진로도 당연히 방송 관련 직종을 택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진로 때문에 뒤 늦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취업을 앞두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나의 말에 “나는 네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꽤 오랫동안이나 가까운 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선뜻 나는 어떤 걸 좋아하고, 이러한 것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나조차도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래서 ‘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라는 흔한 제목이 와 닿아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책 중 ‘나 없이도 직장이 잘 돌아간다면’이라는 소제목이 있다.

  사실 나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직장에서 유일무이하게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긴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찰나에 읽게 된 내용은 내가 없어도 직장이 잘 돌아간다는 것은 남은 사람들이 내 일을 분담할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또한 나를 위해 기꺼이 일을 대신해줄 너그럽고 배려 깊은 뜻이니, 때론 자신이 직장에서 무용지물임을 깨닫는 여행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작가의 말이었다.

  한국인들은 직장 내 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강박적인 성실성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도 짧은 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서둘러 복귀하거나 내내 머리에서 일을 끊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글을 보았다.

 나도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무거운 생각들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아프지 않고 보통사람들처럼 지낼 수만 있으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의 기억이 흐릿해 점점 많은 욕심을 내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작은 것에서부터 나 자신이 언제,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고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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